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24 독일 총선결과, 독일의 반동성과 EU해체 문제에 대해

in hive-168850 •  9 hours ago  (edited)

독일 총선이 치뤄졌다. 결과는 예상했던 바와 동일하다. 기독교민주당(CDU) 22.6% , 기독교사회당(CSU) 6.0%, 독일대안당(AfD) 20.8%, 사회민주당 16.4%, 녹색당 11.6%, 좌파당 8.8% 을 득표했다. 의석을 보면 전체 630석 중 CDU/CSU 연합이 208석, 독일대안당 152석, 사민당 120석, 녹색당 85석, 좌파당 84석으로 예상하고있다.

정권을 수립하려면 315석이 넘어야 하기 때문에 기민/기사당 연합은 사민당과 연정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론은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기사당 당수인 메르츠는 연정의 기준으로 이민정책을 들고 나왔다. 현재 기민/기사당과 이민문제에 동일한 입장을 가진 정당은 독일대안당이다. 연정의 구성이 언론의 예측과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4월 20일까지 연정협상을 마무리한다고하니, 다음 독일정권이 어떤 성격을 지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민/기사당 독일대안당 연립정권의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완전하게 배제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한다.

이번 독일 선거의 중요 쟁점은 크게 두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는 이민문제, 두번째는 우크라이나 전쟁문제이다. 이 이슈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향후 독일정치와 유럽의 운명을 보는 시각은 달라진다. 필자는 이슈자체보다 이슈에 대한 독일 계급과 계층의 입장에 촛점을 두어야 향후상황을 보다 타당성있게 전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민/기사당과 독일대안당은 이민을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른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이다.
기민/기사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적인 입장이고, 독일대안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다.

이민반대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이슈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이민반대는 독일 대중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독일 대중들의 생활환경이 악화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이민정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떤 성격을 띠고 있을까? 독일 대중의 이익과 관점을 반영하고 있을까? 아니면 독일 자본의 이익을 반영하고 있을까? 그게 아니면 미국에 종속적인 독일 정치세력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것이 독일 대중의 의지와 상반된다면, 그것은 독일 자본의 입장이 아니라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과 같은 자유주의적 정치세력의 입장과 관련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지지를 독일 자본의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독일 대중의 의견을 가장 분명하게 반영하고 있는 정치집단은 독일대안당이라고 하겠다. 이것은 기민/기사당도 독일 대중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보면 잠정적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독일자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값싸게 들여오던 에너지를 상실했고 그 이후 경제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독일을 유럽의 병자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이번 독일 총선은 향후 유럽정치의 전망 그리고 국제정치의 향방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유럽 정치는 EU와 NATO라는 두가지 얼굴을 지니고 있다. 최근 들어 EU와 NATO 모두 삐걱거리고 있다. 트럼프는 NATO에서 탈퇴한다는 소리까지 했다. NATO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EU는 내부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유럽연합이 결국은 냉전이후 미국의 세계지배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방법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유럽통합을 통해 유럽의 정치적 역동성을 약화시켰고, 오늘날 볼 수 있는 독일사민당, 영국 노동당과 같은 리버럴 정당을 순치시켜 온 것이다. 사실 독일 사민당과 영국 노동당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이미 미국의 영향력에 확고하게 장악되어 있었다. 그로미코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1960-70년대 독일 사민당과 영국 노동당이 얼마나 이중적이었고 미국종속적이었는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독일총선은 EU의 존속에 중대한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EU는 실패했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 대 EU의 경제적 격차는 역전되었다. 1990년대만 해도 EU의 GDP가 미국을 앞섰다. 그러나 질금은 미국이 한참을 앞서고 있다. EU가 없었다면 현재 유럽의 모습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보다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래 유럽의 힘은 각자의 분명한 정체성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강해졌다. 지금의 EU는 정체성도 상실해가고 치열한 경쟁과 혁신도 상실했다. 현재와 같은 현상은 EU가 실패했다는 분명한 증거다. 앞으로 유럽은 실패한 EU를 계속 가지고 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나토와 EU가 해체될 것이란 성급한 예견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방향으로 논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독일대안당은 분명하게 EU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입장은 어떤 세력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을까? 아마도 독일자본의 이해를 가장 많이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찌의 경우에도 독일 대중과 독일 자본이 결합했다. 현재 독일대안당은 그런 점에서 나찌의 초기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민/기사당과 사민당의 연립정권이 성립된다면 이것은 독일 대중과 자유주의적 독일정치세력의 불안한 정치적 정체성의 결합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불안정성은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나라도 자본의 힘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현재 독일자본의 가장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종식시키고 러시아로부터 값싼 에너지를 들여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현재의 독일 정치세력 중에서 자본의 이익을 가장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정당은 독일대안당이 아닌가 한다. 독일대안당의 급속한 세력확장의 배경에는 독일 자본의힘이 작용하고 있는것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시점에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독일의 정치세력이 점점 국가주의적 성격을 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번에 기민/기사당 및 독일대안당 연립정권이 만들어진다면, 향후 독일은 지금보다 상당히 국가주의적인 경향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고, 유럽연합도 해체의 수순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독일은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하에 있는 EU와의 관계를 청산하려고 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한 지금의 상황에서 자본은 국가의 영역을 자유롭게 뛰어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유럽은 다시 국민경제의 시기도 접어 들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지금 독일대안당을 극우라고 하면서 마치 나찌와 동일선상에서 보고 있는 시각이 많은데 필자는 생각과 관점을 조금 달리한다. 신자유주의에서 국민경제로 환원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 원래 반대에서 반대로 가는 힘은 초기에는 더 강력한 법이다. 나찌를 경험한 독일대안당이 나찌와 같은 대외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독일대안당의 반동성은 그리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겠다.

전후의 독일을 나찌와 완전하게 손절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꽤 있던데 그것은 사실을 매우 잘못안 것이다. 독일은 전후에도 나찌를 청산하지 못했다.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독일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들의 배경은 나찌출신이다. 나찌도 독일의 역사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마치 일본 정치세력의 핵심이 여전히 사츠마 조슈인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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