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텀 키보드의 세계는 바다처럼 깊고 나는 지금 그 연안에서 뱃놀이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저 먼 원양까지 나서서 자신만의 타건감과 심미적 만족을 추구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장사꾼이 해변에 떠다놓은 물만 사다가 집에 대충 박아두기도 한다. Think 6.5 v2는 내가 커스텀 키보드에 입문하던 시기에 겪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해변에서 처음 연안에 배를 끌고 나온 내가 이리저리 헤매던 시절에 만난 키보드. 덕분에 닻(Anchor) 형태의 새하얀 무게추와 딥오션 칼라의 하판이 내게 주는 의미도 덩달아 깊었다.
지금 Think 6.5 v2를 완성된 제품 상태로 구입하려면, 커스텀 키보드 애호가들이 있는 중고장터에 가서 70만원 미만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나만의 Think를 빌드하는 데에 투자한 총 비용은 거의 백만원이 넘는다. 사실상 30만원 가량은 교육비로 지출된 셈이다. 그럼 내가 사라진 30만원의 가치에서 배운 건 무엇일까?
좋은 커스텀 키보드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애호가들이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다. Thocky한 타건음, 말랑말랑하거나 혹은 낭창낭창한 타건감, 정교하게 잡힌 스테빌라이저 등. 그러나 많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저평가되는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각적 심미성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커스텀 키보드 애호가 중에, "나는 예쁜 키보드 좋아하는데?"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쁜 키보드를 좋아하는 것과 시각적 심미성을 위해 키보드에 큰 지출을 감수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커스텀 키보드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보기 예쁜' 키보드를 비싼 가격에 구입하지는 않으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타인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한다. 타건음이니 타건감이니 스테빌라이저니 하는 부분들은 결국 이 취미의 외부인이 봤을 때 아예 공감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시각적 심미성이라는 건 매우 직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 취미의 외부인들에게도 공격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게 예뻐서 백만원을 썼다고? 너 바보냐?" 하는 식으로.
물론 남의 취미 생활에 소위 '그돈씹'(그 돈이면 씹새야 국밥이 몇 그릇이냐)을 부르짖는 외부인들의 시선이 이 문제에서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취미인이 그러한 시선 앞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잃어버린 30만원 또한 사실상 그런 발버둥에서 왔다. 나는 Think의 외적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구입을 결정했지만, 빌드 과정에서 그 아름다움을 외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타건음과 타건감은 당연히 커스텀 키보드의 가장 중요한 가치들이므로, 나 또한 Think를 빌드하는 과정에서 그것들을 몹시 중시했다. 추가 기판을 구입해 가장 비싼 MillMax를 직접 납땜해보기도 하고, 그 위에 정말 다양한 스위치를 즁류별로 꽂아 타건해보기도 했고, 보강판 재질에 따른 타건감을 경험해보기 위해 아는 금형 공장에 의뢰해 알루미늄과 SUS 재질 보강판을 뽑아오기도 했다. 그것들 각각과 키캡의 높이 및 재질별 타건음의 차이를 체험해보려고 값비싼 GMK와 INFINIKEY제 키캡 세트를 구입해서 체결해본 적도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Think는 예뻐서 쓰는 키보드이다. 타건감이나 타건음이 구리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빌드 여하에 따라 특별히 그 작가주의가 적용되기는 힘든 구조적 특성이 있을 뿐이다. 이유는 바로 '가스켓 마운트'라는 결합구조 때문. 가스켓 마운트는 상판-기판+보강판-하판 결합 사이에 완충재를 섞어 푹신한 타건감을 선사하는 결합구조인데, 이로 인해 보강판이나 스위치의 개성을 꽤 많이 흡수한다.
물론 가스켓 마운트는 절대로 나쁜 결합구조가 아니다. 빌드 편차가 적기 때문에 누가 빌드해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나같은 초보자에겐 분명한 장점이다. 그렇다고 가스켓 마운트로 만든 키보드가 다 똑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설계자의 의도가 적용되기 쉬운 결합구조일 뿐이다.
결국 Think의 가치는 적절한 타건음과 타건감, 그리고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저 라인에 있다. 보라, 저 아름다운 68배열 레이아웃과 영롱한 뱃지 인디케이터의 불빛을. 예뻐서 좋은 키보드, Think 6.5v2 (2u)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