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는 비밀 보장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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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 의사가 보호자에게 환자의 불치병을 통보하고, 보호자는 괴로워하면서도 환자에게 아무 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멜로의 장면이 가끔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이니 가능하겠지요. 아님 벌써 medical authorization form 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네요^^
미드에서는 이런 장면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의료 법률 상으로 모든 의료정보는 환자 본인과 환자 본인이 medical authorization form에 의해 지정한 보호자에게만 알려지도록 되어있습니다.

이 법이 바로 '히파' 라고 불리는 HIPPA 입니다.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of 1996"
https://www.hhs.gov/hipaa/index.html

1996년 당시 대통령인 클린턴의 사인에 의해 발효되었고 그 후 부시 행정부에서 수정되었습니다.

Portability (이동성, 간편성) 은 각 주마다 달랐던 의료보험 체계와 데이타 코드를 통일하여 환자의 이동 편리성과 비용 삭감을 돕고자 하였으며, Accountability (책임성, 신뢰성)는 환자의 권한 및 책임, 환자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규정이 주를 이룹니다.

이 중에서 약국 일선에서 일하면서 가장 피부에 와닿는 것은 환자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규정이지요.
환자와 지정된 보호자 이외에는 어떠한 개인 정보나 의료 약물 기록 정보를 주어서는 안됩니다.

약사는 물론 약국에서 일하게 되는 테크니션이 가장 먼저 교육받게 되는 것도 이 HIPPA 이며,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주의나 경고 없이 바로 해고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겪었던 아주 구체적인 예를 한 두가지만 들고 마칠까합니다.

첫번째는 한 중년 여성이 약국으로 전화를 해서 남편의 이름과 생년 월일을 대고 '바이아그라'를 처방받은 적이 있는지 물은 적이 있습니다. 'HIPPA 에 의해 그 정보를 줄 수 없습니다' 하고 정중하게 말했더니 그때부터 고성에 욕설이 난무합니다. 전후 상황은 다들 짐작하시겠지요...

두번째는 제가 고용한 한 테크니션 이야기 입니다. 이전에 일하던 약국에 전화해서 그만 둔 이유를 물어보니 (reference check 은 항상 할 수 있습니다) 그 약사가 해고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야기하며 저보고 꼭 채용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그 테크니션은 지금도 저와 아주 잘 일하고 있습니다.
사연인즉슨, 계산대에서 임산부의 비타민 약을 주면서 환자에게 축하한다, 언제가 예정일이냐 등을 물어봤다더군요. 그런데 그 까칠한 환자가 '뒤에 줄 서있던 사람들이 다 듣고 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HIPPA 규정 위반이다, 고발하겠다' 난리를 쳤다는군요. 그래서 그 테크니션을 해고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망자의 경우에는 유족이 사망 증명서를 제시하면 의료약물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