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모님이 많이 싸우셨다.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점점 더 자랄수록 싸움은 격렬해졌다.
아버지가 손찌검 할 때도 있었고,
어머니가 집을 나간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서웠고, 구석에서 모른척하기 바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싸움이 내 탓은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인 양 가슴에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 같았고,
부모님이 한 공간에 있을 때는 또 싸울까 봐 너무나 불안했었다.
그게 내 성격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고 성격이 소심해졌다.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하셨다.
어머니는 혼자서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을 나가시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오셨다.
피곤함에 지친 얼굴로 항상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엄마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게, 너는 절대 아빠처럼 속을 썩이지 마렴.'
나는 어머니에게 좋은 아들이 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믿었다.
그래서 항상 어머니에게 신경 쓰게 됐고,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면서 살았었다.
난 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눈치채고 행동하는 대리 인간 이었다.
그러한 태도가 점점 확장되어 결국 남의 기분에 맞추는 사람이 됐다.
남의 기분에 맞추는 사람은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만 있고 내가 없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상처를 받고,
인내하면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를 별 볼 일 없게 생각하면 어쩌지?'
'상대방에게 잘 보여야 할 텐데..' 라는 생각 속에서
자신을 존중하지 못한다.
상대방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면 항상 들었던 말들이 있었다.
'야 너 이런 애 아니었잖아? 갑자기 왜 이래?'
그러면 옛날 드라마에서 자주 나왔던 대사였던
'나다운 게 뭔데?'라고 말하고 싶었던 적이 자주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대사만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게 억울했었다.
그 역할은 내가 원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불만을 표출하진 못했었다.
그것 또한 내 대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대사만을 하도록 강요했던 사회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자신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규칙 속에서,
사람 속에서 나를 표현하며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활발해지고 있다.
난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있을 때 항상 되뇌는 주문이 있다.
'내가 필요한 만큼 이기적일것.'
나에게 부담되는 부탁이 있으면 거절할 수 있으며,
남들과 함께 밥을 먹을 필요도 없으며,
다른 사람을 도와줄 필요를 못 느끼면,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관계 속에서 나의 자유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도움을 준다.
그럴 수록 여유가 생기게 된다.
여유가 생기면 더욱 나와 주변을 잘 바라볼 수 있다.
이렇게 남의 기분이 아니라,
나의 기분을 맞추도록 하는 연습은 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난 아직 남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난 내가 필요한 만큼 이기적 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개인주의적인 것과 이기적인 것을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갈 줄 아는 영리함.
난 이런 영리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가슴에 와닿는 포스팅이네요..
저도 주문까진 아니지만 비슷한 말을 되세기곤 해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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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tabong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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