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총리 이낙연과 당대표 이낙연은 달랐을까?

in hive-155234 •  3 years ago 
  1. 이낙연의 인터뷰를 듣다보면 패널들이나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왜 총리 때하고 당대표때 모습이 다른가요?"
    이 비슷한 말은 추미애도 했다. 그는 총리때는 백점이지만 당대표는 빵점이었다는 말을 했는데, 빵점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묻혔지만 적어도 대척점에 선 추미애조차 총리로서의 일은 비판하지 못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2. 사실 이 점이 내가 이낙연대표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문재인대통령과 결이 같은 것이다. 무엇이냐면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것을 묵묵히 수행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정치적 유불리에 관여하지 않고 말이다.
  3. 이낙연 총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사실 야당과의 맞짱이다. 지금의 야당은 이준석을 대표로 삼을 정도로 프로세스가 엉망이지만 그때의 야당의 당대표는 망한 정당에서 25%이상의 지지를 끌어낸 홍준표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소야대의 국면이었다. 즉 여당이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의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언변과 지식으로 야당을 밟아버렸다. 그리고 정권초기에 전쟁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마음놓고 외교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천의무봉한 행정능력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권한과 책임을 나눌 수 있는 총리라는 것이었다.
  4. 즉 외부에 비치는 모습은 야당을 짓밟으면서 동시에 완벽한 행정능력을 보이는 총리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기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행정을 조율하면서 보이는 갈등이나 문제점은 거의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5. 그리하여 성공적으로 총리를 마무리하고 내려온 이낙연은 문재인정부가 키운 대선주자로, 먼저 상대적으로 유리한 필드를 선점 한 후 선거를 사실상 총 지휘한다. 즉 얼굴마담이라는 것인데 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현재권력 문재인과 미래권력 이낙연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이해찬? 솔직히 2020년 총선에서 이해찬의 역할은 양정철이나 이근형만도 못했다고 본다. 당대표가 아파서 돌아다니지도 못하는데 무슨 역할을 하나?
  6. 이낙연이 마지막 유세때였나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민주당이 때로는 오만하고 말을 안듣는다. 그러니 본인이 버릇을 고치겠다라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겸손의 다른 표현이겠지만 지금 송영길하는 꼴 보면 그게 맞다는 게 보인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대권주자 1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당대표에 도전한다. 그때 다자 지지율 40%이상이었으니 사실 이때 아무것도 안해야 됐을지도 모른다.
  7. 사실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게, 이해찬의 임기가 8월까지였기에 8월까지는 이해찬이 당대표였다. 즉 선거끝나자마자 이낙연이 당대표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4월이야 원구성만해도 벅차고 5월부터 임기시작이니 넘어가도 5월부터 8월까지 이해찬이 한게 딱히 없었다. 사실 이해찬이 빨리 비켜줬어야 했지만 이때는 다들 그러려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된 이후 민주당이 당대표 임기 채운 것은 추미애와 이해찬때였으니까. 프로세스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박병석의 트롤링을 다들 까먹는데, 이 트롤링으로 거의 두달이상을 까먹은 상태였다.
  8. 이런 상태에서 추미애와 이해찬이 사실상 방기한 검찰개혁안을 다시 법으로 만들고 문재인정부의 개혁이 후퇴되지 않도록 법으로 방지할 수 있게 7개월동안 422개의 개혁, 민생법안을 만들었다. 거의 하루에 두개꼴로 법안을 만든 것인데, 법으로 돌아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시적 행정보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것은 법을 개정하고 제정하는 것이다. 이때 제정된 법안으로 공수처가 비로소 제도로 정착되었고, 국수본과 특수본이 생겼다. 검찰의 독점적 수사, 기소구조가 이때서야 깨진 것이다. 열린공감인지 뭐시기가 검찰개혁에 의지가 없다는 되도 않는 소리를 하던데 기소를 검찰과 다른 기관에서 할 수 있고, 수사권을 경찰에게 분산한 것 자체가 권력 해체의 서막이다. 이게 검찰개혁 1기였고 그 1기가 이때 완성된 것이다.
  9. 그리고 왜인지 이낙연도 언급하지 않은 것 중 하나가 전무했던 판사탄핵이었다. 물론 이탄희의 공로가 컸다고는 하지만 실익이 없다고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최초로 실행에 성공한 때가 이낙연이 당대표로 있었을때이다. 지금 송영길따위가 판사님을 탄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 즉 엄중하게 모든 것을 지켜보고 필요할 때는 칼처럼 결단한다는 것이다. 송영길이 당정청 합의가 끝난 사안을 제멋대로 전횡하여 야당과 야합하는 것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왜 그 칭찬에 인색한 대통령이 환상적인 당정청관계라고 극찬했겠는가. 문재인정부의 개혁과제가 법적 근거를 가지고 후퇴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노무현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으니까. 노대통령 죽고 모든 개혁들이 다시 후퇴해 버린 기억은 다시 하기 싫을 것이다. 그 아픈 기억을 초대총리가 달래 준 것이다.
