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링크: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8/01/08/lessons-from-the-election-of-1968
상당히 재미있는 글이다. 1968년 미국 대선에 대한 글이기 때문이다. 1968년이면, 린든 B 존슨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노라 선언했던 바로 그 대선이다.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이 됐지만 1968년 대선은 매우 시끄러웠다. 몇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가 완전히 민주당을 버렸으며(곧바로 공화당을 택했다는 말이 아니다!), 이때 미국 민주당의 분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정치사상 최대의 IF라 할 수 있는 RFK, 즉 로버트 케네디의 경선 중 사망
사람들은 쉽게 안 변한다.
물론 최종 결론은 3번이다. 다만 흥미로운 사실부터 챙겨보자. 존슨은 여러가지 이유(물론 제일 큰 이유는 민주당 내 분열로 자신이 지명 못 받을 가능성이 컸다)로 입후보를 포기한다. 다만 그를 입후보 포기로까지 몰아갔던 세력은 바로 반-베트남전(이하 반전) 세력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이 반전 세력이 단 하나였는가? 아니다. 이 중 대학생과 지식인 그룹은 유진 매커시로 옮겨갔고, 천주교와 흑인, 저소득층은 케네디로, 원래 전통적인 민주당 근거지인 남부의 인종 분리론자들은 ... 좀 이따가 얘기하자.
문제는 존슨의 힘이 생각보다 낮지는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민주당 대선의 첫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에서 존슨은 오히려 1등으로 승리했었다. 게다가 유진 매커시는 제아무리 “지식인” 층의 지지를 받았다 치더라도 그 “지식인”은 어느 시대에나 비중이 적게 마련이다. 유진 매커시의 지지층은 다시금 로버트 케네디 쪽으로 옮겨가나 싶었는데...
민주당으로서는 중요한 곳인 캘리포니아 경선에서 케네디가 승리한 다음 날, 케네디는 총을 맞고 쓰러졌다. 반전 세력은 모든 전투에서 패배했다. 존슨의 부통령이었던 허버트 험프리는 경선에 출마하지 않고서도, 전당대회의 지명을 받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다.
여기에 반발했던 세력이 바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즉 남부(Dixies)다. 이 남부는 케네디 대통령의 인종 통합 정책을 열렬히 반대했던 앨러배마 주지사, 조지 월리스를 지지했다. 조지 월리스는 아예 민주당을 탈퇴, 석기시대 매니아(...)인 커티스 르메이 장군과 힘을 합쳐서 “미국 독립당”을 세워 제3 후보로 출마한다.
문제는 대학생이나 지식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반전 세력이 아니었고, 조지 월리스의 지지 세력은 남부 주, 심지어 젊은이들이 많았다는 점에 있었다. 이들이 바로 남부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부모/조부모 세대였을 것이다. 다만 위의 구분이 그렇게 명확하지는 않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인종차별을 반대한다고 해서 그게 꼭 인종 통합의 강요까지 찬성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이고, 베트남전 반대를 한다고 하여, 그것이 꼭 시위대에게 온정적이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이게 다 일관성이 있지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바로 그들이 투표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꼭 이름을 붙이자면 “중도층”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그나마 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건 있다. “법과 질서”다. 닉슨은 그것만을 강조했고, 베트남전을 종식시키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다. (물론 민주당의 분리도 크게 한 몫 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1964년에 대거 존슨을 선택했던 민심이 1968년에 닉슨을 꽤 많이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4년만에 리버럴이 공화당으로 바뀐다? 말이 안 된다. 게다가 1964년에 민주당을 완전히 지지해줬던 남부 5개 주(앨러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조지아, 남캐롤라이나)는 공화당이 아닌, 조지 월리스에게 표를 줬다. 월리스는 반전을 논하는 교수들을 모조리 기소하겠노라 공약했었다.
(이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로버트 케네디가 지금까지 최대의 IF로 남아 있다는 말을 썼었다. 그는 마틴 루터 킹과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이른바 민주당의 여러 성향 지지자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케네디는 확실히 선견지명이 있었다.)
그래서 1960년대 이후 미국 정치는 (1) 민권 운동 세력과 (2) 반-운동 세력으로 나뉜다는 분석이 있다. 이 (2)번에는 민권 운동에 호의적이지 않은 모든 세력이 다 포함된다. 이번에 힐러리를 택하지 않았던 백인들이 대거 여기에 속한다고 보시면 된다. 1968년 험프리는 백인 유권자의 38%를 얻었다. 힐러리는? 37%다. 50년간 별로 안 바뀐 점이 눈에 보일 것이다.
따라서 결론은 위에 말한바와 같다. 미국 “민주당”이 50년 전부터 성격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유권자가 이동했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바뀐 것이 아니다. 정당 구분은 무의미. 그냥 자기 성향대로, 대대손손 투표할 뿐이며, “중도층”을 누가 잡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다들 60년대의 미국 젊은이들을 우드스탁과 비틀즈 팬으로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총에 꽃을 꼽는 반전 데모 사진도 기억하실 테고 말이다. 그런 애들 많지 않다. 대부분은 데모에 안 나갔고, 특별히 진보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침묵하고, 무시당한 다수는 부모가 하던대로 투표할 뿐이었다.
정치적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중도층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쉽지 않죠. 그래서 이념적 선명성을 강조하는 내부자들에게 휩쓸리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 것 같습니다. '사람이 먼저다' 같은 구호도 비슷한 맥락에서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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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정말 로버트 케네디가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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