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이 있다. 케이트는 사건을 주도하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녀는 상부의 지시로 카르텔 검거작전에 합류했을 뿐 그에 대한 지식이 없다. 작전은 진행되고 케이트는 팀장인 맷의 오더에 따라 움직이지만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 지, 작전의 목적이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 무리해서 작전에 참여한 그에게 미국 특수부대 요원은 대놓고 '안전장치를 걸어두고 따라오라' 라고 말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녀는 사건에 개입하지 못한다. 그녀는 그저 흘러가는 작전에 발을 걸쳐둔 채 관조하는 존재일 뿐이다.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들과 다른 게 없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전개와 많은 정보를 통해 주인공에게 공감케하고 관객을 몰입시키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시카리오>는 주인공인 케이트의 위치 를 관객과 일치시킴으로써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시카리오>만의 서술방식은 아니지만, 끝까지 주인공을 관조자로 남겨둔다는 점에서 충분히 인상적이다.
후아레즈로 들어가는 케이트에게 알레한드로는 말한다 "웰컴 투 후아레즈" 그 공간은 케이트가 알고있던 세계와 다르다. 고가 다리에 조각난 시체가 걸려있어도 사람들은 일상을 즐기고, 도로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져도 제 갈길을 간다. 무장군인이 떼지어 몰려다녀도, 그 옆에서는 테니스를 친다. '후아레즈'는 비정상과 정상이 혼재한 공간이다. 맷과 그 부하들은 그 흐름에 너무나 익숙하다. 조각난 사체를 보며 '영리하다'는 평가를 하고, 밤에 벌어지는 시가전을 즐기며 피로를 푼다.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죽는 짐승의 도시다.(그래서 그럴까? 영화에 나오는 총격전은 교전이 아닌 학살에 가깝게 그려진다.) 오직 케이트만이 그 비정상적인 공간에 적응하지 못할 뿐이다. 그녀는 법을 말하고 정의를 논하지만, 짐승의 도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존재가 야생의 세계에 던져졌다. 목적도 모른 채 움직이는 그녀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불안하다. 절정부에서는 나이트비전과 적외선 등으로 시야마저 제한을 걸어버리니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
영화라기보다는 다큐에 가까울 정도로 건조한 편인데, 이 건조함 역시 극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린다.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치지만, 배경음악은 극도로 절제되어 사용된다. 고요한 침묵은 긴장감을 높이고 우리는 보다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자주 사용되었던 배경음악은 일정한 리듬의 북(?) 소리였는데, 이마저 긴장감으로 터질 것같은 심장소리처럼 느껴질 정도다. 곁가지 하나 없는 스토리 전개는 관객들에게 쉴 공간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영화는 카르텔을 제압하는 이야기지만, 그 과정에서 카르텔의 악행은 보여지지 않는다. 그들의 행위가 결과물로, 말로 묘사될 뿐이다. 오히려 영화가 잡아내는 것은 그들의 인간적인 삶이다. 부패한 경찰인 실비오는 집에서는 따뜻한 가장이고, 카르텔 보스인 마누엘 디아즈와 알라르콘 역시 가족과의 일상적인 삶이 화면에 그려진다. 반면에 '악을 퇴치하려는' 미국의 행동은 불법의 향연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선악의 위치는 행동의 선악과 정비례하지 않는다. 알레한드로가 카르텔에게 가족을 잃었듯, 그들도 알레한드로에 의해 가족을 잃었다. 그들에게 알레한드로와 미국의 행동은 정의로운가? 우리가 믿는 정의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가?
