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가지면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전쟁수행 방식과 차이가 많다. 이전에 필자는 주로 무기체계의 변화에 따른 작전수행 양상의 변화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주로 군사과학기술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작전수행방식에 일대 변화가 발생했는데 여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지상군의 경우 드론, 공군의 경우 방공무기, 해군의 경우 대함미사일과 같은 것들이 되겠다.
드론은 전차와 장갑차의 역할을 제한했으며, 방공무기의 발전으로 공군기는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대함미사일과 수상드론으로 해군함정 특히 대형함정은 좋은 표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작전수행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기동전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기계화부대의 종심깊은 진출과 작전템포와 같은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전투는 참호전과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었으며, 시가지는 중요한 장애물이 되었다. 제2차 대전당시 스탈린그라드나 레닌그라드 전투에서도 시가지가 주요전장이 되었지만, 그런 경우는 비교적 특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시가전이 가장 중요한 전장이 되었다. 전황도 시가전에서 결정이되는 모습이었다.
군사이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위에서 개략적으로 언급한 것과 함께 작전술과 전술의 상관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작전적 수준에서의 구상을 전술적 조치를 통해 구현해나가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작전적 구상과 전술적 상황의 상관관계가 많이 변화했다.
전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전적 구상보다도 전술적 상황과 성과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의 전사를 살펴보면 작전구상을 구현하기 위해 전투와 전술적 조치를 했다. 그런데 군사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작전구상을 구현하기 위해 전술적 조치를 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너무나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술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작전적 구상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서 전술적 상황에 따라 작전적 구상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우발적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전술적 상황에 따라 작전구상을 신속하게 판단하고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되는 것 같다.
과거와 달리 고급지휘관이 작전구상을 하고 전술제대가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전투행위를 하기 보다는 전투와 전술적 상황에 따라 작전구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일반적인 상황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상급지휘관이 장차작전에 주안을 두고 지휘한다면, 현장 지휘관은 현행작전에 주안을 두고 지휘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일반적인 상황이었는데, 상급지휘관이 현행작전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상급지휘관과 지휘소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고급지휘관에게 상당한 부담을 가중하게 될 것이다. 통상 최전선의 상황과 군사령부급 지휘부는 전선 상황을 파악하는데 적어도 12시간에서 하루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과거의 경우에는 이런 최전선 상황의 파악에 시차가 발생하더라도 상급 지휘관이 우발상황에 대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상급 부대와 현장부대간의 상황파악의 시간차이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적절한 조치를 하기 어렵다. 따라서 권한과 책임을 예하부대로 내려주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대대장과 연대장은 사단장 및 군단장은 물론이고 군사령관의 수준에서 판단하고 고려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최고급 지휘관들은 전장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상급지휘관들이 현장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잘못하면 현장부대의 작전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군이 상급지휘소와 현장부대간에 어떤 상호관계를 가졌는가에 대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런 자료들은 아마도 일반사회에는 잘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러시아 지휘참모대학에 유학을 보낼때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여 이런 문제를 공부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국군은 러시아 지참대에 유학보내는 것을 중단해버려서 앞으로 이런 교훈을 얻기가 쉽지 않게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