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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적기] 인생은 왜 힘든걸까 #12 개체는 존재의 전부가 아니다

그대가 나에게 물었다.
"존재가 의식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습니까?"
나는 답했다.
"허공에 집중해봐."

차를 타고 거리를 달리다 보면
무심코 주변 풍경을 관찰하는 순간이 있다.
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볼 때
물체에 집중하지 말고 허공에 집중해보자.

거기에 무엇이 있는가?
거기에 내가 있다.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바로 나다.
나는 허공에도 있고, 차 안에도 있고, 가로수에도 있고
타인이라고 생각하는 몸 안에도,
나라고 생각하는 몸 안에도 있다.
나라는 존재는 내 몸 안에도 밖에도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곳에 두루두루 퍼져 있다.

이 말은 처음 접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지만
마음을 내어 서두르지 말고 오랫동안 탐구해보자.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두어 탐구해보면 어느 순간 답이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세탁조 안에 여러 가지 세탁물이 담겨 있다.
우리는 대개 습관적으로 각각의 세탁물에 집중한다. 이제 이 습관을 바꾸어 세탁물이 아니라 세탁물이 잠겨 있는 물에 집중해보자. 세탁물들이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면 각각의 세탁물을 나이고 너이며 참 존재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참 존재는 각각의 세탁물이 아니라 세탁물 안과 밖에서 세탁물을 관통하고 있는 물과 같은 존재이다.

하나의 물컵 안에 여러 개의 빨대가 꽂혀 있다. 각각의 빨대가 개체로서의 자신을 주장하겠지만 참 존재는 빨대가 아니라 컵을 가득 채운 물과 같다. 그러니 이제 개체로서의 사물이 아니라 그 사물을 담고 있는 허공과 배경에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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