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 선출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끝났지만 내홍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의원이 ‘선대위 불참’ 의사를 피력하고 그를 지지했던 청년층의 탈당 움직임이 꿈틀대면서다. 홍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썼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선 “저를 열광적으로 지지해 준 2040(세대)들의 놀이터 청년의꿈 플랫폼을 만들어 그분들과 세상 이야기를 하면서 향후 정치 일정을 가져가고자 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지난 5일 “이번 대선에는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던 홍 의원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백의종군’은 윤 후보를 돕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는데 이틀 뒤 그가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자 ‘원팀’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자 홍 의원은 다시 글을 올려 “꼭 대선 조직에 들어가야만 ‘원팀’이 되는 거냐. 백의종군이라고 선언했으면 액면 그대로 봐주면 될 것을 꼭 못된 심보로 그걸 걸고넘어지는 것은 획일주의 군사문화의 잔재가 아니냐”고 다시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을 지지했던 젊은 세대 당원들은 경선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며 탈당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노인의힘’ 탈당한다” “이준석 대표 이후 개혁되는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홍 의원 지지세가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엔 탈당 인증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선 “역선택을 위해 입당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엔 “2030세대 탈당은 역선택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라는 취지의 글도 많았다. 하지만 탈당 의사를 밝힌 2030세대 당원들은 이에 대해 “MZ세대를 향한 조롱” “이재명 후보도 싫지만 윤석열 후보도 싫은 것”이라며 반발했다.
당 내홍 속에 윤 후보는 이날 ‘저보다 더 빛났던 홍 선배님의 짧은 메시지와 미소’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홍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홍준표 선배님의 짧은 메시지는 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저의 수락 연설보다 훨씬 빛났다”고 썼다. 전날엔 ‘대한민국 청년의 날’ 행사에 참석하며 청년들과 접촉면을 늘렸다.
한편 순탄치 않을 조짐을 보이는 당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냉정해질 시점이 오지 않았나”고 말했다. 그는 “제가 선거 과정에서 ‘하이에나’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파리떼’를 언급했는데 전·현직 당 대표가 어느 지점에 우려를 가졌는지 잘 전달받을 필요가 있다. 지난 두 달 캠프 활동 양상을 보면 표를 얻은 게 많나, 감표 요인이 많나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