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을 개설해 미성년자 성 착취물 등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갓갓’ 문형욱(24)씨가 신상공개 결
정 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18일 오후 검찰로 사건이 송치돼 경북 안동경찰서를 나서면서다. 문씨는 “피해자
분들과 그 가족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 나타난 문씨에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왜 어린 학생들에게만 그렇게 했느냐”는 질문에 “죄송합
니다”라고 답했고, “얼굴이 공개됐는데 심경이 어떻냐”는 물음엔 “후회스럽고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스스로 경북경찰청의 소환에 응한 데 대해선 “저쪽(경찰)에서 연락이 와서 그랬다”고 했다.
“범행 목적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잘못된 성 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피해자는 전부 50명이 맞느냐”는 질문엔 “제가 그 정도로 경찰에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또 “성폭행 지시한 게 몇 건이었느냐”는 물음엔 머뭇거리며 옆에 서 있던 경찰에게 “계속 답해야 하나요”라고 했다가 “세 건 정도였다”고 답했다.
문씨가 재학 중인 경기 안성시 한경대학교에서 문씨를 퇴학하는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범행을 통해) 받은 건 상품권 90만원 상당이 전부인가”라는 질문에는 “네 맞습니다”라고 했다. “조주빈과는 어떤 사이냐”는 질문엔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문씨가 모습을 드러낸 안동경찰서 주변엔 성난 시민들도 몰려들었다. 문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한쪽에선 문씨를 향해 거친 욕설을 하는 이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한편 문씨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문씨는 구속기소된 조주빈보다 먼저 텔레그램상에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을 만든 인물로 꼽힌다. 조주빈 등 성 착취물 제작·유포 범죄 관련자가 400여 명 검거되는 동안 ‘갓갓’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왔다.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문씨를 지난 12일 구속한 후 성 착취 피해자 기존 10명에서 11명을 추가 확인했다. 문씨로부터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여성은 총 21명이다. 문씨가 피해자가 50명이라고 자백한 만큼 추가로 피해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또 문씨가 성 착취 피해자들의 부모 3명에게 협박을 한 혐의도 추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신체 노출 사진을 게시한 아동·청소년에게 ‘신고가 됐는데 도와주겠다’고 접근해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돌린 후 피해자들을 협박하기 시작하는 수법을 썼다. 처음에는 신체노출 사진을 요구하다가 차츰 수위를 높여 성 착취물을 제작한 뒤 SNS에 유포했다.
문씨는 지금까지 알려진 1~8번방 외에도 ‘쓰레기방’ 등 모두 12개 방을 개설한 뒤 이 방에 들어온 이들에게 입장료 명목으로 문화상품권을 받고 성 착취 영상물과 사진을 보여줬다. 경찰은 문씨가 제작·유포한 성 착취물이 영상과 사진을 합쳐 3000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협업해 성 착취물 삭제와 차단, 피해자 상담과 보호기관 연계 등 피해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 김희중 경북경찰청 1부장은 “범죄 피해를 입었거나 신분 노출 등의 우려로 신고를 망설이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신고해 경찰 등 유관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