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 벤조디아제핀, Benzodiazepine
the first
알프라졸람, Alprazolam
상품명 : 자낙스0.25mg / 성분명 : Alprazolam0.25mg
처음 공황발작을 겪고나서 방문한 개인정신과의원에서 첫 번째로 받았던 약이다. 상품명 자낙스, 알프람, 자나팜 등으로 알려진 알프라졸람은 벤조디아제핀계열에 속하는 항불안제다. 특히나 알프라졸람은 반감기가 짧고, 약효발현시간이 굉장히 빨라서 갑자기 찾아오는 공황발작에 1순위로 쓰이는 약제라고한다.
나는 그때 당시 공황발작에 대해 잘 몰랐기에 다른과에서 심전도, 초음파, 피검사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들을 모두 한 상태였다. 모든 게 정상이었고, 그래서 타과의사의 권유로 정신과를 찾게 된 것이었다. 진단명은 우울증, 공황장애였다.(사실 나는 이때 당시 우울증은 부인했다. 그저 성격이 염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단을 받고, 항불안제 성분의 약을 받아보면 정신과 의사 성향과 판단에 따라 2가지 방법을 선택한다.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날이 거의 매일 있다싶으면 하루 2-3번 정기적으로 복용하도록 처방을 해준다.(대부분 초기에는 이렇게 처방하는 듯하다.)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횟수가 줄어들거나 강도가 심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전체적인 항불안제 용량을 줄이고 대신에 '필요시약'을 처방해주신다. 말 그대로 공황발작이 기미가 보이면 바로 복용하라는 약이다.
벤조디아제핀계열의 항불안제는 의존성이 있다. 국내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기에, 재고관리가 엄격하다. 의존성이 있기에 습관성과, 약물남용 및 중독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처방하는 정신과 의사는 무분별하게 처방하지 않는다.
나는 우선 알프라졸람0.25mg을 하루 3번 복용하도록 처방받았다. 이 약 덕분에 공황발작까지는 안갔지만,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불안증으로 인한 신체화증상이 극심했다. 식은땀이 나고, 식사를 못하고, 소화가 안되고, 토악질을 하고, 몸 이곳저곳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도 숨을 못 쉴 정도의 공황발작은 이 약물복용을 시작한 뒤로 초기 몇 개월간은 잠잠했다. 그 기간이 생각보다 너무 짧았다는 게 문제였지만.
물론 항우울제(SSRI), 항부정맥제(맥박↓)도 같이 처방받았다. 한달 정도 네 가지 약물을 계속 복용했지만, 나는 항불안제인 알프라졸람을 복용하면 거의 바로 느껴지는 편안함이 제일 좋았다. 그때 당시 불면증도 있었는데, 어느정도 잠을 깊게 잘 수도 있었다.
알프라졸람0.25mg을 하루 3번 복용하면 0.75mg가 된다. 총 0.75mg 복용했지만, 치료에 호전은 크게 없었다. 그런데도 항불안제의 특성상(신경안정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직장에서 늘상 피곤했다.(어쩌면 피곤했던 게 아니라, 우울증이 심해서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품명 : 자낙스0.5mg / 성분명 : Alprazolam0.5mg
공황발작은 아주 미묘하게 느꼈으나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대신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불안증이 심해졌고, 신체화증상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퇴근하고 집에 와서 씻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의 극심한 불안증이 밀려왔다.
내 얘기를 듣던 정신과 의사는 내게 0.25mg 용량을 바꾸었다. 0.5mg. 2배로 올린 것이다. 총 용량 0.75mg의 두배인 1.5mg로 바뀌었다. 게다가 필요시약 0.25mg 추가해주었다. 총 1.75mg가 되는 셈이다. (갑자기 크게 용량이 높아 진 것은, 아마 재진료 이전에 2번이나 심한 불안증으로 응급실에서 안정제를 맞았던 것을 말했기 때문인 듯하다.)
아침, 점심, 저녁 알프라졸람0.5mg은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필요시 알프라졸람0.25mg은 불안증을 도저히 참아낼 수 없을 때 복용했다.
