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쓰(Runearth) + 키스팀 이벤트 줍닝] 책갈피

in hive-106010 •  last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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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도 변함없이 달리기를 시작하러 나가야 하는데, 어제 밤 미쳐 개기 못한 빨래가 눈에 밟힌다. 폰으로 라이트를 켜고 잠을 깰 겸 빨래를 갠다. 잠 귀 밝은 아내님이 깨더니 괜찮으니 그냥 달리고 오라고 한다. 아이들 옷 몇 개만 남기고 빨래를 갠 후 조심히 방을 빠져 나왔다. 아이들이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아이들 방문을 열었는데 한기가 느껴졌다. 아이들이 덥다고 창문을 열어 놓고 잔 것이다. 다행히 옹기종기 모여 붙어 이불을 잘 덥고 있었다. 창문을 닫고 이불을 여며준 후 집을 나섰다.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평소처럼 쓰레기를 주웠다. 그중에 유독 눈이 가는 아이가 있었다. 누군가 애정을 담아 만들었을 책갈피였다. 평소 쓰레기를 주울 때는 아무런 생각 없이 줍곤 했지만, 책갈피를 집어 들며 많은 생각이 오갔다. 누군가가 계절이 스쳐 갈 때마다 꽃잎을 모아 다듬고, 그 위에 마음을 담았을 테지... 그 주인은 이 책갈피를 일부러 버렸을까? 아마도 실수로 떨어뜨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갈피를 손에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손길이 담긴 흔적, 꽃잎을 조심스럽게 말려 붙인 세심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꽃잎 하나하나가 그 사람의 추억과 마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 이걸 보며 다시금 자연의 소중함과, 우리가 만들어내는 작은 물건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쓰레기가 아닌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되었어야 할 이 물건이 길 위에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졌다.

달리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누구보다 빨리 계절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을 보며 고마움을 느꼈다. 두렵게만 느껴지던 어둠이 친근하게 느껴졌고 내 숨소리와 발소리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면서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쓰레기들 사이에서 누군가의 추억을, 기쁨을, 슬픔을, 아쉬움을, 감동을, 고통을, 사랑을 느낀다. 하찮게 느꼈던 쓰레기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런 과정은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겠지.

아직도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늘 배우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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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쥐흉아~ 내 포스팅보고 빨리 치킨 신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