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안생각] 하학상달(下學上達)의 삶

in ko •  4 years ago 

논어 헌문편에서 보면 공자가 자공에게 하소연하듯 얘기를 한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아래로는 일상적인 것을 배워 위로 깊이 천리를 통달하니, 나를 아는 자는 하늘뿐이다(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基(其)天乎)"

아래로 배우는 일상적인 것은 인간이 후천적으로 배울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의 영역이다. 학문과 예능, 기량 등 우리가 학교와 사회에서 배우고 익히며, 경험하는 모든 것이다. 그에 반해 위로 통하는 천리는 배워서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며 인간 누구나 내면에 갖고 태어나는 이치 즉 천하의 원리를 말한다. 양명의 철학에 따르면 양지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논어의 위 구절을 하학상달(下學上達)이라는 4글자로 줄이기도 한다. 일상적인 것을 배움으로써 심오한 진리에 이른다는 의미다. 하학상달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인간의 노력과 천리가 맞닿아 있는 구체적인 접점을 기술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할 때 최선을 다해야하는 몫은 분명히 존재한다. 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위해 끊임없이 독서를 하고, 내면을 성찰한다든지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밤을 새워 자료를 모으고 동료와 협력하는 등의 모습이다. 하지만 과정이 결과를 반드시 보장하진 않는다. 최선을 다했으면 이젠 하늘의 몫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교훈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그렇지만 모든 걸 준비해놓고 기다리는 것이 전부라면 특별한 의미라고 보긴 어렵다. 하학상달이 진인사대천명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유는 소극적인 기다림(待)보다 적극적인 도달(達)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학상달은 형이하학적 일체 현상을 통해 만물 공통에 흐르는 천리에 접속할 수 있고 또한 적극적으로 접속해야 함을 보여준다.

결국 누구나 서 있는 그 곳이 양지가 발현되는 곳이고, 맡은 업무가 양지를 발현하는 수단임을 알아야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며 재능과 덕성에 따라 양지가 가장 발휘될 수 있으면 충분하다. 배움도 마찬가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골라 말 그대로 즐겨보자. 그것이 무엇이든 경지에 이르면 모든 도는 통하게 된다. 나무를 심는 것은 인간이지만, 잎을 피우고 줄기를 뻗어 자라는 것은 나무의 몫이듯, 기꺼이 선택한 우리의 노력에 시간은 무엇으로든 보상해줄 것이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start success go!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