필요시약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의존성 때문에 많이 주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14일 처방이라면, 7알~10알 정도를 준다. 나는 2주마다 진료를 받았는데, 필요할 때 복용하라는 알프라졸람0.25mg은 10알을 주었다.
-한달정도 최종적으로 복용했던 정신과약물 성분과 용량.
항우울제 : 에스시탈로프람 10mg QD (저녁)
항부정맥제 : 프로프라놀롤 20mg TID (아침, 점심, 저녁)
항불안제 : 알프라졸람 0.5mg TID, 0.25mg PRN (아침, 점심, 저녁, 필요시)
ETC : 트라조돈 25mg HS (취침전) (SARI 항우울제에 속하지만, 항우울제로 사용은 안하고 수면보조제로 사용하는 약제.)
상품명 : 자나팜1mg / 성분명 : Alprazolam1mg
알프라졸람 총 복용량을 0.75mg에서 1.5mg+0.25mg 2배 이상으로 올리고, 항우울제에 대한 약효도 이제 슬슬 나타날 무렵 나는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이정도의 알프라졸람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마치 신성한 현자가 된 듯 했다. 문제는 직장에서의 업무에 완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중요하거나 필요한 말을 들어야 되는 상황임에도, 멍-때리고 있다거나 그냥 단어 하나하나 자체가 한귀로 흘러들어가 다른 쪽 귀로 해석 없이 나오는 듯 했다. 다행이게도 금방 정신 차리고 집중할 수 있어서 큰 실수는 없었다.
나는 드디어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기에 정신과 약물복용에 매우 만족했다. 특히 항불안제가 주는 편안함에 대해서 말이다. 마치 위로를 받는 듯 했다.
항불안제 덕분에 불안증도 많이 나아졌다(-고 착각했다). 문제는 고작 두 달밖에 안됐는데, 어느 순간 이 약물에 의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직장때문에 가끔 제때 진료를 가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나를 불안하게 했던 것은 정신과 의사를 만나서 상담을 하고 진료를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직 알프라졸람이 다 떨어졌는데 어떡하지-라는 약물에 대한 걱정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알프라졸람 즉 벤조디아제핀계열 항불안제에 대한 집착과 의존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항불안제는 잘만 쓰면 아주 효과가 좋은 약물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주 이중적인 약물이었다. 한쪽은 구원의 모습이라면, 한쪽은 악마의 모습이었다.
나는 이 약물을 온전하게 잘 활용하지 못했다. 두 달이 조금 지나자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알프라졸람만을 따로 빼서 더 복용하는 행위를 했다. 정신과 의사에게 점점 더 내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고(계속 불안하다는 등), 약물을 임의적으로 복용하기 시작했다.
대략 4개-5개월 동안 이런 상태를 지속했다. 나는 벤조디아제핀 즉 알프라졸람 내성으로 인해 약물부족과 약물효과가 거의 통하지 않게 됐다. 곧이어 다시 공황발작이 크게 찾아왔고 결국 응급실에 실려 갔다. 고민 끝에 내 스스로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본격적인 정신과적 치료를 받고자 정신과 보호병동에 입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입원하기 전 최종적으로 복용했던 정신과약물 성분과 용량.
항우울제 : 에스시탈로프람 20mg QD (저녁)
항부정맥제 : 프로프라놀롤 20mg TID (아침, 점심, 저녁)
항불안제 : 알프라졸람 0.5mg TID, 0.5mg PRN, 1mg HS (아침, 점심, 저녁, 필요시, 취침전)
항불안제 2 : 클로나제팜 0.5mg BID (아침, 취침전)
수면제 : 플루니트라제팜 1mg HS (취침전)
즉 알프라졸람만 놓고보자면, 건강한 성인기준으로 하루 최대권장량 4mg에 근접하는 3mg을 너무 오래 먹고있었다.
2021년 12월 24일 기준. 알프라졸람을 완전히 끊은 지 1년이 지났다.
나의 진단명 : 우울증(depression),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공황장애(panic disorder), 불면증(insom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