  10. 그러면 왜 이때 이낙연의 지지율이 떨어졌을까? 당대표는 총리와는 달리 고려해야할 것이 상당히 많고 갈등요소도 잘 비춰진다. 총리는 행정부의 2인자로, 행정부처끼리 조율하고 결단을 내리는 게 일이지만, 당대표는 다른 당과의 조율과 타협, 그리고 선거와 행정부(관료), 청와대 등과의 입장을 생각하여 조율할 것은 하고 타협할 것은 하며 기다릴 것은 기다려야 한다. 이게 보통의 당대표이다. 이준석이야 송영길은 너무나 폐급이라 당대표 직무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지만. 사실 선거가 없었다면 보다 개혁적으로 나갈 수 있었겠지만 코로나 상황은 현상유지도 힘들었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추미애와 윤석열의 갈등으로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이점에 있어서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대통령의 일처리 방식도 있었지만 지금 복기하면 추미애의 일처리가 너무 '정치적'이었고 '감정적'이었다. 개혁적인 이들은 윤석열 하나 처리 못하고 있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중립적인 이들은 같은 행정부끼리 왜 저러냐 하면서 떨어지는 형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대표가 자기 정치 한답시고 대통령하고 각세웠으면 어땠을까? 김종민과 신동근이 화를 내던 부분이 이것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윤석열은 컨트롤 못하니 추미애가 자제하고 실제적인 개혁을 처리하자고 주장헀을 거고 추미애는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을 것같다. 추측의 영역이지만. 윤석열 탄핵이 안됐으니 화나서 이낙연을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11. 이낙연은 이러한 상황에서 여려가지를 고민하고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력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를 치뤄야 하는 당에서 나오는 흔한 모습이다. 선거는 표 많이 받는 놈이 이기는 게임이고 따라서 정당은 여론의 눈치를 안볼 수 없는데, 그 여론은 여론조사로 나타난다. 정당에서 돌리는 조사도 이 당시 조사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 선거 앞둔 당에서 갈등을 키울 필요는 하등 존재하지 않는다. 냉정한 말이지만.
  12. 그리고 한국언론의 정치보도가 보여주는 폐해가 제일 크다. 8항에서 말했듯이 그렇게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당대표때 뭐했나는 말이나 듣는게 현실이다. 한국정치는 인물중심의 캐릭터성 강한 서사로 활용되며, 정책이나 법안은 실제로 뒷전이다. 그러니 저렇게 중요하고 압도적인 수의 법안이 통과되었는데도 뭐했냐는 소리나 하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야기 안하니까. 그나마 이야기하는게 umc 그알싫 이외에는 없다.
  13.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에서 이낙연이 얻은 이미지는 무엇인가? 바로 '엄중'으로 대표되는, 실제로 아무것도 못한다는 이미지이다. 그리고 그의 사면발언은 정치적 지지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게 트리거라고 생각되는데, 사실 사면발언이야 말로 맥락이 필요한 발언임에도 이낙연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구실이 되었다.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면'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 건의할 '수도 있다.' 조건식이 이렇게 많이 붙은거면 사실상 안하겠다는 말을 돌려말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나는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고 봤다. 사면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상황에서 이제 사면자체는 성립되는 상황으로 바뀌었으니까. 미리 김을 빼고 분열을 야기하는 것이라 보았다.
  14. 또한 2월 초쯤 전당원투표로 당헌당규를 바꿔 서울, 부산시장에 후보를 냈는데, 다른 이들이 비판할 수는 있다고 보지만 민주당원과 의원들이 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헌법도 국회의원 200명이면 바뀌는데 당의 주인은 당원에게 물어서 당헌당규 바꾸는게 뭐가 이상한 일이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당대표로서 그 리스크도 진 것이다. 후보내고 심판받자는 의원들이 압도적 많았다는 이낙연의 말을 들었는데 아마 맞을 것이다.
  15. 그리고 보궐선거에서 참패한다. 이부분에 있어서 책임을 안졌다 어쩐다 하는데, 그거는 개인생각이니 할말은 없지만 패배의 원인은 LH사태이다. 터지기 전에 박영선의 지지율은 50%를 넘었지만 이후에는 우하향을 그렸다. 패배의 변곡점이 분명한데 무엇을 더 논할까? 그리고 정치권에서 LH를 터트린 쪽이 누구라고 생각할까?
  16. 결국 총리때는 역할이 당대표때보다는 쉬웠고 언론 노출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노출이 되었지만, 당대표의 역할은 총리때 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상태에서 자기정치 하지 않고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였기에 지지율이 낮아진 것이라 생각한다. 역대 당대표 맡아서 망한 인물이 더 많고 흥한 인물이 거의 없는 것은 이때문이다. 총재처럼 제왕적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도 없지만 요구받고 타협해야 하는 것은 훨씬 많으니까.
  17. 그렇다면 당대표를 하면서 정치적으로 무엇을 얻었는가? 아까말한 그 수많은 법안 처리이다. 처리과정이 온전히 매끄럽진 않았고 타협해서 어정쩡한 것도 있지만 법안의 질과 양에서 그야말로 공전절후한 영역이다. 직관적인 숫자로 업적을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을 제대로 보도하는 메이저 언론들이 없어서 오히려 대중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단력없는 사람이라고 인식되었는데 이렇게 많은 것을 처리했어라고. 즉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거리를 쟁여놓은 것이다. 그것도 아주 우량한 것들로.
  18.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것을 팔아먹으면 된다. 나는 이점이 커리어가 아주 유사하고, 어쩌면 그를 뛰어넘는 단 하나의 후보인 세균맨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이재명은 도덕성이나 통과하시고. 토론이나 도망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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