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용지(사진)를 문화공원
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대한항공이 긴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송현동 용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시 계획대로 공원으로 지정될 경우 개발가치가 없어져 제 값을 받고 땅을 파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2조원 규모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구안 핵심인 송현동 용지 매각이 불발될 경우 대한항공의 자구 노력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송현동 대한항공 용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시는 오는 6월에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한 뒤 8월에 정식으로 송현동 용지를 공원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채권단에서 1조20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최근 1조원 유상증자와 송현동 용지를 포함한 자산 매각 등 자구안을 마련했다. 송현동 용지는 대한항공이 매물로 내놓은 자산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크다. 관련 업계는 이 땅의 현재 시세가 최소 5000억원, 최대 7000억~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원화 방침을 천명하면서 대한항공의 자구안은 확정되자마자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서울시는 향후 수의계약으로 송현동 용지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경우 대한항공으로서는 제 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토지는 감정가격이 대부분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매겨지는 데다 건축이 불가능한 문화공원으로 용도가 바뀌면 감정가격은 자칫 공시가격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송현동 용지 공시가격은 ㎡당 845만7000원(2019년 기준)으로 용지면적을 감안하면 3100억원 안팎이다. 이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빙부인 고(故) 김봉환 전 국회의원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현동 용지 매각 건을 두고 "(서울시 계획이) 안 바뀌면 그냥 가지고 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값에 팔지 못하면 매각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