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협상 성공사례 #5] 특허기술(발명자)과 수요기술(기업) 간의 격차가 없어야

in hive-155234 •  3 years ago 

“기술은 훌륭한데, 당장 상용화하기는 어렵겠네요.”
“기술은 매우 우수하지만, 제품화까지는 갈 길이 멀겠는데요.”
“박사님의 연구실 실험결과는 매우 훌륭합니다. 그런데 실제 환경에서도 그와 같은 결과가 나올까요? 만일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기술이전을 받고 싶지만...”

기업과의 기술상담 과정에서 흔히 듣는 얘기 중 하나이다. 맞는 말이다. 대학이든 연구기관이든 대부분의 연구자는 기초단계의 연구를 수행하면서 자신이 처한 환경, 즉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만 테스트하고 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로 출원할 뿐 실제 환경에서 직접 테스트하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은 곧바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을 만큼 제품화가 가능한 기술을 원한다. 결국 연구자의 특허기술과 기업의 수요기술과는 그만큼 거리감이 있는 것이다. 그럼 그 차이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

몇년 전 10월 중순, 경북 울산에 있는 K기업의 대표이사에게 전화연락을 했다. 그 해 9월 초 경주에서 개최한 기술설명회에서 L박사로부터 ‘소재 표면 처리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추후 우리 기관을 방문하기로 상담일지에 체크되어 있는데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다면서 미팅 일정을 잡아달라고 했다. 곧바로 미팅 일정을 잡고 L박사가 있는 연구실에서 만났다.

K기업 대표이사는 회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회사에서 생산하는 주요 제품을 소개한 후, “우리 회사 제품의 품질 즉 신뢰성, 내광성, 내화학성 등을 높여서 대기업에 납품하고 해외수출까지 하려고 하는데 L박사의 기술로 가능한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L박사는 먼저 자신의 특허기술을 상세하게 설명한 후, “그 소재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테스트를 해보지 않아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해당 소재에 대한 성능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일정을 조율했다. 즉 해당 소재의 시편(sample)을 회사에서 제작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우리 기관에서 그 소재 시편의 표면처리를 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표면처리된 시편을 회사에서 성능 테스트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납품대상 기업에서의 현장 검증(field test)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등을 일일히 체크했다. 대략 최소 3~6개월이 필요했다.

당시의 상담 분위기로 볼 때, 기술료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른 점도 있지만 과감하게 기술료 협상에 돌입했다. 자칫하면 괜히 서로 헛수고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특허기술에 투입된 연구비 등을 고려하여, 10년간의 통상실시권 부여를 전제로 정액기술료는 1.5억원, 경상기술료는 매출액 대비 3%를 제시했다. 기업대표는 다소 놀라워하면서, “우리 제품의 매출액은 꽤 크지만 대부분 원소재 구입비인 터라 실제 마진율은 생각보다 매우 낮습니다. 게다가 이 특허기술은 우리 제품의 아주 일부 제조공정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매출액에서 3%를 준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라며 매우 난감해했다. 이에 나는 기술료에 대해서는 해당 소재 시편의 성능 테스트까지 마친 후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성능 테스트의 첫 단계인 시편 제작 등 일련의 프로세스를 곧바로 착수하기로 했다.

이후 거의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해당 소재의 시편 제작에서부터 소재 표면처리, 성능 테스트, 현장 검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일일히 체크하며 독려했다. 어떤 단계에서는 진척이 너무 느려 독려하면서 내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어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묵묵히 추진했다. 마침내 업체로부터 최종 성능 검증까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이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왔기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제 남은 것은 기술이전 계약 체결 뿐. 곧바로 K기업 대표이사와 발명자를 만나 기술이전 조건을 협상했다. K기업 대표는 그간의 우리들의 이런저런 노력이 고마웠던 것인지 분위기가 무척 부드러웠다. K기업 대표는 6개월 전 내가 제시한 기술료 조건을 상당부분 받아들여 정액기술료 1억원에 경상기술료는 매출액 대비 1.2%를 제시했다. 내가 제시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탓에 10여분 간의 협상 끝에 정액기술료 1억원, 경상기술료 1.5%로 최종 확정했고 며칠 후 기술이전 계약까지 체결하였다.

실험실 수준의 특허기술과 산업현장의 수요기술 간의 격차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양자 간의 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가는 지가 때론 기술이전의 성패를 좌우한다. 양자 간의 간격을 점점 좁혀나가 더이상 차이가 없을때야 비로소 성공적인 기술이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K기업 대박~ 화이팅!!!

기술-기업 만남의 설렘과 두려움
기술이전협상 성공사례 #1: 2개 기술을 묶으면 기술료도 2배!
기술이전협상 성공사례 #2: 산 넘어 또 산이 있을 수도 있다
기술이전협상 성공사례 #3: 행복한 고민, 어느 기업에 기술을 줄까?
기술이전협상 실패사례 #1: 기술이전 협상도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기술이전협상 성공사례 #4: 한 번의 만남으로 기술실시계약까지 일사천리

[참고사항]

이 글은 오직 기술이전 중개자(협상자) 입장에서 기술하였으며, 해당 특허기술과 발명자 및 기업체 정보는 비공개 원칙에 따라 노출을 최소화하여 작성하였음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