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경제톡] 호모 헌드레드의 새 양식, ‘노블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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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헌드레드의 새 양식, ‘노블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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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진화 시키는 힘, 음식
지금으로부터 약 300만 년 전, 아프리카 남부에 최초의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가 출현했다. 인류의 가장 초기 형태라고 여겨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당시 주로 먹었던 음식은 식물이었다. 식물은 열량이 낮았기 때문에 많은 양을 섭취해야 기초 대사량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소화기관은 아주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이어 등장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는 고기를 먹기 시작하며 날카로운 치아와 30% 용적이 늘어난 뇌를 갖게 되었다. 그 후 등장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현생 인류 뇌용량의 2분의 1도 채 되지 않던 호모 하빌리스의 뇌용량에 비해 뇌용량이 900cc로 두 배 가량 커졌다.

무엇이 인류에게 이 같은 급격한 변화를 불러온 것일까?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설은 바로 불을 이용한 ‘요리’의 영향이라는 설이다. 익힌 동식물은 날 것에 비해 소화 흡수가 훨씬 원활해 인간에게 많은 열량을 제공했고, 남는 열량 덕분에 생존이 유리해지고, 뇌의 용량이 커지고, 직립 보행을 거쳐 뜀박질까지 가능해지고, 그것이 문화와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듯 음식과 요리는 인류의 진화와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음식과 요리는 세계 각국에서 문화 그 자체가 됐으며, 같은 나라 안에서도 시대에 따라 형태와 모습을 바꿔가며 생활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구축해온 것이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와 함께 태어난 새로운 음식
2009년, UN은 ‘세계 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100세 장수가 보편화되는 시대를 의미하는 용어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그리고 역사가 이야기해주듯, 이러한 새로운 인류의 탄생은 새로운 음식 문화의 도래를 야기했다. 바로 ‘노블 푸드(Novel Food)’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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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 푸드는 우리나라에서 뒤늦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유수의 국가들에서는 이미 앞장서 개발을 시작했던 분야다. 노블(Novel)은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신기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노블 푸드는 말 그대로 이전까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음식이라는 뜻이다. 나노 기술 등의 신기술을 이용한 식품 또는 기존에 잘 섭취되지 않았던 신소재 식재료 및 식품을 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지만, 유럽연합(EU)에서는 ‘1997년 5월 15일 이전에 소비되지 않았던 식품’이라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고, 유럽식품안정청(EFSA)을 통해 체크리스트까지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법적인 관리가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및 뉴질랜드 역시 노블 푸드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사회이슈를 반영한 노블 푸드
노블 푸드가 등장한 이유는 100세 장수 시대를 맞이한 현대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노인은 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바쁜 직장인들은 간편하면서도 충분한 영양섭취를 위한, 늘어나는 1인 가구는 저렴하고도 내실 있는 한 끼 식사를 위한 식품이 필요하다. 고단백, 저탄수화물, 저열량, 저지방 등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니즈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도 취향에 맞춘 노블 푸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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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회전초밥 체인점인 ‘쿠라스시’는 고혈압, 비만, 대사증후군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기 위해 쌀 대신 무를 사용하는 초밥을 출시했다. 또한 유럽연합 내에서는 생체막의 주요 성분이 되는 인지질이 풍부한 남극 크릴 기름을 넣은 유제품 및 시리얼, 비타민, 미네랄 및 항산화제가 풍부한 치아 시드, 풍부한 영양분과 비타민, 미네랄을 다량 함유한 바오밥, 식물에서 유래된 글리세롤 오일로 만든 체중 조절 음료 등이 새로운 노블 푸드로 등록되었다. 유럽에서 1997년 이후 20년 동안 공식적으로 승인된 노블 푸드는 총 130여개에 이르며, 캐나다에서는 200여 개의 노블 푸드가 등록 되어있다.


노블 푸드, 한국 상륙 시점은 언제?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송윤주 교수팀이 한국인 1만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권장 섭취량보다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 빵, 라면 등을 주로 섭취하는 한국인의 식단은 그야말로 ‘과탄수화물, 저단백’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균형 잡힌 식사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면서 이에 발맞춘 노블 푸드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지만,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미비한 실정이다. ‘새로운 식품’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확한 규정과 그 기준점도 없을뿐더러, 가장 중요한 안전성 평가를 위한 기술과 장치 마련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식품부에서 식품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각계의 전문가들이 신식품 기술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토론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국내산 노블 푸드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더 먼 조상인 아르디피테쿠스(Ardipithecus)의 발바닥이 단단해진 덕분에 인류는 직립보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어 도구를 이용해 식물 대신 동물의 고기를 먹으면서 고기를 먹어 남는 열량 덕분에 뇌가 커지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불을 이용한 요리를 시작한 덕분에 현생 인류에 가까운 뇌의 크기를 가지게 되었다. 인류의 진화는 발바닥이 단단해지는 작은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요리가 그 진화에 정점을 찍었다. 신식품 개발이라는 21세기의 자그마한 사건이 우리도 모르게 호모 헌드레드의 혁신적인 진화를 야기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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