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속이 없음을 뜻한다. 이는 기술이전의 핵심인 특허에도 적용된다. 수요기업에게 기술이전을 하려고 해도 이전받을 특허의 권리가 너무 좁아서 아무나 모방해도 아무런 대응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그 한 예다.
상쾌한 출발~~
연구원의 K박사. 수년간의 연구과제 수행 끝에 기존 시스템과는 상당히 차별화된 데이터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후 이를 특허로 출원하여 등록을 받았다. 자신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나온 분석결과에 나름 흡족한 탓에, K박사는 지난 해 3~4 차례의 외부 세미나를 통해 그 시스템을 소개하고 시연까지 했다. 참석자들의 반응도 꽤 좋았다고 한다. 자기 기관을 방문해서 시연해달라고도 하고, 그 시스템을 자기 기관에서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사용료는 얼마나 어떻게 지불해야 하는지를 묻기도 하는 등등.
일사천리 기술이전
2~3군데 중소기업에서 기술이전 의사를 밝혀왔다고 했다. K박사는 그 중 한 기업체와 함께 일한 적이 있어서 그 업체에게 기술이전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몇 차례의 미팅 끝에 기술료를 정액금 3,000만원에 경상료 10%로 최종 확정했다. 시장규모가 크지 않고 기술사업화 초기에 위험 부담이 클 것으로 판단하여 정액기술료를 낮게 책정한 반면, 컴퓨터프로그램 특허의 속성상 커스트마이징과 같은 초기비용 외의 다른 부대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서 경상기술료를 높게 한 것이다. 기술실시계약서를 작성하고 발명자와 기업의 검토까지 완료해서 모든 결재까지 일사천리로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계약서에 양 기관의 대표자 도장만 찍는 일뿐.
황당한 이메일 - 유망 특허에서 쓰레기 특허로
근데 며칠 후 그 기업으로부터 황당한 이메일이 도착했다. 회사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곧장 전화를 걸어 그 이유를 확인해보았다. 대답인 즉, 특허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이전받을 특허의 공개공보와 등록공보를 면밀히 검토하였는데, 그 특허는 특허출원 시에는 권리범위가 꽤 넓었지만 특허등록 시에 권리범위가 너무 좁아져서 어느 누구든 그 기술을 모방하여 사용해도 특허침해라고 주장하기 힘들 것이므로 기술이전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속된 말로, 쓰레기 특허에 불과해 기술이전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나름 특허전문가인 나 역시 처음부터 그 부분을 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기존 시스템과의 차별화가 뚜렷하다고 판단했기에 별 생각없이 기술이전을 추진했었다. 그런데 그 기업에서 내가 우려하던 부분을 족집게처럼 짚어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후 한 차례 미팅을 갖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기업체의 계약거절 의지가 확고한 탓에 더 이상 진행을 포기하는 수밖에.
그렇다. 모름지기 특허도 특허다워야 한다.
특허의 생명은 그 발명기술을 오직 그 발명자만이 독점 배타적으로 실시할 수 있어야 함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허의 권리범위가 너무 협소해서는 안된다. 얼마간 권리범위가 넓어야 타인이 쉽게 모방할 수 없고, 모방할 경우 특허침해로 간주하여 엄청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특허의 권리범위는 특허청으로부터 등록거절이유에 대한 의견제출통지서를 받은 이후 대응하는 과정, 즉 심사관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좁혀지는 경우가 많다. 즉 특허출원 시에는 권리범위가 넓었지만 등록거절이 나오면 그대로는 특허등록을 받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권리범위를 점차 좁히는 것이다. 전문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특허출원 시 종속항에 속했던 권리범위를 독립항에 추가시켜 권리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그러면 특허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적인 권리범위인 독립항에 “AND” 조건이 많아져서 그만큼 권리범위가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특허등록을 받는 경우가 가장 빈번하다.
사업화 유망특허는 넓은 권리 확보가 필수
위의 사례 역시 그에 해당된다. 따라서 기술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발명기술일 경우에는 특허사무소 등의 대리인으로 하여금 권리범위를 최대한 넓게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응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이전 담당자 역시 기술이전에 앞서 반드시 해당 특허의 권리범위를 확인해보고, 그에 맞춰 기술료를 적절하게 조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기술-기업 만남의 설렘과 두려움
기술이전협상 성공사례 #1: 2개 기술을 묶으면 기술료도 2배!
기술이전협상 성공사례 #2: 산 넘어 또 산이 있을 수도 있다
기술이전협상 성공사례 #3: 행복한 고민, 어느 기업에 기술을 줄까?
기술이전협상 실패사례 #1: 기술이전 협상도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기술이전협상 성공사례 #4: 한 번의 만남으로 기술실시계약까지 일사천리
기술이전협상 실패사례 #2: 특허기술(발명자)과 수요기술(기업) 간의 격차가 없어야
[참고사항]
이 글은 오직 기술이전 중개자(협상자) 입장에서 기술하였으며, 해당 특허기술과 발명자 및 기업체 정보는 비공개 원칙에 따라 노출을 최소화하여 작성하였음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