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편입니다. 오늘은 용어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시간에 사진의 원리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그럼 '사진'은 무슨 뜻을 갖고 있는 단어일까요. 한자어니까 한자를 살펴보면, 寫(베낄 사) + 眞(참 진)이고, 그래서 사진은 진짜를 베낀다는 뜻이 됩니다.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원리를 적용해보면, '진짜'는 빛의 강약이고 '베낀다'는 감지하고 기록하는 걸 말하는 거겠죠. 생각해보면 참 잘 만든 단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에서 '사진'에 대응되는 단어는 잘 아시다시피 "photograph" 입니다. 이것도 좀 살펴볼까요? 옥스포드 사전에서 정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A picture made using a camera, in which an image is focused on to light-sensitive material and then made visible and permanent by chemical treatment, or stored digitally.
좀 더 구체적이죠. 일단 카메라를 이용해 만든 '픽쳐'입니다. in which 다음은 거의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던, 사진 혹은 사진기의 원리를 적어놓은 거구요. 근데, 맨 앞에 나오는 저 picture는 뭘까요. 이것도 사전을 찾아보면 제일 먼저 나오는 설명이 a painting or drwaing입니다. 그림이라는 거죠. 결국 정리하면 카메라로 만든 그림
, 이게 photograph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사실, 사진은 우리가 대부분 사전적 의미대로 사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만, 문제는 '영상'입니다. 여러분은 '영상'이라고 하면 무슨 의미가 떠오르시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100명이면 95명 이상이 '동영상'을 떠올릴 거라고 봅니다.
뭐 저도 그냥 그렇게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엄밀하게 '영상'과 '동영상'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움직이는 영상이 동영상이기 때문이죠. 말하자면 소방차를 얘기해야 하는데 계속 '차'라고 하는 셈입니다.
우선 '영상'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검색을 해보면 국어사전엔 이렇게 나옵니다.
- <물리> 빛의 굴절이나 반사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물체의 상(像).
-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모습이나 광경.
- 영사막이나 브라운관, 모니터 따위에 비추어진 상.
영상은 한자로는 映(비칠 영) + 像(모양 상)인데, 그 어디에도 움직임의 의미는 없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포토는 사진, 비디오는 영상이라고 하면 엄밀하게 틀린 연결이 됩니다. 제대로 하려면 비디오는 위에 적은 대로 '동영상'이어야 맞는 표현이 되는 거죠. 좀 더 따지고 들면, 영상은 사진이란 뜻의 한 부분이 되는 셈입니다.
지난 시간에 눈 구조 얘기를 하면서 구멍(홍채)과 투명한 덩어리(수정체)를 통과한 빛이, 빛에 반응하는 신경들이 모여있는 막(망막)에 닿아 상을 맺는다고 했었는데, 그 '상'이 바로 영상인 거고, 사진기에서 보면, 필름 혹은 센서에 닿는 빛의 세기 정보들이 영상인 것입니다. 정리하면, 결국 사진은 영상을 기록하는 기술
인 것입니다.
이제 동영상을 그냥 영상이라고 하면 약간 이상한 거라는 거 아셨나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국립 국어원 언어 순화 위원회에서 나온 완장맨도 아니고 굳이 고쳐라 마라 하는 건 아니니까 스트레스 받으실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다만, 한자권에서 사는 사람들로서는 한자어의 경우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 게 이웃 나라와의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쫀쫀하게 따져 봤습니다.
참고로 일본과 중국에선 그러면 동영상을 뭐라고 부를까요? 중국어로는 视频(쉬핀), 일본어로는 動画(도오가)라고 합니다. 영상은 한국처럼 동영상이 아닌 그냥 '영상'의 의미로 쓰여지기 때문에, 동영상에 대해 얘기를 하려는데, 映像이란 단어를 써서 '잉시양' 혹은 '에이조오'라고 하면 소통에 지장이 생긴다는 거죠.
물론 "아쉬우면 니들이 '영상'이라고 해!"라고 해도 됩니다. 다만, 우리가 만든 말이라면 모를까,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심지어 우리나라 사전에도 한 의미로 적혀있는 단어를 굳이 다른 의미로 쓰라고 하는 건 좀 경우가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
사실, '동영상'이라고 하면 세글자니까 좀 비경제적이긴 하죠. 근데,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동영상을 줄이려면 '동'자를 빼는 거보다는 '영'자를 빼는 게 더 합리적이긴 한데, 그러면 '동상'이 되어버려서 어떻게 봐도 느낌이 썩 좋지 않은 상태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냥 '영상'으로 활용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쓰면서 '영상이 원래 그런 뜻은 아니고, 난 지금 그냥 줄여서 쓰고 있는 거야...' 라고 한 번씩 되새김을 해주면 보다 건강하고 보람찬 언어생활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얘기가 좀 샜습니다만... 정리를 하면.
- '영상'은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기록의 대상
- 포토는 찰라의 영상을 기록하는 기술이고, 연속적인 영상들로 움직임을 기록하는 기술이 비디오.
- 포토는 스틸픽쳐, 비디오는 모션픽쳐.
- 스틸픽쳐가 사진, 모션픽쳐는 동영상.
이 되겠습니다. 제목을 왜 저렇게 붙였느냐고 물으신다면 이제 답이 좀 나왔습니다만, 쓰는 내내 저도 불편했습니다. ㅠㅠ 아직 스틸픽쳐, 모션픽쳐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는데 왜 이렇게 글이 길어지냐며... ㅠㅠ 그래서 제목 끝에 (1)을 붙여놓고, 본격적인 스틸픽쳐, 모션픽쳐 얘기는 다음 시간으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저도 힘들고 여러분도 힘들고 해서요. ^^;;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
아래 사진은 이제 더 이상 쓸 일은 없지만, 유학 시절 어려울 때 어렵게 산 거라 추억 소환용으로 간직하고 있는 소련제 16mm '모션픽쳐' 카메라, Krasnogorskk-3 입니다. 보통 영어권에선 그냥 K3라고 합니다. ㅋㅋ
즐거운 스티밋!
힘내세요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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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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