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협상 실패사례 #3] 초점이 흐려지면 난항을 겪는다.

in hive-155234 •  3 years ago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이 있다.

실제로는 같든지 오히려 자기 것이 더 크거나 좋은데 괜한 욕심을 부릴 때 쓰는 말이다. 기술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먼저 본 기술이 분명 더 우수하고 시장성이 좋은 것 같은데, 유사한 다른 기술을 보니 그 기술이 더 나아 보인다고 하니. 결국 그로 인해 기술이전에 실패한 사례이다.

시작은 좋았는데...

어느 날 부산의 H사 대표이사로부터 기술이전 상담을 받고자 우리 기관을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 해당 기술의 발명자인 P박사와 함께 만났다. 회사 측에서는 대표이사와 기술단장이 참석했다. 대표이사는 백발에 연세가 지긋하지만 우리 기관의 특허기술을 이전받아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때문인지 기술상담을 할 때에 너무나 적극적으로 임하시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속으로 “이 건은 별로 어렵지 않게 기술이전이 성사되겠군”하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

불길한 예감

비교적 장황한 회사 소개를 듣고 나서, P박사가 H사에서 기술이전을 희망하는 T-1 기술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 기술은 실제 작업현장에서 발생한 특정 장치의 문제점을 찾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 적용한 후 이를 토대로 특허출원하여 등록받은 것이다. P박사의 설명이 끝나자 대표이사가 질문했다. “참 훌륭한 기술입니다. 그런데 이 기술을 그런 특수한 작업현장에서는 물론 일반 산업용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적용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그 시설의 특정 장치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최적화를 위한 설계가 필요합니다.”라고 P박사가 답변했다. 대표이사가 혼잣말처럼 얘기했다. “만일 소방방재청의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을 바꿀 수 있다면 수요가 굉장하겠는데요.” 그러다가 “혹시 P박사님이 나서서 소방방재청의 관련 규정을 바꿀 수는 없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갑작스런 난감한 질문에 P박사가 답변을 흐렸다. 하긴 연구자가 주도해서 정부 규정을 바꾼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불길한 기운의 확산

잠시 후 P박사가 유사한 또다른 기술인 T-2 기술을 소개했다. 그러자 대표이사는 “오호, 그러한 기술도 있습니까?”라며 보다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P박사가 상세하게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대표이사가 말했다. “오히려 이 기술이 아까 설명하신 기술보다 더 낫네요. 우리 회사가 바로 기술이전을 받고 싶습니다.” 그러나 P박사가 “이 기술은 다른 회사에 이미 기술이전을 했습니다.”라고 말하자, 대표이사는 무척이나 아쉬워하면서 조만간 실험실을 방문해서 P박사의 여러 가지 기술들을 직접 볼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첫 번째 미팅이 끝났다.

쏟아낸 기술, 성공은 불투명

그로부터 약 2개월 후 같은 일행이 실험실을 방문했다. P박사는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설명 자료와 동영상을 통해서 부서 내에서 수행중인 다양한 프로젝트와 보유 중인 특허기술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첫 번째 미팅에서 소개한 기술 외에도 꽤 많은 특허기술이 소개되었는데, H사의 대표이사는 특히 T-3 기술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다른 기술과 비교하여 성능이 얼마나 우수한지, 산업현장에서 직접 테스트를 해보았는지, 기존 시스템에 하이브리드 형태로 추가가 가능한지, 곧바로 산업현장에서 사용가능할 만큼 기술이 완성되었는지 등등. P박사의 답변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대표이사는 기술이전 여부에 대해 흔쾌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사에 가서 좀 더 검토하겠다고 했다. 30분가량 실험실의 각종 장치를 P박사의 설명과 함께 둘러본 후 두 번째 미팅을 마쳤다. 헤어지면서 대표이사가 말했다. “대단하십니다. 아주 훌륭한 기술들을 잘 보았습니다. 다음번엔 부산에 있는 저희 회사에서 봅시다. 꼭 오셔야 합니다.”

