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의 변화의 폭과 깊이 그리고 그 속도가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환기의 특징이 아닌가 하다.
요 며칠사이에 일어난 일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며칠간 일어난 일을 정리해보면 일정한 경향성과 방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국제정치의 주도권이 완전하게 러시아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도권의 전환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첫번째는 독일의 연정이 붕괴된 것이다. 숄츠의 내각구성에 참가한 자유민주당이 이탈함에 따른 결과다. 숄츠는 내년 3월에 총선을 하려고 하지만 야당은 내년 1월에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민주당이 이탈한 것은 숄츠의 사회민주당 지지도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사회민주당의 지지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악화 때문일 것이다. 독일은 유럽의 병자가 되어가고 있다.
독일이 경기침체에 직면한 것은 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노드스트림이 파괴되었고 당연히 독일은 산업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한국도 경기침체에 직면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 이유중 가장 큰 것은 에너지 가격, 그 중에서도 천연가스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상품 경쟁력은 떨어진다. 독일이 처한 문제의 본질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값싼 러시아 천연가스를 들여오지 못한 것이고, 한국의 문제는 장기간 저가에 공급받기로 한 카타르 천연가스를 유럽에 양보하고 값비싼 아시아 지역의 천연가스를 들여오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국의 문제는 원가경쟁력의 하락이 국제정치적 양보에 따른 것인데 그것을 모두 노동원가 하락으로 전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 들여오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는 필자의 추론이다. 사실여부는 상황을 두고 확인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독일과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독일과 폴란드가 한발씩 빠졌다. 독일과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 것은 각각의 국내정치적 이유도 있겠지만 우크라이나 전황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는 전쟁에 베팅을 하는 경우는 없다. 한국의 윤석열 빼고는.
유럽이 손을 빼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패배는 유럽 안보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세번째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정권출범이전부터 이미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휴전을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택도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했을때 부터 필자는 이번 전쟁은 정치적 협상이 아니라 군사적 점령으로 최종 정리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러시아가 제시한 특수작전 목적인 비나찌화와 비군사화는 군사적 점령이 아닌 외교적 협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극소수의 일부지역을 제외한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해야 러시아는 전쟁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현재 점령한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우끄라이나 비나찌화와 비군사화를 평화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트럼프의 제안을 완전히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는 뿌찐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장을 확대한 것을 경고했다고 하지만 러시아는 이미 한참전에 강을 건너버렸다.
트럼프는 집권이후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관계를 이격시키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협력의 정도를 더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 의해 조종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쇼이구는 11-14일 사이에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의 왕이와 교섭을 가진다. 이들의 교섭은 트럼프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미국이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를 일시 해제했지만 이런 유화적 조치가 러시아의 태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대러시아, 대중국, 대이란, 대북한 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네번째,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국가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은 인도와 국경문제에 대한 관리방식에 합의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문제해결은 중국과 인도를 갈라칠 수 있는 미국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라고 하겠다.
극적인 것은 인도네시아 신임 대통령 프라보워가 10일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거기에서 서로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지역에서 어업, 석유 및 가스 공동개발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태도 변화는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및 필리핀에게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최근 한국을 일시 비자면제국으로 지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런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것은 당연히 미국의 남중국해 개입 여지를 줄이고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하겠다.
다섯번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개선 움직임이다.
10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야드 총참모장이 이란의 테헤란을 방문하여 모하마드 총참모장과 회담을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책임자간 방문과 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역사적 증오심을 이용하여 서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이란과 사우디간 군사협력은 앞으로 미국이 그들의 관계를 이용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에서 트럼프의 미국에 의지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요 며칠간 발생한 사건들은 그 방향이 매우 뚜렷하다. 러시아와 중국, 동남아와 서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퇴조를 실감할 수 있는 변화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이런 변화가 동북아지역에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여전히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편승하려고 하고 있다. 물론 일본은 미국중심의 국제질서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국익을 추구하는 한편, 지정학적 변화에 편승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한국은 그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편승하면서 이익보다는 손실을 더 크게 당하고 있고, 지정학적 변화에 편승하기 위한 기회조차도 스스로 내 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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