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도 불사하고 결사항전할 것 같던 이낙연이 갑자기 경선결과를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상한 일은 항상 무슨 이유가 있다. 그런 이유를 유추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과정이다. 이런 일들은 자료가 없기 때문에 해석의 영역에 속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설사 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행간의 의미는 해석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이낙연이 갑자기 경선결과를 수용한다고 발표한 배경은 크게 두가지 경우로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진정으로 승복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이낙연이 경선결과를 수용한다고 발표하도록 어떤 힘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첫번째 경우, 진정으로 승복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만일 이낙연이 진정으로 승복했다면 수만명의 이낙연지지자들이 진행중인 이재명 경선승리 중지 가처분 소송에 강건너 불보는 듯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진정으로 승복했다면 지지자들이 그런 가처분 소송하지 말고 수용하자고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 이낙연이 자신의 지지자들이 추진중인 가처분 소송을 모르쇠하고 있는 것은 그가 진정으로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낙연의 승복선언 뒤에는 뭔가 작동하는 힘이 있다. 그 힘이 무엇일까? 그것도 크게 두가지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외부의 압력이고 둘째는 이낙연식 계산이다. 첫째 외부의 압력이라면 그것은 문재인의 힘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은 어떤 식으로든 이낙연이 수용한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어떤 제안이나 강압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이낙연의 계산이라면 그것은 무엇일까? 둘째부터 답을 해보자. 이낙연이 이번 경선을 승복했다고 발표한 것은 이재명이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면 어떨까? 화천대유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어차피 이재명은 대선까지 무사하기 어렵다. 만일 중간에 이재명이 낙마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낙연은 이재명이 중간에 낙마한 상황을 고려하여, 이재명의 지지자들까지 자신에게 끌어들이기위해 우선 승복한다는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이재명이 중간에 낙마하게 되면 대안은 이낙연 밖에 없다. 이낙연은 그런 경우 이재명빠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먼저 승복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외부의 압력, 특히 문재인의 압력과 회유라면 어떤 경우일까? 문재인이 이낙연의 비리를 들어 승복을 강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낙연의 측근이 자살했던 경우를 떠올리면 충분하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만일 문재인이 회유를 했다면 이재명의 중간 낙마를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찌하든 이낙연은 그냥 단순하게 승복한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이낙연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낙연이 만일 이정도의 생각으로 승복했다면 아예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미달이라는 것이다. 지도자는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 벌어지는 상황을 이용하려고만 하는 사람은 리더의 자격이 없다.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낙연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이런 측면이다.
이낙연과 같은 지도자는 믿기가 어렵다. 지도자는 남의 앞에 나서는 것인데, 이낙연은 앞에 나서기 보다는 뒤에 따라가는 사람이다. 대통령제에서 그런 사람은 국민을 힘들게 만든다.
이재명이 대장동 게이트를 이기고 대선후보로 완주를 하든, 아니면 중간에 낙마하여 이낙연이 나서든,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하나도 없게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