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원이 아니라 한의원에서 사무원으로 2년 정도 일했다. 일이야 간호사나 의사분들에게 비교하기가 미안하지만, 사람을 챙기는 일은 참 고단하고 끝이 없다. 퇴근해서도 수시로 날아오는 업무관련 카톡알림을 계속 챙겨보고 내 빈자리를 채우는 근무자에게 업무지시를 했다. 그 당시에는 고단함을 이기는 의무감이 참 강했다. 퇴사하자 미련없이 후련하게 카톡방부터 지웠다.
그보다 더한 전문직인 간호사는 어떠할까. 궁금하지만 읽기 망설여졌다. 머뭇하다가 더 이상 미룰 것이 없어 커피를 홀짝이며 읽었다. 한 직업에 오래 종사해온 자로서의 의무감, 책임감이 뻐근할 정도로 글에 배어있었다.
밥도 제때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못가고 일을 해도 끝나지 않고 남아 있는 일들. 거기에 환자의 오해가 겹쳐 고성이 나고 말썽이 나면 대책이 없어진다. 지금도 어디선가 밤을 새우고 밥을 굶으며 일해도 형편없이 지쳐가는 중일 간호사들. 읽다가 종종 눈물이 났다. 의사보다 더 환자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
메르스사태때 저자는 간호사의 편지로 유명세를 치렀지만, 정작 관계자들은 열악한 처우의 개선이나 인력 보충, 관련 법안 정비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대책없던 질병관리본부에도 화가 났다. 아무 관련 없는 나도 울화가 터지는데, 의사나 간호사들은 오죽 했을까. 지금도 그 현실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다. 정말 다만 현직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깊이 머리가 숙여진다.
20대에 간호사로 일하는 선배들을 볼 기회가 종종 있었다. 같은 성당 청년부에서 봉사하던 차라 금방 친해지고 속 사정도 조금 알게 되었다. 늘 다크서클에 피곤해보이는 표정. 상대적으로 환경이나 처우가 괜찮은 미국간호사로 가기 위해 공부하시던 분도 있었다. 아니면 늘 이직을 늘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표정은 딱딱하거나 굳어있거나 무서웠다. 책을 읽으며 그때의 선배들이 떠올랐다. 아직 간호사로 일하실까..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계시길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