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7 유럽 극우정치 세력의 부상, 이들은 과연 진짜 극우인가

in hive-168850 •  5 months ago 

명명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제대로 이름을 붙이면 대상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왜곡된다. 이런 현상을 이용하여 고의적으로 의미를 왜곡시키기위한 명명을 하기도 한다. 명명은 대상의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충분하게 객관적으로 그리고 총체적으로 파악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인상과 주장만으로 대상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유럽에서 대두하고 있는 소위 '극우' 정치세력이라는 명명은 가장 대표적으로 왜곡되지 않았나 한다.

유럽 정치에서 극우란 곧 파시즘, 즉 히틀러의 정치적 이념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오늘날 유럽에서 극우라고 불리는 정치세력들이 극우라고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반이민정책'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유럽 정치세력들이 주장하는 '반이민'이 과연 히틀러의 파시즘이 추구했던 '인종주의'와 동일한 성격인가하는 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유럽 극우세력들의 '반이민'정책과 파시즘의 '인종주의'는 전혀 맥락이 다르다.

파시즘의 인종주의는 근본적으로 백인우월주의에서 출발한다고 하겠다. 그것은 제국주의적 지배이념의 연장선상에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소위 아리안 인종을 제외한 나머지 인종에 대한 폭압적 지배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 인종주의라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 유럽 극우정치세력의 반이민 정책은 파시즘의 인종주의와 전혀 맥락이 다르다. 파시즘의 인종주의가 극단적 제국주의의 지배메카니즘이라면, 유럽 극우세력들의 반이민정책은 대중의 삶을 위한 주장으로 그 본질은 좌파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 유럽에서 반이민주의가 등장하게 되었는가를 먼저 따져 보아야할 것이다. 유럽에서 이민문제가 발생한 것은 자본의 이익 때문이었다. 유럽의 자본은 인구감소로 인해 외국의 저임 노동자들을 필요로 했고 그래서 이민자들이 유입되었다. 특히 독일인구의 20%가 넘는 튀르키예 출신은 전형적인 저임노동자들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그럭저럭 굴러가던 유럽은 점점 더 많은 저임노동자들을 외국에서 받아 들였고 이들 저임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를 마치 좌파적 정당성이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 이들 저임 외국노동자들의 대거유입은 결과적으로 유럽 노동자들의 삶의질을 점점 더 떨어 뜨렸고 이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다.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시리아 난민의 대거 유입이었다. 미국이 시리아에 개입하면서 내전이 발생했고 엄청난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되었다. 억지로 하층 유럽노동자들의 불만을 막아오던 유럽은 시리아와 중동으로부터 대규모 인구유입이 되면서 더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 유럽의 이민과 난민유입은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 즉 제국주의적 현상의 산물인 것이다.

결국 유럽에서는 반이민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했고 이들은 유럽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유럽 극우세력들의 반이민 정책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좌파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유럽 사민주의자들이 이민자들에 대한 인권정책은 결과적으로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위선이었다고 하겠다. 오늘날 유럽의 사민주의가 쇠태하는 것은 자신들을 지지해온 노동자들의 이익을 배신한 결과라고 하겠다. 유럽 사민주의의 인권주장은 극단적인 극우적 노동탄압을 위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 유럽 극우정치세력을 '극우'라고 명명한 것은 완전한 오류이자 현상의 왜곡이라고 하겠다.

물론 기왕에 이민한 사람들이나 난민들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유럽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외국으로부터 이민이나 난민을 더 이상 받아들이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다. 외국 이민과 난민의 유입으로 타격을 받은 것은 처음에는 저임노동자들이었으나 점점 그 타격은 위로 올라간다. 오늘날 유럽에서 소위 극우정치세력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한 것은 이민과 난민의 유입으로 인한 기존 유럽인들의 피해의 범위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오늘날 유럽 극우세력들은 극우라고 불리우기 보다는 민족주의라고 불리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민족주의와 동양의 민족주의는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민족주의라는 용어가 서양에서 들어왔지만. 이미 동양은 오래전부터 국민국가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치권력이 작동하고 있었다. 동양은 경제적인 국민경제를 넘어선 문화적 공동체적 개념을 지니고 있었던 반면, 서양의 민족주의는 문화적 공동체까지 도달하지 못한 국민경제적 공동체의 개념만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양의 민족주의와 동양의 민족주의는 그 내용이 매우 다르다고 하겠다. 상당히 다른 역사적 경로를 겪은 세계를 하나의 용어로 동일하게 파악하려는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하겠다.

현재 유럽의 극우세력들은 글로벌리스트들의 지배에서 벗어나 국민경제 공동체를 다시 확립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하겠다. 이들 극우세력들이 반동적 방향을 지향할 지 아니면 부흥민족주의를 지향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유럽은 정신적 문화적 공동체의 민족역사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동양과 같은 민족문화 공동체와 같이 발전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유럽 극우세력을 '극우'라고 부르는 것은 완전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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