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월 16일 스텔스 전략폭격기 B-2로 예멘 후티를 타격했다고 한다. 그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닭잡으려고 소잡는 칼을 쓴 것이다. 언론보도를 보니 벙커 버스터로 지하 무기고 5곳을 폭격했다고 한다. 폭격의 성과는 알 수 없다. 언론은 이란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고 한다.
전략폭격기는 예멘과 같은 조그만 국가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중국, 러시아, 이란 같은 국가와의 전쟁에 대비하여 보유한 전략적 수준의 항공기다. 핵폭탄을 투하하거나 결정적인 공격을 가할 때 사용한다. 그런데 미국이 벙커 버스터로 5곳의 지하무기고를 폭격하기 위해 국가급 군사자산인 B-2를 동원한 것이다.
항모에 탑재된 전투기로도 충분히 벙커버스터를 투하할 수 있는데 굳이 미국 본토에서 예멘까지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을 할 때 재보복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경고가 먹힐지는 의심스럽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폭격을 하면 다시 보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의 재보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미국이 이란을 직접 본토에서 B-2를 이용하여 공격하는 방안도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현재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이스라엘은 항공기를 이용하여 이란까지 접근할 수도없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보유한 전투기 항속거리 한참 밖에 있으며, 사우디 아라비아와 여타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공격을 위해 자국에 있는 공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미국 공군도 포함된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예멘 후티에 B-2를 통원한 것은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필자는 미국이 이번 B-2 폭격으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과 관련된 군사적 행동을 종료하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도움없이 이란을 공격할 수 없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여 공격에 참가하는 순간 미국과 이란은 사실상 전면전의 상황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이란은 사력을 다해 홍해와 지중해에 있는 미국해군 세력은 물론 걸프 국가의 미군 기지에 공격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격으로 미국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인 조치를 종료하기 위한 의미하에 전략폭격기를 동원했다면 이는 서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위신을 오히려 더 떨어 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고 하겠다. 서아시아 국가들의 향방을 결정지을 요소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위시한 걸프국가들의 동향이다. 걸프 국가들은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보다 오히려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의 퇴조를 더 우려할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B-2를 동원한 것은 국내정치적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민주당 정권이 이란과 이스라엘 문제에 강력하게 개입하여 범유대 세력의 지원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서아시아 문제는 전쟁이 아닌 외교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전쟁을 하려고 한다면 이란의 결정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이란은 군사적인 방법보다 외교적인 수단으로 이스라엘을 고사시키고 미국의 영향력을 서아시아 지역에서 서서히 몰아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인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자신들이 아닌 예멘과 헤즈볼라를 이용했다.
이란은 일종의 저강도 분쟁이라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는 말과 같이 지속적인 군사적 긴장과 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응하기 어려운 것 같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군사적 충돌의 수준을 높여 이란이 견디기 어렵게 만들거나 외교적으로 대화를 통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밖에 없다. 유감스럽게도 그 두가지 방안 모두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택하기 어렵게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특별한 상황의 변화가 없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리하게 계속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계속 소모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나 헤즈볼라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런 요인암살로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저항을 약화시키기 어렵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에 암살되기 전에 이미 헤즈볼라가 소규모 조직별로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헤즈볼라 지역에 들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하마스로 마찬가지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간의 충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이에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던 알카에다를 강력하게 타격하고 있다.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은 27년까지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면 시리아를 점령하고 있는 미군과 미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알카에다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앞으로 서아시아의 방향을 서서히 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상황이 방향을 잡으면 다시 방향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이제까지 이란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란 외무장관이 이집트를 방문했다. 이집트는 수니 국가의 약한 고리에 해당한다. 이집트는 수니국가지만 걸프국가들과 성향이 다르다. 아마도 이란은 이집트를 미국의 영향력에서 상당부분 이탈시키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의 동향도 이란이 추구하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앞으로 이집트가 어떻게 나오는가가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