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을 읽어라도 보고 무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 미래가 마치 정해져 있는 것처럼 내 꿈을 무시해 버렸고 나는 그런 취급을 받을수록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포기해버리면 무시당했던 말들과 서러웠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상처로만 남을 터였다. 생업을 놓고 본격적인 글만 쓰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집에만 있는 나를 궁금해했고 나는 나를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백수예요."
"아...."
이러나저러나 사람들은 내 대답에 말문이 막혔지만, 나는 그런 방응에 익숙해져 갔다. 무시, 비아냥, 동정, 비난 등을 견디는 힘은 글에서 나왔다. 꿈이 글이고 글이 꿈이었으니 참 다행이었다.
비로소, 정말이지 비로소, 등단이라는 빌어먹을 관문을 통과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과거에 했던 말을 까맣게 잊은 채 태도를 바꾸었다. 첫 출간을 하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는 10년 넘게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의 톡이 날아들었다. 한때 내 삶을 비난했던 그들의 톡을 나는 가볍게 일씹 했고 뭔가 희열을 느꼈다. 그 뒤로 조금씩 복수를 하고 있다. 나를 무시했던 자들을 소설 속에 등장시켜 죽이거나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복수를 다 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열심히 소설을 쓴다. 지금처럼 등단한 무명 작가로 얼마나 오래 머물지 모르겠지만, 괜찮다. 나는 언제나 계단 두 개씩은 오르지 못했으니까.
책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