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You
I Guess I'LL Hang My Tears Out To Dry
재즈를 처음 접할 무렵의 나는 음반의 녹음 상태, 음질에 제법 예민한 편이었다. 그 당시의 내게는 ECM의 청명한 사운드와 길고 깊은 공간감, 혹은 GRP류의 퓨전 재즈나 팝 음악의 완벽한 스튜디오 사운드가 이상적인 음반이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이었다. 그래서 흔히들 명반이라 부르는 수많은 재즈 음반들의 열악한 녹음 상태는 그 음악들을 좀처럼 즐겨 듣지 못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곤 했다.
그러다가 재즈를 공부하고 실제로 연주하게 되면서, 다시 말해 음향이 아닌 음악 자체를 알아들을 수 있을만한 훈련이 되어가면서 그 구닥다리 음반들에 뒤늦게 감동하게 되었다. 심지어 요즘은 그런 투박하고 둔탁한 사운드가 더 진실되게 들리고 선명하게 잘 녹음된 요즘의 재즈 음반들을 들으면 뭔가 이게 아닌데, 하는 심정을 갖게 되기까지 내 귀가 변해도 참 많이 변한 듯 싶다.
언제나 똑같은 디자인의 블루노트 음반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음반들 어느 것들이나 다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게 느껴지게 되었다. 그중 하나를 억지로나마 꼽기 위해 CD 들을 둘러보니 Dexter Gordon의 Go! 가 눈에 들어왔다. Dexter Gordon은 이 음반에 수록된 Cheese Cake, Second Balcony Jump, Love For Sale 등의 모든 곡들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그중 유독 나에게 다가온 곡들은 I Guess I'll Hang My Tears Out To Dry와 Where Are You란 두곡의 발라드였다.
그의 발라드 연주를 듣고 있자면 영화 'Round Midnight에서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서 연주를 할 수 없다고 중얼거리던 영화 속 그의 대사가 떠오른다. 그가 아니었다면 그렇게도 깊고 굵은 목소리로 그토록 가슴 한편이 아련해지게 노래할 수 있었을까?
오늘 밤 잊지 말고 두곡의 가사를 찾아 읽어봐야겠다. I Guess I'll Hang My Tears Out To Dry라니, 그 제목만으로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