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의 본명은 윤식(允植)으로 1915년 결혼했으나 일찍 상처(喪妻)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쓸쓸한 뫼 앞에 후젓이 앉으면/ 마음은 갈앉은 양금줄같이/ 무덤의 잔디에 얼굴을 부비면/ 넋이는 향맑은 구슬 손같이/ 산골로 가노라 산골로 가노라/ 무덤이 그리워 산골로 가노라"〈쓸쓸한 뫼 앞에〉라고 노래했다. 고향인 강진에서 만세운동을 모의하다가 체포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일본 유학 때에는 무정부주의자 박열과 가깝게 지냈고,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했다. 1950년 9·28 수복 때 유탄에 맞아 애석하게도 운명했다.
한의학적으로는 작약과의 모란(Paeonia suffruticosa Andrews)의 뿌리껍질을 목단피라고 한다. 본초비요란 한약재 책을 인용해보면 辛甘寒微이며 목단피는 맵고 쓴 맛으로 약간 찬 기이다. 목단피는 붉은 색이므로 혈분에 들어간다. 이시진이 말하길 복화는 음화이니 음화는 곧 상화이다. 세상 사람이 오로지 황백이 상화를 치료하며 목단피의 공로가 더 나음을 알지 못하므로 장중경은 신기환에서 사용하였다. 목단피는 혈을 조화롭게 하며 혈을 차게 하며 혈을 생성한다. 목단피는 쌓인 혈을 깬다. 적과 어혈이 제거되지 않으면 새 피가 생성되지 못한다. 목단피는 월경맥을 통하게 한다. 목단피는 토혈과 뉵혈(코피)에 반드시 사용되는 약이 된다. 목단피는 중풍, 오로, 경간계종을 치료한다.
김영랑은 ‘모란이 피기까지’란 시로 기다림의 미학을 말했다. 모란꽃의 개화는 광복일지 사랑의 완성일지 모르겠지만 계속 기다리는 마음을 노래하였다.
필자가 주로 치료하는 튼살도 기다림의 연속이다. 튼살은 피부 재생 치료로 시술 후 바로 변화가 보이는 것이 아니며 여러 번의 시술과 오랜 기다림 끝에 튼살의 재생으로 튼살 치료 효과를 느낄 수 있다. ST침의 튼살 치료 효과는 단기간에는 효과가 없지만 몇 달 동안 기다리며 계속 지켜본다면 분명히 화려한 모란꽃의 개화와 같은 효과로 보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