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샤를 합시다>의 연출에 관하여
<식샤를 합시다>라는 드라마가 있다. 무려 시즌2까지 나왔다.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2를 보다가 접었다. 무려 서현진님이 나오시는데. 음식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뜬금없이 밥을 먹으러 갔고, 감독은 푸드 포르노를 만들려고 작정을 한 건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맛깔나게 찍었다. 스토리상으로나 연출상으로나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장면들은 반복됐다.
무엇을 이쁘게 찍건 못생기게 찍건 거기에는 연출적 사유가 있어야한다. 무지하게 맛있게 보이는 음식들은 그저 맛있는 음식으로'만' 존재했다. 음식을 주인공마냥 중요하게 보여준다는 건 이 드라마에서 음식이 상징하는 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건데, 당췌 그 음식이 이 드라마에서 무엇을 상징하는 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가령,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는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매화마다 특정 음식이 다뤄진다. 그 음식은 해당 에피소드의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들이다. 그런데 <식샤를 합시다>의 음식들에서는 어떤 메세지가 읽히지 않았다. 때깔 좋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고, 배우들은 '존나 맛있게 먹어주세요'라는 연기 가이드를 받은 듯 음식들을 광고 모델 마냥 먹어치우는데(광고 모델마냥 1인이 4인분을 처리하기도 한다), 거기서 끝이다.
음식들이 왜 그렇게 이쁘게 찍히는 지도 모르겠고, 배우들이 왜 그렇게 맛있게 먹는 지도 알 수가 없고, 그 모든 장면들이 왜 그렇게 길게 보여지는 지도 드라마 스토리적으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우와 저거 맛있겠다"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이런 연출은 그때서야 이해가 가게 된다. 드라마의 상당 부분을 걷어내도 <식샤를 합시다>의 스토리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떤 현명한 이가 말했다. 완벽함은 빠질 게 없는 상태라고.
<리틀 포레스트>의 연출에 관하여
<식샤를 합시다>의 연출에 대한 비판은 <리틀 포레스트>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주인공 혜원(김태리 연기)은 영화 내내 뭔가를 만든다. 배춧국도 만들고, 꽃을 넣어 파스타도 해먹고, 꽃으로 튀김도 만들어 먹고, 술도 직접 빚고, 떡도 직접 만들고, 곶감도 직접 만들고, 아무튼 별 희안한 거를 다 만든다. 감독은 혜원의 요리 과정을 이쁘고, 맛깔나게, 그리고 빠짐없이 보여준다.
혜원의 요리 행위 자체가 영화에 불필요한 건 아니다. 혜원은 어머니에게 요리를 배웠고, 요리는 그에게 어머니를 기억하는 한 방식이다. 겉으로는 어머니를 욕하고 비난하지만 여전히 애정하고 있다는 것을 요리를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혜원을 설명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리틀 포레스트>의 요리 장면들은 <식샤를 합시다>의 그것마냥 대부분 불필요하다.
플롯은 심플하다.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진 청춘이 시골로 내려와 소위 '힐링'을 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요리를 통해 힐링을 하는데, 관객들은 꼼짝없이 그의 반복되는 요리를 지켜봐야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그의 요리 행위는 영화상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이기에 지루함으로 다가온다(신기하긴하다). <뷰티 인사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를 좋아하실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는 다소 부족할지라도 영상은 이쁘다.
돌아갈 곳이 있는 자들의 이야기
내 글을 읽는 구독자와 함께 이 영화를 봤다. 그는 영화를 보고 말했다. "비참하네요." 주인공 혜원을 비롯해 퇴사한 뒤 시골로 내려와 사과 농사를 짓는 재하(류준열 연기)에게는 모두 돌아갈 곳이 있는데 자신은 그런 곳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영화를 비판했다. "제가 영화안테 하고 싶은 말은 이거에요.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한다."
이런 비판이 가능한 이유는 주인공들이 잘나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친구들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혜원은 도시에서 살지만 언제든 도망칠 공간이 있다. 그리고 썩 괜찮은 기업에 붙었다가 퇴사한 재하에게도 도망칠 곳이 있다. 이 영화가 리얼리즘을 추구했다면 혜원은 시골로 도망칠 수 없었을 거고, 재하는 퇴사할 수 없었겠지.
혜원이나 재하가 선택하는 삶의 방식은 일반인들은 꿈꾸기 힘들다. 쟤네들은 도망이라도 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서 괴리가 발생한다. 힐링 영화를 표방하고 있고 포스터에도 자랑스럽게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라고 하는데, 술을 직접 담그고 꽃으로 튀김 요리를 해먹는 여유로운 혜원의 모습은 도시의 삶을 견디고 있는 우리의 삶과 조금도 닮아 있지 않다. 다만 우리는 힐링하는 혜원을 통해 대리만족해야한다. 대리만족할 수 없다면 비참해질 수 밖에.
<식샤를 합시다>의 빈곤한 스토리를 서현진이 상쇄한 것처럼, <리틀 포레스트>는 김태리에 의해 그나마 생명을 얻는다. 캐스팅이 이렇게 중요하다.
일단 시골 사람으로서~ 시골은 절대 힐링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 힐링하러 시골로 가는 것 부터가 오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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