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어체가 부자연스러워 구어체로 작성합니다.
박사를 왜 하냐는 말을 종종 들을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속으로 한번씩 되뇌어본다.
현실적인 이유부터 이상적인 꿈 까지 여러가지가 떠오르지만, 대부분 굳이 박사과정을 해야 하는 이유를 잘 대답하지는 못한다. 취업이 더 잘되기 위해서? 교수가 되기 위해? 내가 공부가 부족해서? 다 변죽만 울리는 딴소리에 가깝다.
내가 공감하는 박사과정의 정의는 "질문을 만들어내고 답답할 정도로 정확하게 대답하는 연습과정"이다. 나는 이 자체는 박사과정 뿐 아니라 모든 교육과정에서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대학원에 오기 전까지 내가 겪어온 삶의 과정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다.
많은 학교에서 대학원, 특히 박사과정을 설명할 때 흔히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자를 배출하기 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구체적인 말은 몇 안되는 연구자들을 위한 교양서에 가끔 언급될 뿐, 흔하게 주변에서 들어볼 수는 없었다. 오히려 학교들은 이미 스스로 동기부여된 motivated person 을 찾고 싶어했다.
그렇다면 질문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걸 왜 궁금해해?" 라는 질문은 한국에서는 종종 의문을 넘어 의심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박사과정에서는 당연하게 듣고 계속 대답해야 한다. 왜 중요하고,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어떤 득이 되고,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들어야 한다. 연구자로 홀로서기 하는 마지막 학교에서는 이 과정 자체가 제일 중요한 교육과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게 없다면, 박사학위는 사회에서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습득한 다른 전문가들과 차별화될 것이 전혀 없고, 오히려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위한 중심 질문을 만들어내고, 그 부차적인 의문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하는 이 능력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어떤 프로젝트를 이끌 장, 즉 디렉터를 뽑을 때 이런 능력을 보고 싶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자기가 한 공부와 제법 거리가 있는 분야에서 팀장이 되어있는 박사들이 있나보다. 그들은 당연하게도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폭이 좁고 깊은 지식과 함께 그 주변 분야의 폭넓고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겠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능력은 결국 어떤 질문을 어떻게 대답해나갈지 생각해내는 그것이었다.
이런 기준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면 제법 늦게 하고 있는 공부임에도 부족함만 느껴질 뿐이다. 현실에서 빨리 자리잡고 싶은 조급함과 함께 아직 더 연습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함께 느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