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 무대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이다. 무대를 이스라엘이라고 한 것은 현재 서아시아에서 진행되는 전쟁의 핵심 주체가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두 전쟁은 여러가지 면에서 유사하다.
첫째로 두전쟁 모두 대리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우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전쟁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스라엘 전쟁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와 언론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 필자는 이런 평가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서아시아 지역의 석유를 통제하고 장악하기 위한 미국의 수단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의 가자지대와 레바논 및 요르단 서안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은 미국의 허락없이는 발생하기 어렵다. 물론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행동도 이란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현재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군사적 충돌을 명백하게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두 전쟁 모두 비인도적인 행위가 잔혹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권과 그들을 지원하는 아조프 군사조직은 전형적인 나찌주의자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처음에는 러시아군이 잔혹한 비인도적 행위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모두 사실과 달랐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군이 무차별적으로 민간인 지역을 포격하고, 포로를 살해하는 등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편에 참가하는 용병들은 전사할 경우 내장을 모두 적출한다는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군 중에도 전사한 병사의 시체에서 장기가 적출되었다는 보도는 많았다. 이렇게 적출된 장기가 서구로 넘겨진다는 의혹이 많지만 서방언론은 이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가자시대에서 이스라엘은 고의적으로 피난민 캠프를 폭격하고나 민간인을 골라서 살해했다. 현재 가자지대에서 사망한 민간인은 4만명을 훌쩍 넘어 5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 중에 어린이는 30-40%에 달한다. 이제까지 어떤 전쟁에서도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폭격한 적은 없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이 내용적으로는 별로 다르지 않으나 이상하게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여러측면에서 관찰할 수 있다. .
먼저 대중들과 정치지도자 사이에 입장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내의 차이다. 미국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이스라엘 전쟁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또 다르다. 대선후보인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해리스에 반대하던 미국내 무슬림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트럼프는 그런 무슬림의 지지 움직임과 무관하게 강력하게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것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럽은 미국보다 입장차이가 훨씬 더 심하다. 유럽의 대중들은 미국보다 훨씬 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민간인 폭격에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 10월 7일 독일의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대 만행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슈타인마이아가 이스라엘을 지지한 발언을 한 것은 현실정치인들은 더 이상 대중을 설득할 힘을 상실했기 때문일것이다. 이제 대중에게 호소할 수 있는 유럽의 자산이란 대통령이란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한 것이다. 유럽에서 반이스라엘의 분위기는 임계지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대중과 정치지도층과의 분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 전쟁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유럽의 대중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 전쟁이나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지도층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을 모두 지지한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에 대해서 대중과 정치지도층과의 인식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면, 한국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중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해서는 러시아에 부정적인 인식을, 이스라엘 전쟁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에 부정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때문에 한국 대중들의 선택적 선호현상이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의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입장이 많이 바뀐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인남식 교수가 10월 7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新중동천일야화] 얼핏 이기는 듯 보이지만… 이스라엘은 국민·친구 잃고 적만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인남식 교수는 그동안 이스라엘을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그동안의 정서적인 태도를 버리고 매우 현실주의적 입장으로 전환했다. 인남식 교수가 기고한 내용은 그동안 필자가 주장했던 방향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이 견지해오던 정서적이고 이념적인 태도에서 갑자기 현실주의적 태도로 바뀐 것이 무슨 이유인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인남식 교수의 글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국책연구및 교육기관에 있다는 한계로 인해 정부의 서아시아 지역에 대한 입장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가장 보수적인 기득권 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선일보에서 이스라엘이 어찌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는 것이다.
그의 글을 보면서 크게 두가지 점에서 생각을 하고 있다.
첫번째는 한국 대중들의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주류 정치세력과 어떤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남식 교수의 입장뒤에는 한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미국과 서아시아 지역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는가 하는 점이다.
두번째는 왜 이스라엘 전쟁과 비슷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와 대중들은 여전히 정서적 이념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중과 전문가들은 현실주의적 패러다임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런 분열적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잘모르겠다.
답은 없다. 앞으로 계속 두고 관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