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태생적으로 외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자체가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조직이던 생물학적 존재이든 발생학적 기원은 그 이후의 과정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친일파가 그대로 잔존할 수 있었던 환경은 그 이후 한국의 대외정치는 물론이고 국내정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4.19와 5.18, 6.29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외정치와 국내정치는 외세의존적인 발생학적 기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유일하게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이 외세의존적 정치세력의 척결이었다. 바로 그 점 하나 때문에 남한은 정부수립 80년동안 북한에게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남한의 정치세력은 외세의존적인 태도를 마치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의 기반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점에서는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의 유일한 주인인 이재명이 최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권 당시 친미반북 정책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김현종을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미국에게 앞으로 굴종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박선원은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추천까지 했다. 여기에 이재명이 개입했다는 것은 언론에서도 보도한바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주도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한 경우는 노태우와 김대중밖에 없었다. 노태우는 북방정책으로 중국 러시아와 국교정상화를 추진했고 남북기본합의서를 채결함으로써 남북관계 발전의 기본틀을 만들었다. 이후 김대중도 러시아 및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했고, 남북관계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 한국의 정권이 한국의 이익을 위해 대외정책과 북한정책을 주도적으로 수행한 경우는 그때가 유일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을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진보정권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완전하게 장악했던 유일한 시기에 국제정치적 여건의 개선과 남북관계의 활로를 뚫을 수 있는 그 어떤 노력과 시도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친미일변도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일부 보수세력들이 문재인을 친중 친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상황을 전혀 잘못파악하고 있다. 문재인은 역대 어떤 정권보다 친미였고 반북이었다. 문재인은 한국이 다가오는 국제정치적 격변과 혼란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던 인물이고, 북한과의 신뢰를 완전하게 붕괴시켜 버린 책임자다. 북한이 남북간 관계를 민족관계에서 국가관계로 바꾸겠다고 결심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문재인을 통해 드러난 남한 진보세력들의 본질인 뼈속까지 친미반북적 태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재 주사파로 알려진 기회주의적 정치세력들이 앞으로는 북한과 관계개선을 주장하는 것 같지만 뒤에서는 결정적인 반북세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지원자는 정진상을 매개로 이어진 주사파세력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 및 진보당의 관계를 관찰해보면, 이들은 모두 하나로 이어진 것 같은 양상을 하고 있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진보세력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결정하고, 해방이후 약 80년간 이어오던 민족정책을 결정적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하여 민주노총과 진보당 등 야권 정치세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주사파 출신이 앞과 뒤가 다른 친미반민족 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권력장악을 통한 이익추구를 할 뿐이다. 그들에게 더 이상 이념은 없다. 권력과 권력이 제공하는 달콤한 꿀빨기만 있을 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트럼프가 이시바 일본총리와 회담을 하면서 북미관계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교섭 목적을 비핵화라고 했지만 그것은 말에 불과하다. 이미 미국과 일본 모두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일종의 제스츄어에 불과하다.
트럼프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게 되면 그 후폭풍은 현재의 한국정치세력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여러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멸공을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현재 국민의힘은 노태우의 보수정당과 전혀 색깔이 다르다. 더구나 결정적인 것은 국민의힘 정치인들 중에서는 노태우처럼 주도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자체가 없다. 현재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예외없이 친미종속주의자들이다. 이런 정당은 트럼프가 만들어내는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갈 수는 없다.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도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과 별로 다르지 않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동북아 정세변화의 핵심이 될 북한으로부터 오히려 국민의힘보다 더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도 문재인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북한이 민족관계에서 국가관계로 정책을 바꾼 것은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태도가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북미관계의 변화는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 전체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새로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며, 한중관계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필자는 북미관계 개선이후 남북관계 개선이 다가올 것이며, 이후 미국은 한국을 중국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시진핑이 우원식에 대한 대접을 높이고 있다는 보도는, 중국도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과거 박근혜 탄핵과 사드배치이후 한국정책에 실패했다. 한국에서 급격하게 상실한 중국의 영향력은 어설프게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금 북미관계의 개선이 가능할 수 있는 것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정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미관계의 개선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의 과실을 어떻게 따먹을 것인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 한국이 지금의 경제적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를 남북관계의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관건은 한국의 정권이 미국이 요구하는 것처럼 중국에 대항하는 돌격대장 역할에서 얼마나 탈피할 수 있을 것인가가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수는 없을 것이다. 현실적 힘의 역학관계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도의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한 한국의 정치권은 위에서 언급한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건 이재명이건 발생학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처하게 될 한계를 극복하려면 전적으로 새로운 이념과 목표를 지닌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국제정치적 상황과 국내정치적 여건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대중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중이 대중으로 머물지 말고 정치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인민으로 거듭나야 앞으로 한국의 미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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