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 없는 암호화폐 들고 기도나 하는 루저들”

in kr •  6 years ago 

지지자 대 반대자. 낙관론 대 회의론. 닥터둠 대 캡틴 코인. 뭐라고 불러도 일리 있는 작명이 될 것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Committee on Banking, Housing and Urban Affairs)가 연 암호화폐 관련 청문회에서 암호화폐를 둘러싼 정반대의 시각이 그대로 충돌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생태계에 관한 전문가의 분석과 의견을 듣고자 청문회를 열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가 반대 측을, 블록체인 업계 싱크탱크 코인센터(Coin Center)의 연구팀장 피터 반 발켄버그(Peter Van Valkenburgh)가 찬성 측을 맡아 열띤 토론을 벌였다.


루비니는 서면으로 제출한 소견서부터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지지자를 직접 거칠게 비판했다. 첫 번째 발언의 논조도 다르지 않았다.  


누리엘 루비니. 사진=twitter.com/nouriel

“암호화폐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사기입니다. 블록체인은 인류가 들어본 모든 기술 가운데 가장 과장되고 과대평가된 기술로 데이터를 그럴듯하게 다룬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루비니에 비하면 발켄버그의 발언은 수위가 더 낮고 신중했다. 발켄버그는 먼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가 완벽하지 않으며 현재 우리가 보는 현상이 기술적으로 완성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청문회에 나온 상원의원들에게 암호화폐가 많은 사람에게 금융이라는 제도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새로 열어주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켄버그는 은행 계좌가 없는 대부분 직원에게 기존의 금융 방식 대신 비트코인으로 급여를 지급한 사업가 로야 마붑(Roya Mahboob)의 사례를 들었다.


피터 반 발켄버그 코인센터 연구팀장. 사진=twitter.com/valkenburgh

“비트코인은 처음으로 이 세상 사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공공의 돈입니다. 비트코인이 완벽하냐고요? 아닙니다. 그렇지만 1972년 이메일이 처음 발명됐을 때도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비트코인을 최고의 화폐, 최선의 돈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겁니다. 게다가 비트코인을 받지 않는 곳도 아직 많죠. 가치를 평가해 가격을 매기는 데도,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쓰기에도 지금의 비트코인은 낙제점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비트코인은 자기만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중개인, 중앙의 관리자 없이 돌아가는 돈이라는 점은 분명 놀라운 일입니다.”

청문회의 취지

은행위원회 소속 의원 25명 가운데 8명이 청문회 중에 질문하거나 의견을 개진했는데, 암호화폐가 범죄 활동에 악용되는 문제에 대한 우려, 시장의 반응, 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사례 등을 두루 다뤘다.
암호화폐에 관해 앞서 열린 여러 차례 청문회와 비교해보면 어제 청문회는 대체로 의원들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암호화폐 업계에 어떤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나 직접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의원은 없었다. 청문회는 블록체인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새로운 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등을 토론하는 자리가 됐는데, 루비니와 발켄버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완전히 다른 견해를 드러내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루비니는 기업이나 은행이 온전히 통제할 수도 없는 분산원장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발켄버그는 반대로 에퀴팩스(Equifax)가 해킹당한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전체 미국인의 절반에 가까운 1억 4,300만 명의 사회보장번호(SSN) 정보가 통째로 유출된 만큼 중앙에서 정보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관의 보안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는 막심하다는 지적이었다.
더그 존스(Doug Jones) 의원의 또 다른 질문에 답하면서 루비니는 암호화폐가 범죄 조직의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문제를 언급했다. 루비니는 특히 암호화폐가 이용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사법 당국의 감시를 피해 세금을 탈루하는 데 암호화폐가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켄버그는 곧바로 반박했다.

“현실의 명목화폐처럼 쓰이지도 않는 돈을 세금을 탈루하는 데 도대체 어떻게 이용할 수 있다는 건지 정말로 방법이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암호화폐가 무조건 익명으로 거래를 처리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실제로 사법 당국이나 수사관들이 블록체인 관련 범죄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수사하는 것도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충분히 추적하고 조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켄버그는 이어 블록체인 기술이 이상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언급했다. 현재 금융, 통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기업이 노정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사회에 중요한 핵심 구조가 중앙에서 모든 걸 관리하는 권한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는 점보다 심각한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이에 관련한 수많은 문제에 지금 당장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지난 1990년대에 인터넷이 그랬듯이 혁신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미국에서 필요한 기술 혁신이 일어나 그 혜택이 미국인들에게 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청문회 이후

상원 청문회가 끝난 뒤 두 전문가가 남긴 소회와 평가마저도 극명하게 대비됐다. 발켄버그는 청문회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설명할 수 있어 좋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무엇보다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례를 들며 퍼블릭 블록체인이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가치를 설명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데 감사하다. 또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향해 수년간 끊임없이 제기돼 온 비난에도 차분히 답할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한다.”

반대로 루비니는 소셜미디어에서 자신과 다른 견해를 보인 이들을 싸잡아 격렬하게 비난했다.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루비니는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남겼다.

“암호화폐에 관한 트위터는 온갖 봇, 인터넷 트롤, 사기꾼, 앞잡이들, 대책 없는 암호화폐 열성 지지자들에 정신병자들까지 마구 뒤섞여 있는 시궁창이나 다름없다. 올해 들어 암호화폐 가격이 90%나 떨어지고 나서 다들 거지가 됐는지 미친개처럼 나를 물어뜯기에 여념이 없는데, 저 한심한 족속 중에 내 논문을 읽어봤거나 이해한 사람이 있을까? 대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전한 비판은 단 하나도 없다. 이 한심한 작자들은 한마디로 딱한 미치광이들에 여전히 오를 가망 없는 암호화폐를 들고 계속 기도나 하는 루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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