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친구, 부모님, 선생님 등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못한)경우, 그리고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경우였습니다.
첫 분석 결과는 놀랍지 않습니다.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우울증상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집단은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감당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학교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7배,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학생들이나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학생들에 비해 2배 가량 우울증상 유병률이 높았습니다.
남녀로 나눠서 분석하자 새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여학생들은 학교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여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우울증상 유병률에서 차이가 없었습니다.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대답한 여학생들은 경험했던 학교폭력이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말한 남학생들은 모든 집단 중에서 가장 많이 아팠습니다.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남학생들은 학교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우울증상 유병률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가장 많이 아픈 것으로 나타났던 학교 폭력을 경험한 후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학생들보다도 우울증상 유병률이 더 높았습니다.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넘어갔다’고 답변한 남학생들은 학교 폭력에 노출되고도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채,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그 상처를 숨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학생의 경우 사실은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너무 괴로웠지만 도움을 요청할수조차 없었다는 뜻을 수 있다. 한국처럼 남자라면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어쩌면 그들은 ‘강한 남자’로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속인 것일수 있습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페이지 22-25
위 김승섭이란 의사 약력을 보니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했던 분인 것 같은데 책에서는 약자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잘 써내려가 강력 추천을 한다.
위 내용을 보면 남자에게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넘어갔다’가 가장 많이 자신에 대해서 자책하고 우울감을 가진 집단임을 알수 있다. 폭력사건의 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학생들을 조사하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상당할 것이다.
자향미한의원 www.imagediet.co.kr 의 홍성민 한의사는 폭력등의 상처로 발생한 흉터를 많이 치료해왔다. 상처가 아물면서 진피를 얕게 파괴하면 흉터가 없는 경우가 있고 흉터로 평생 남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상처가 아무는 과정도 수개월, 몇 년, 심지어 몇십년의 지난한 세월이 필요하다. 또 그냥 흉터로 한평생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오래되고 괜찮다고 자위하는 상처도 트라우마를 남기듯이 흉터를 볼때마다 그 끔찍한 과정이 떠오르기 때문에 정신 건강상 좋지 않다. 따라서 학교폭력등으로 생긴 흉터를 흉터침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