서서히 미궁속으로...

약 1개월 후 P박사와 함께 H사를 방문했다. 나는 속으로 “이번만큼은 기술이전을 꼭 매듭지으리라”고 다짐했다. 회사에 가서보니, 생각보다 회사 규모가 작은 것에 적잖이 놀랐다. 게다가 회사의 업종이 분명 ‘배관 및 냉·난방 공사업’임에도 공장도 없었던 것 같았다.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대표이사는 미리 준비한 자료를 배포했다. T-3 기술의 장치와 관련해서 인터넷으로 조사한 꽤 많은 자료였다. 그동안 회사 측에서 기술이전 여부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이 느껴졌다. 대표이사는 자료에 있는 다른 유사한 장치들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대표이사와 P박사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이 기술은 다른 기술과 차별화된 매우 우수한 기술인데, 상용화 제품을 만들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1~2년이면 가능합니다.” “그러면 국민안전처나 산업통상자원부나 중소기업청 등에 과제를 제안해서 수행하면 좋겠네요. 그렇지요?” “네, 그러면 좋죠.” “소방방재청의 관련규정을 개정하면 시장이 확 넓어질 텐데 P박사님께서 많이 도와주실거죠?” “네, 최대한 도와드려야죠.” “P박사님 기술은 기존 장치에 덧붙인 하이브리드 형태로 설치하고, 특히 기존 감시 장치에서는 힘든 사각지대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네요. 그렇지요? ”네, 그러면 좋을 겁니다.“ 등등.

마침내 넉다운, 기술이전은 실패로

그러다가 갑자기 대표이사가 말했다.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제품판매 능력은 있지만 기술력도 없고 생산능력도 없으니까 파트너기업을 찾아서 함께 하면 어떨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러자 P박사가 “제가 이쪽 분야 전문기업을 몇몇 알고 있는데 소개해드릴까요?”라고 말하자, 고맙다면서 추천해달라고 했다. 이후 사업 주체별 역할, 연구소기업 설립, 자금조달 문제 등 몇 가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나서 세 번째 미팅을 마쳤다. 필자나 P박사 둘 다 뭔가 좀 허탈하면서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긴 채 회사 밖으로 나왔다.

초점이 흐려지니 결과는 허탈하다

이 건은 끝내 기술이전으로까지 진전되지 못했다. 시작은 좋았는데 뭔가 뒤죽박죽이 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분명 처음에는 하나의 기술로부터 출발하였는데, 또 다른 기술들이 계속 소개되면서 기업 측의 초점이 흐려졌다. 기술사업화 유형 역시 기술이전에서 출발하여 연구소기업 설립 문제까지 언급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임했겠지만, 우리 기관 입장에서는 세 번이나 미팅을 했지만 얻어진 성과가 아직 아무 것도 없으니 허탈할 수밖에. 아무리 좋은 물건도 한꺼번에 진열해놓으면 손님이 쉽게 고를 수 없듯이 기술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하나의 기술에만 집중하도록 분위기를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의 부족한 기술협상 능력을 질책해본다.

기술-기업 만남의 설렘과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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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협상 성공사례 #3: 행복한 고민, 어느 기업에 기술을 줄까?
기술이전협상 실패사례 #1: 기술이전 협상도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기술이전협상 성공사례 #4: 한 번의 만남으로 기술실시계약까지 일사천리
기술이전협상 실패사례 #2: 특허기술(발명자)과 수요기술(기업) 간의 격차가 없어야
기술이전협상 실패사례 #3: 빛 좋은 개살구, 특허권리가 너무 좁아 꽝!

[참고사항]
이 글은 오직 기술이전 중개자(협상자) 입장에서 기술하였으며, 해당 특허기술과 발명자 및 기업체 정보는 비공개 원칙에 따라 노출을 최소화하여 작성하였음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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