미로공원에 왔다.
입구가 보인다.
입구 앞에 섰다.
한 발 들여 놓았다.
이 미로를 통과해 출구로 나가기로 했다.
자. 이제 출구를 찾아 열심히 미로를 따라 걷는다.
예상했던대로 갈림길이 나왔다.
갈림길이 없이 출구까지 연결되어 있다면
그것은 미로가 아니라 산책로일 뿐이겠지.
선택의 순간이다.
어느길로 갈까?
하나를 골라 그 길을 따라 열심히 걷는다.
갈림길을 또 만났다.
그렇지. 갈림길이 하나일리가 없지.
아니.. 사실 아주 많은 갈림길이 있겠지.
선택지가 두개일때도 있고 세개일때도 있고..
그 중 출구로 연결된 길이
한개일때도 있고 두개일때도 있고..
일단 막히지 않고 다른 갈림길에 다다른것을 보니
첫번째 선택은 잘 한것 같다.
그리고 지금 두번째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
여러개중 또 하나를 골랐다.
내가 고른 길을 따라 또 다시 걷는다.
한참을 걸었는데.
이런.
갈림길이 나와야 하는데..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와야하는데
그게 출구와 가까워 지고 있다는 뜻인데.
막혔다.
막다른 길이다.
아. 이것도 선택의 순간이구나.
주저 앉을 것인가.
포기하고 뒤돌아서 입구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전 선택의 순간이었던 갈림길로 돌아가서
다른 길을 선택해 출구를 향해 더 나아갈 것인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갈림길로 돌아가 다른 길을 골라 가기로 한다.
나는 반드시 출구로 걸어나갈 것이니까.
이후 나는 여러 갈림길을 만나고
선택을 하고
막다른 길을 만나고
다시 돌아나와 다른 선택을 하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출구를 만났고 당당히 걸어나왔다.
미로는 인생과 같다.
우리는 입구를 만나 출구로 나가는 일들을
계속해서 해내고 있고
미로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갈림길을 마주하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사람들은 길 끝에 막혀진 벽을 만나는 순간을 실패라 부른다.
그래서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라 부르고
실패에서 배우라고 하며
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애초에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통과할 미로 전체 중 일부분의 지도를 완성하는 것이고,
내가 선택했던 길이 막힌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고,
나머지 길들 중 출구를 향하는 길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출구를 향하는 길을 선택하고
출구에 조금씩 가까워 지는 것이다.
내가 향하는 곳이 출구라는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막다른 길에 들어서서
막힌 벽을 마주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출구를 찾아가는 방법이며 과정인 것이다.
진짜 실패는 그 미로를 들어가보지도 않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