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대하던 유럽 땅이 보인다)
이번 동유럽 여행의 시작을 기록했던 저번 글이 티저(Teaser)였다면,
이제는 진짜 동유럽의 기억과 추억을 담는 본편이다.
무심한 듯 요란하게,
그리고 매우 주관적인 시선과 느낌으로 채워보려 한다.
(드디어 첫 공식적인 부다페스트 표지판이 보인다)
헬싱키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부다페스트 땅에 안전하게 착륙해 내린 후,
약 27년의 인생 내내 만화나 TV, 인터넷으로만 접해보던 유럽 땅을 밟는다.
마치 TV로만 보던 연예인을 보는 듯한 두근거림.
(타지에서 보이는 인포(info)는 언제나 감사하다)
하지만 대개 그 흥분은 오래가지 않는다.
내 발은 숙소까지 찾아가야 하는** '현실'이라는 땅에 붙어있으니까 결국.**
어찌 보면 여행은 '로망'이 아니라 내 집보다 더 지극한 '현실'이다
그래서 보통 여행자들이 외국 공항에서 첫 번째로 하는 일은 셋 중 하나다.
숙소까지 가는 교통 편을 알아보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먹을 것을 찾아먹거나.
그리고 보통은 세 가지 모두 하는 경우가 많다.
(버스 창문이다. 빗물이 아니라 때가 낀 거다)
(여행자를 환대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 부다페스트 시내버스)
(헝가리어 발음도 어렵다. 그래도 듣다 보면 듣는 맛이 있다)
어찌어찌 숙소까지 가는 교통 편을 알아내 공항에서 발걸음을 옮긴다.
도착한 시간이 이미 어둑해질 때가 되어,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는 것이 미션이다.
이번 여행에는 나를 포함 총 3명이 함께 한다.
그중 한 명은 사정상 앞 시간 비행기를 타고서 먼저 숙소에 도착해있기로 하고,
나와 또 다른 친구 한 명(이전 포스팅에서 내 옆에 있던 안경 쓴 친구)이 함께 숙소로 찾아간다.
(지하철 타러 건너가는 입구다)
(이미 언급 했든 나는 코카콜라성애자. 그것도 체리코크)
장시간 비행을 마친 데다가 낯선 환경에 긴장한 탓인지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다녔다.
코카콜라성애자인 나는 자연스레 주변 마트를 찾았고,
다행히 코카콜라를 파는 매장에서 무려(!) 체리코크를 발견한다.
기뻐서 적어봤다.
나에겐 엄청난 기쁨이었다.
타지에서 낯익은 것의 우연한 발견은
마치 가족을 만난 것 마냥 반가움과 안도감을 안겨 준다
(2차 세계대전 때 만들어졌을 법한 지하철)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우리가 내려야 할 역을 확인하며 30분쯤 타고 왔을까.
고대하던 숙소 근처의 역.
Ferenciek tere에 내려 발걸음을 재촉한다.
(헝가리어로 tere는 역(驛)이라는 뜻이다)
(헝가리어 발음 어렵다. 굳이 읽지 않겠다)
(헝가리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무척 높고 가파르며 빠르다)
(드디어 숙소 근처 공기를 맡는다)
드디어 역에서 올라간다.
장시간 여정으로 유럽에 왔다는 흥분은 내일로 미루기로 하고서 잊어버린지 오래고,
어서 숙소에 도착해서 씻고 잠이나 잤으면 했다.
씻지도 않고 자려는 마음이 더 컸다.
아침, 잠에서 막 깨어난 몽롱한 상태.
따뜻한 이불을 뒤로한 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쌀쌀하면서도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맡을 때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
동유럽 특유의 어둡고 침침한 지하철역을 나와 어두운 밤거리를 아름답게 덮어주는 가로등 불빛들을 보며
그 아침 공기와도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현실에서 인스타그램 필터를 걸어놓으면 이렇겠구나
(비가 조금씩 내려서 더욱 운치 있다)
(그냥 화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보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리와 아름다운 풍경,
그 황홀함에 취해 홀린 듯이 걷고 있는데 먼저 도착한 친구가 슬쩍 말해준다.
이런 풍경도 금방 익숙해질거야
역에서 나와 숙소까지 5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였지만,
그 친구의 한마디에 이상한 느낌이 든다.
마치 데자뷔(dejavu).
나 스스로도 느낄 만큼 무엇인가를 금방 싫증 내는 성격인데.
아쉬움과 두려움이 순간 교차하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도 금세 질려서 익숙해지면 앞으로 내가 얼마나 엄청난 것을 봐야 감동할 수 있을지.
마치 약물처럼 같은 수준의 효과를 내려면 얼마나 더 많은, 더 자극적인 풍경을 복용해야 하는 것인가.
그 이유때무아껴서 둘러보기로 한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돌아보면 우습지만,
마냥 우습지만은 않았다.
(우리 숙소 앞 철문)
자, 우리 여행자들이 잠을 청할 숙소에 도착했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철문을 열고 짐을 내려놓은 후, 숙소 구경할 새도 없이 바로 밖으로 나왔다.
(맛은...많이 남겼다. 유럽 먹방은 내일부터 재개)
목이 말라서 체리코크 한 캔으로 버텼으나,
이제는 배가 고파서 잠도 안 올 지경이다.
숙소 근처 식장에 가서 간단히 끼니를 때울 만한 메뉴들로 저녁을 해결하고 식당 테이블에 앉아 등을 기대고서 잠시 여유를 누린다.
먼저 도착한 친구와 서로 숙소까지 찾아오는데 있었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로 수다를 떨며 소화를 시킨다.
아직 부다페스트에서 제대로 된 문화유적지 하나 가보지도 못했지만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집 밖을 나서서 여러 방법으로 이동하고 어떤 방향이 맞을지 고민하고 찾아 다니며, 실수도 하고 잠시 쉬어가기도 하지만 일단 부딪혀보는 것.
식상하고 오그라드는 말이지만 결과보다 과정.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내가 다니는 길이다
(숙소에서 바라본 부다페스트 시내 풍경)
허기진 배로 인해 자세히 둘러보지 못 했던 숙소를 구경하면서 무엇보다 창문 밖 풍경에 시선이 집중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 하나의 구성요소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가신다.
여행가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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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때로 다시 돌아가면 마구마구 더 놀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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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앞에서 찍어도 화보가 되는 유럽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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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이 인테리어 소품이 되는 유럽이지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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