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말한 ‘우주적 종교’란 무엇인가
불교는 우주적 종교라고 할 수 있는가
양자역학과 불교의 조화로움을 밝힌다
“현대 과학의 요구에 부합하는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곧 불교가 될 것이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마저 조건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을 밝혀낸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종교와 과학을 수레의 두 바퀴로 비유했다. 또한, 한 쌍의 수레바퀴처럼 종교가 과학과 짝을 이루려면 그 종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과학자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영감을 주는 종교를 아인슈타인은 ‘우주적 종교(cosmic religion)’라고 명명했다. 우주적 종교란 ‘우주 종교적 감정(cosmic religious feeling)’에 바탕을 둔 종교라는 뜻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진리를 깨닫는 감정’을 말한다. 그릇된 욕망과 허망함을 깨닫고 정신과 물질 양쪽 측면에서 나타나는 질서의 신비와 장엄을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말한 우주적 종교에 가장 근접한 종교로 불교를 꼽았다. 현대물리학이 규명하려는 세계관과 불교의 가르침에서 많은 유사성을 찾을 수 있고, 물리학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는 이 같은 아인슈타인의 주장을 검증함과 동시에 최신 현대물리학과 불교의 접점을 탐구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화여대 물리학과 김성구 명예교수는 왜 불교가 우주적 종교일 수밖에 없는지를 해박한 물리학 지식과 불교 교리를 바탕으로 철저히 분석했다. 물리학의 최전선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다루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광전효과, 괴델의 불완전성원리, 보어의 상보성원리, 파동함수, 상태의 중첩 등 양자역학과 관련된 이론과 실험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불교에서는 연기(緣起), 공(空), 일심(一心)사상으로 현대물리학의 체계를 대조해 보고, 현대물리학과 불교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를 검증했다.
고전물리학에서 현대물리학에 걸친 물리학 역사와 불교 교리의 개론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이 책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종교와 과학에 대한 통념을 단숨에 변화시켜 준다.
물리학 박사이면서, 오랜 세월 불교학에 천착해 온 저자의 깊은 통찰력은 우리를 흥미롭고 새로운 종교와 과학의 지적 세계로 인도한다.
‘뉴턴의 이론을 깨고 탄생한 양자역학, 불교에 길을 묻다’
양자역학은 모르고 불교는 알고 있는 놀라운 불이(不二)의 세계
물리학의 역사는 크게 뉴턴을 중심으로 한 고전물리학과 20세기 이후 등장한 상대성이론 및 양자역학을 다루는 현대물리학으로 나눌 수 있다. 고전물리학의 세계에서 과학 지식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인간이 발견한 자연법칙은 천체의 움직임을 예측하게 해주었고, 에너지를 제어할 수 있게 되어 산업혁명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한번 발견한 물리법칙은 이 세상을 설명하는 불변의 진리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세기에 접어들어 기존의 고전물리학 법칙들을 뒤집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성립하면서 과학은 ‘현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지식의 모임’으로 새롭게 정의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문을 활짝 연 인물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의 연구로 그동안 파동이라고 생각했던 빛이 입자의 성질도 지닌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뉴턴조차 몰랐던 새로운 물리학의 세계가 열렸기 때문이다.
입자는 아주 작은 독립된 개체의 단위이다. 하지만 파동은 독립된 개체가 아니다. 파동이 생기려면 매개체가 필요한데, 물과 물결의 관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물이 매개체이고 물결이 파동이다. 그런데 빛은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입자이기도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토대로 성립한 이론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은 입자 단위의 작은 미시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로 양극단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 세계 중 하나이다. 마치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있음과 없음이 서로 얽혀 있는 미지의 세상과도 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는 불교의 연기(緣起)·공(空)사상과 많은 점이 유사하다. 연기법이란 ‘세상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이고 끊임없이 변하며, 실체가 있는 고정불변의 존재는 없다’는 붓다의 가르침이다. 이러한 ‘만물의 실체없음’을 불교에서는 공성(空性)이라고 말하며 불이(不二)로도 표현한다. 최첨단 물리학 이론이 2,600여 년 전 탄생한 불교의 가르침과 비슷한 사유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서양의 많은 물리학자들이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다.
저자인 김성구 박사는 이점이 바로 불교가 아인슈타인이 말한 우주적 종교가 되는 증거라고 말한다. 많은 난제로 가로막혀 있는 양자역학의 매듭을 푸는 데 불교의 연기법과 공사상이 물리학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의 실체없음’을 이해하는 데 불교는 분명 큰 도움이 된다.
양자역학은 공(空)과 중도(中道)의 물리학
진정한 우주적 종교로서의 불교
빛이 실체가 있는 입자이면서 동시에 실체가 없는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물리학자들이 받은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마치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물질과 맞닥뜨린 느낌이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이미 2,600여 년 전에 존재-비존재, 삶-죽음과 같은 양극단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기반으로 한 분별심의 작용에 불과하다고 알려주고 있다. 모든 것은 변하고 무상하며, 실체가 없다는 가르침은 불교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바로 이 부분이 양자역학이 연구하는 미시세계의 개념과 합치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양자역학은 불교의 공과 중도의 물리학이라고 주장한다. 양자역학에서 물질계의 모습을 기술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들이 불교에서 일반 사물의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들과 무척 비슷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은 양극단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시세계를 과학적으로 밝혔다. 어려운 과학용어로 설명하자면 ‘불확정성원리’의 세계이며, ‘이중성(duality)’의 세계이다. 이러한 현상을 과학자들은 ‘허깨비(ghost)’라고도 부른다. 모든 사물에는 실체가 없다는 가르침인 불교의 공성(空性)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허깨비와 같은 미시세계가 모여 우리가 인식하는 거시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물건에 집착하고, 네 것 내 것을 구분한다.
저자는 양자역학의 이론을 제시하며 우리가 믿고 있는 ‘허깨비’의 세상을 제대로 파악하도록 독자들을 인도한다. 이를 통해 물리학자들에게는 이성의 영역을 초월한 직관의 세계로 들어서도록 도와주고, 불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불교가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종교라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는 이성, 직관, 믿음의 세계를 통섭하고 아인슈타인이 말한 우주적 종교가 불교임을 밝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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