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25 사우디아라비아 인민의 96%가 이스라엘과 관계단절을 요구하는 여론의 국제정치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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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 민심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2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INEP)가 지난 달 1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96%가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향후 아랍과 중동지역의 국제정치 더 나아가 세계정세의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가자사태가 발생하고 처음 제시한 고려사항의 하나가 중동과 아랍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권을 상실하는 경우에 대한 것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한편, 이스라엘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이스라엘을 이용해 한편으로는 이란을 견제하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 덕분에 미국의 아브라함 조약의 구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자사태가 발생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구상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평가함에 있어서 대중의 의견과 같은 지극히 당연한 요소들은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빈살만이 정국을 독점적으로 주도하기 때문에 대중이나 인민의 입장과 태도 그리고 요구같은 것을 별 고려요소가 되지 못했다. 이번 여론 조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과거와 같은 상황에 머물러 있기 어렵게 되었다는것을 의미한다. 좋컨 실컨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는 가자사태이후 인민의 의견과 생각들이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가자사태가 발생하고나서 사우디라아비아 정부가 가자사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왕정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한 적이 있다. 그런 가능성이 점차 현실로 다가 오고 있다는 것이 이번 뉴욕타임스의 여론조사 결과가 아닌가 한다. 이번 여론조사가 발표되기 며칠전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이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관계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언급을 한 적이 있었다. 가자사태 이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의 발언에 의아했으나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그런 태도변화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중의 의견변화는 여러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번째는 사우디아라바아가 지금처럼 좌고우면하는 태도를 취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일 지금처럼 가자사태에 오불관언하고 있으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정자체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집단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 대중들에게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이슬람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왕정과 공화정 가릴 것 없이 그 어떤 정치체제도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유지하기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예외는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거처럼 미국을 이용해서 권력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는 과거와 정반대로 권력을 유지하기위해 미국과 거리를 두고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가 중요한 것은 그동안 아무런 고려사항도 되지 못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인민들이 역사의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인민의 이런 생각들이 사우디 왕가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만일 사우디 왕가가 인민의 요구와 생각을 무시한다면 왕가의 존립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가장 강력한 상대는 이란이 아니라 인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우디 왕가가 살아남기위해서는 인민의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려면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

만일 그렇게 되면 중동지역에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해관계가 같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천년 넘게 견원지간이었던 시아와 순니가 이스라엘이라는 외부의 도전에 맞서서 서로 힘을 합치는 역사적 화해라는 결과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지나친 폭격과 민간인 살상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하겠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이 이렇게 되면 미국도 중동지역에서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예멘후티 반군으로 인해 미국은 수송로의 안전도 확보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제는 미국이 역점을 두고 있었던 아브라함 조약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도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자사태가 처음 발생했을때 이스라엘이 대처를 잘못하면 존립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 그런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앞으로 아랍과 중동지역의 변화를 추적할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인민의 생각이 어떤 작용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가 현명하다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반이스라엘 정책을 통해 인민의 지지를 얻으려 할 것이고, 어리석다면 미국의 군사력을 이용하여 권력의 안전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만일 사우디아라비아가 태도를 바꾸어 이스라엘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되면 아랍과 중동의 상황은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 것이다. 우선 예상가능한 것이 이스라엘에 대한 중동과 아랍지역의 경제제재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에너지 보급이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입장이 서로 정리되면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헤즈볼라의 대이스라엘 군사행동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중동에서 다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윤석열 정권은 예멘반군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함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이 모두 뒤로 물러서고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GCC국가들도 참가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 정치엘리뜨들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한국이 처한 위기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위기는 패권국가로서 전략적 구상능력을 상실한 미국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하겠다.

한국 정치엘리뜨들의 이런 무능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인민들이 똑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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