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전쟁의 위기속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금까지의 세력균형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전쟁과 군사적 충돌 그리고 갈등이 정리되면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이미 미국 중심의 단극질서로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무리 친미일방주의자라고 하더라도 감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중동지역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중동지역의 상황을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국제정세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미국의 영향력이 어떻게 줄어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동지역에 대한 관찰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되어도 미국이 과거와 같은 강력한 국제정치적 위상을 회복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국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영향력이 어떻게 상실되어 갈 것이며 그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가 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미국은 전세계와 경제, 군사적인 면에서 총체적인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는 달러의 위상에 대한 공격을 받고 있다. 경제전쟁에서는 이미 우위를 상실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경제전쟁에서의 패배는 불가피하다. 미국이 아무리 reshoring과 friendlyshoring을 하더라도 원료와 시장의 상실을 상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략적 불리함을 상쇄하기위한 유일한 방법은 직접적인 군사적인 점령이다. 만일 직접적인 군사적 점령이 가능하다면, 미국은 서슴지않고 감행했을 것이다. 문제는 군사적인 점령은 커녕, 기존에 점령하고 있던 지역에서도 밀려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 수행하고 있거나 잠재적으로 전쟁이 예상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우크라이나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예멘후티 전쟁, 헤즈볼라-이스라엘 전쟁, 시리아 이라크 전쟁 등이 그것이다. 대만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하겠다. 이번 대만의 대선에서 민진당이 승리를 했지만 대만독립을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은 승리를 했지만 과반을 훨씬 차지하지 못했고 총선에서는 참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중동지역은 직접 교전상황에 돌입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전쟁은 두가지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의 전쟁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점령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측면이 있고, 이스라엘과 예멘지역은 중동에서 미국의 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하겠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제국주의적 점령의 마지막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는 미군기지의 철수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아직 이들 정부군 차원의 군사적인 행동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공식적인 전쟁의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지금까지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민병대들이 미군기지를 공격하고 있지만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군이 미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겠다. 최근 2-3일 사이이 미군이 시리아와 이라크의 민병대 기지를 공습했다. 미군기지들이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미군기지가 계속 철수하지 않으면 충돌의 강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고 결국 미군은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는 이미 승기를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들의 승리는 시간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예멘과 이스라엘에서의 전쟁상황도 그리 만만하지 않다. 현재 미국은 전세계적인 불안정을 이용한 현상유지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예멘지역과 가자 지역의 불안정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불안정을 통한 현상유지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자지역의 상황이 예상보다 이스라엘 군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멘지역의 불안정은 상당기간 오래 끌어도 별문제가 없지만 가자지역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가자지대에서 이스라엘군의 인명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스라엘도 전쟁을 계속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가자지대에서 전쟁을 중단할 수 있는 방안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밖에 없다. 만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수립을 인정하게 되면 중동의 상황은 또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것이 평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으나 시오니스트 제거를 위한 범 아랍의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멘과 가자지대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불안정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한다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불안정은 미국의 이익과 부합한다고보기어렵다. 같은 중동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시리아 이라크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미국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예멘과 가자에서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을 결정할 것은 이라크와 시리아, 그중에서도 이라크에서 미군의 철수여부가 될 것이다. 미국은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민병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결정짓는 사건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군기지의 철수여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시리아와 이라크 상황을 파악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미국이 얼마나 오랫동안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미국이 만일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무너지면 곧바로 우크라이나에서도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될것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도 붕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