사건 종결 후, 발코니에 서있는 그녀에게 알레한드로가 찾아온다. 그가 처음 한 말은 "발코니에 서있지 말라"는 경고다. 집이 모든 것에서 보호되는 '정상'의 공간이라면, 발코니는 안과 밖에 공유된 경계다. 그녀는 작전 내내 후아레즈처럼 살아가는 요원들과 평범한 FBI 사이에 걸쳐있다. 알레한드로는 그녀가 후아레즈스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그녀를 집 안으로 당겼다. '자살'을 당할수 있다며 알레한드로는 강압적으로 그녀의 서명을 받아낸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후아레즈'적인 존재다. 정의보다는 복수가, 법보다 폭력이 우선시되는 인간이다. 서명을 받아낸 후, 그는 돌아서며 케이트에게 '작은 지방으로 전근가라'라고 권한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정상의 세계로 돌아가라는 조언이다. 케이트는 경계인 발코니에서 권총으로 그를 조준한다. 그러나 쏘지 못한다. 비정상의 세계인 밖으로 알레한드로는 걸어가고 그녀는 집에 남는다. 그녀와 동일시되는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다. <시카리오>가 끝나면 우리 역시 정상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변하는 것은 없다. 후아레즈의 카르텔을 잡기위해 미국 공권력은 후아레즈화 되는 길을 택했고, 마약세력을 뿌리뽑는 것이 아닌 좀 더 온순한 세력의 집권을 도왔다. 많은 이들이 죽고 집권세력은 바뀌었지만, 후아레즈는 언제나 그렇듯 총탄이 오가고 시체가 내걸릴 것이다. 영화가 의도적으로 넓은 시점의 컷을 활용한 것 역시 이와 상통한다. 도로에서의 총격전은 많은 사상자를 냈지만, 도로 전체의 흐름으로 보면 약간의 차질에 불과하다. 수많은 무장 경찰의 이동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긴장김을 부여하지만 이 역시 후아레즈 시가지를 통틀어 보면 그저 몇몇 차량의 이동일 뿐이다. 영화는 버즈아이 뷰를 통해 개인이 아닌 '공간'을 담는다. 권력투쟁도, 살인도 '후아레즈'란 공간에서는 미약한 움직임일 뿐이다.
영화 마지막, 실비오의 아들은 친구들과 축구를 한다. 실비오가 살아있을 땐 매번 같이 하자 졸랐던 행위다. 그는 죽었지만 아들의 삶은 변화가 없다. 축구 도중 총격이 울린다. 사람들은 놀라지만, 축구 휘슬이 불리자 다시 관심은 공으로 돌아온다. 폭력과 살인이 일상과 버무려진 공간. 거기서 아이들은 '후아레즈화'되어 자란다.
변한 것은 비정상을 목도한 케이트와 그 과정을 지켜본 관객들이다. 정상의 세계로 돌아와도 그 곳에서 받은 충격은 남는다. 알레한드로 말대로 지방으로 간다한들, 그녀는 경찰의 위치에서 정의를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을까? 잘짜놓은 영화 속에서 2시간을 끌려다닌 관객들은 국가와 인간이 논하는 '정의'에 대해 무조건 지지를 보낼 수 있게 될까? 영화의 주장에는 논리적 근거는 없지만, 영화는 압도적인 서스펜스로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강력한 힘으로 관객을 설득시키는 영화. <시카리오>는 영화마저 '후아레즈'스럽다.
카페 타고 왔어요~
업봇과 팔로우 하고 갑니다.
맞팔 미리 감사합니다^^
그리고 카페에 주소는 여기로 되어 있는데 링크가 잘못되어서 다른분의 블로그로 이동 됩니다.
제글 참고하셔서 수정하시면 더 효과 있으실꺼구요.
https://steemit.com/kr/@cloudcandy/51sdmv
가입인사가 안보이는데 #kr-join #kr-newbie 태그 다시고 가입인사 올리시면
먼저 시작하신분들이 업봇과 팔로우 하셔서 더 빨리 정착 하실수 있을거에요.
이상 시계의 구조가 더 궁금한 구름사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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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도 영화를 좋아해서 제 스팀잇에도 영화와 관련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팔로우와 보팅하고 갑니다 ^^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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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팔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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