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UC 버클리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로봇 행사(TC Session Robotics)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설립자인 Marc Raibert 가 자사의 4족 보행 로봇인 SpotMini의 상용화를 발표하였다. 2019년 100대 정도를 생산해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투자사인 소프트뱅크가 페퍼를 통해 다양한 판로를 확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로 B2B 시장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가격이 문제가 되겠지만, 초기 가격은 높아도 대량 생산이 진행되면 언제나 그랬듯이 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제대로 된 소비자 로봇의 최초의 상용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제품의 성능에 대해서는 상용화 발표 이전에도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알려진 것이 많았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겠지만,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이 회사의 기술과 상용화와 관련한 일련의 논란 등에서 배울 점들이 상당 수 있는 듯하여 이를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왜 4족인가?
사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간판 제품이라고 하면 많은 로봇 대회에 등장하는 플랫폼이기도 하고, 텀블링이나 뛰기 영상 등도 공개되어 유명한 아틀라스(Atlas)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이쪽이 구현하기가 훨씬 어렵고, 인간하고 비슷한 형태이기 때문에 친숙한 느낌도 있다. 그런데, 로봇을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가진 어떤 것을 창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지 않고, 인간을 보조하거나 인간과는 다른 어떤 것으로 생각하면 굳이 안정성이 떨어지는 2족 보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바퀴를 단 제품이 만들기가 더 쉽지만, 바퀴 제품으로는 인간의 주거 환경에서 흔히 만나는 다양한 턱과 계단 등의 접근성이 너무나 떨어지기 때문에 범용적인 사용성에 제약이 심하다. 그렇다면 4족으로 유연한 움직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현재의 스펙 만으로도 지형을 파악하고, 카메라를 이용해 건물 내외의 보안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길 수 있으며, 향후 편평한 등에 안장이나 바구니 같은 것을 달아서 물건을 옮기거나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목과 머리 형태의 manipulator 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나 기능의 업그레이드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들의 UX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인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소나 말 등의 4족 보행 동물을 이용해서 다양한 일을 시켜왔다. 이들이 했던 일들을 개인들이 쉽게 소유하고, 노동을 보조하도록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교육하고 익숙해 질 수 있는 일이다. 한 마디로 말해,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멋지고 연구의 대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범용성과 활용성을 생각한다면 4족이나 6족, 8족 등의 로봇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곤충이나 거미를 연상시키는 6족이나 8족에 비해 4족은 개와 소, 말 등과 같이 인간과 친숙한 동물들의 형태와 크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왜 구글이 아니라 소프트뱅크인가?
사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구글이 거액을 투자해 인수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구글이 인수한 이후에 상용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예상보다 상용화가 지지부진했고, 결국 앤디 루빈이 떠나면서 매각에 나서게 되었다. 사실 처음 매각이 추진될 당시에는 토요타나 아마존 등이 인수할 것으로 이야기가 많이 되었으나, 소프트뱅크의 전격적인 인수가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페퍼의 상용화를 진행하면서 실제로 시장에서 어떤 제품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지 많은 노하우를 쌓았고, 이미 판로도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가장 최적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구글은 이렇게 미래지향적인 회사를 어째서 그렇게 쉽게 포기한 것일까? 물론 인수를 진두지휘한 앤디 루빈과 구글의 창업자 및 CEO 들과의 관계에서 그 답을 찾는 이야기들도 있고,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이미지가 구글의 검색 및 일반 서비스 전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 등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지만 여튼 두 회사가 제대로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했고, 인수이후 지속적인 반목 등으로 신뢰를 쌓지 못했던 것은 분명한 듯하다. 어쩔 수 없이 이 회사를 매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구글은 구글 홈을 중심으로 하는 보다 모바일 친화적인 실용적 제품들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딥마인드와 구글 AI 등을 중심으로 로봇 등에 들어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전체적인 방향성을 옮겼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소프트뱅크는 단순히 로봇을 특정 산업의 종속적인 제품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좋은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인수 이후 실제로 판매가 가능한 수준으로서 스펙을 낮추고 사람들이 구매를 할 수 있는 형태와 기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 회사와 협력과 조율을 잘 해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해당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 팔아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부정적 인식을 잠재우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워낙 유명한 회사이기는 하지만, 이 회사의 기술은 단지 미국 국방부 등에서 연구용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뿐 실제로 사용될 수 없다는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 이들이 개발한 빅독(Big Dog), 치타(Cheetah), 와일드캣(Wild Cat), 펫맨(Petman) 등의 로봇 들이 모두 기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지만 실제 전력화가 되었다거나 상용화가 추진된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가장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를 받았던 전장에서의 군수물자를 이동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빅독의 경우만 해도 내연기관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시끄럽고, 비밀스러운 작전에 투입될 수 없어서 실제로 실전 배치가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로봇들이 비슷한 이유로 연구용으로만 남아있거나 아주 적은 수의 로봇들이 매우 특수한 임무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더구나 구글이 매각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더욱 그런 의구심이 많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SpotMini 를 통해 이런 세간의 평가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팔릴 가능성이 있는 제품화 컨셉으로 스펙다운을 해서 기술개발을 진행한 것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완전 전기로 동작하도록 해서 조용하면서도 에너지 충전을 쉽게 할 수 있게 했는데, 이를 위해 경량화와 소형화를 진행하였다. 제품의 외관도 조금 큰 개와 비슷하게 만들었으며, 머리와 목을 이용한 manipulator를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상용화를 위한 디자인과 모듈화, 생산단가 등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제품이 실제로 출시되고, 공장에서 제품이 나와서 유통이 된 이후에 이를 사용하는 단계까지 가야 이들의 성공을 더 제대로 점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소프트뱅크의 궁합이 매우 잘 맞는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연구 단계에 있었던 기술이 실제로 제품화가 될 때에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연구자들의 손을 떠나야 한다. 연구자들의 욕심과 아집이 제품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 말이 되는건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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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말보다는 개에 가까운 모양입니다만, 용도는 말처럼 쓰일수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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