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명절 앞둔 금리결정, 그 말할 수 없는 비밀.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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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라는 말, 겉과 속이 다른 상태라는 것이겠죠.
살면서 이런 경우는 많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겉으로는 A를 말해도, B라는 것을 캐치할 수 있어야 센스쟁이십니다.


선거/명절 앞둔 금리결정,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채권거래에 있어 기준금리 변화는 매우 중요하므로 금리결정 전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때는 주식거래자들도 꽤 관심을 가지기도 하는데요. 뉴스에서는 "금리동결"이라고 짤막히 다루지만, 채권거래자들은 평소에도 금리결정기관 등의 코멘트나 리포트를 늘 주시하고 있고, 때론 기자들의 입을 빌려 견해를 묻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Q: "美 금리는 계속 인상 추세라, 역전되었는데도 한국은 계속 동결인데요.?"
A: "주의깊게 보고 있고, 우리 경제상황과 물가를 고려하여 적정한 판단 하겠다."

Q: "물가가 안정세라지만, 많이 올랐다는 의견이 많아 지수산출방식에 의문이 드네요?"
A: "알고 있다. 산출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중이며, 내년부터 적용할 수 있다."

이 정도 멘트에서도 나름 힘든 속내를 조금 짐작해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정말 겉과 속이 달라서, 더는 묻지 않는 질문이 있습니다.

Q: "이번 달에 설날(혹은 추석, 대선, 총선, 지선)인데, 금리는 동결하시겠죠?"

A: "그런 것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오직 경기/물가지표를 통해 판단하고 있다."

그렇게 답정너인 질문이라 서로 민망하거든요. 현실은 어떠했을까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데이터



1999년~2018년까지 주요 이벤트들(음력 설날, 추석, 대선, 총선, 지선)을 앞두고 기준금리 변화를 준적이 있는지 데이터로 정리해 봤습니다.

먼저 2008년~2018년 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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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주요 이벤트(음력 설날, 추석, 대선, 총선, 지선)를 앞두고
그 전월에 금리를 변동한 사례는 전혀 없으며,
그 당월에 금리를 변동한 적은 2009년 1월 9일 단 1차례
입니다.

리만 사태의 불을 끄기 위해 임시 금통위를 소집할 정도로 급하던 시기였지요.

이것을 보면, 당연히 이번 달 기준금리는 동결이었겠지요?

1999년~2007년 현황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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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2007년에도 주요 이벤트를 앞둔 그 당월에 변화를 준 적은 전혀 없으며,
그 전월 초순에 총 5회 바꼈는데, 4회는 추석 전월, 1회는 지선 전월입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결론



데이터를 통해 봤을 때 공식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① 오랜 역사를 통틀어(1999~2018년) 주요 이벤트를 앞둔 그 당월에 기준금리 변화를 준 적은 리만 사태 때 단 1회 있을 뿐이라는 점.

② 소위 뉴노멀시대(2008~2018년)에는 주요 이벤트를 앞둔 그 전월에 금리 변화를 준 적이 아예 없으며, 당월도 리만 사태 때 단 1회라는 점.

: 이는 리만 사태 이후 통화정책의 시차, 효용성 문제가 확대되면서, 굳이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한두달 먼저 움직여봐야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을 거라고 일부 추정.

③ 과거(1999~2007년, 소위 뉴노멀(New normal) 시대 이전)에는 주요 이벤트를 앞둔 그 전월 초순에는 총 5회 기준금리 변동이 있었는데 4회는 추석 전월, 즉 하반기에 이뤄졌다는 점.

: 이는 연초에는 정해진 예산을 조기집행하는 등 노력으로 성장률을 유지하다가 하반기에 그 약효가 다해 부득이 통화정책을 추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음. 이때까지만 해도 고금리 시대여서, 소위 테일러 준칙이라는 한은의 공식같은 룰에 대해 어느 정도 효과성을 고집하고 있었을 것으로 일부 추정.

비공식적으로는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금리를 움직이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명절자금 등의 유동성 변화를 주기 싫은 것도 있고, 정치적으로 보면 친지들이 모여서 금리변화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 선거를 앞두고 금리변화로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겠지요.

어쩌면 공공연한 비밀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겠습니다.

단, 과거가 미래에도 유효한 것은 전혀 아니며, 기준금리결정을 매월 하던 때와 달리 최근에는 연 8회 열리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점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편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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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tisk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내용입니다.

자주 들를게요

반갑습니다^^. 관심사도 유사한 쪽인 것 같네요. 저도 팔로했습니다.

들어보니 금통위 분들 고민도 만만치 않더라구요.
이렇게 하면 이쪽에서, 저렇게 하면 저쪽에서 말이 나오니.. 가장 안정적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그렇겠죠? 소수의견 절대 안내는 사람도 있기도 하더라구요. 독전 영화를 봤더니 좀 멍하네요 김주혁이 다 나오더군요^^

아무래도 특정 이슈가 있을 때 금리 인상이나 인하는 모 아니면 도니까 가만히 있어서 중간이라도 하자. 라고 생각할 수도. ^^;;

네. 데이터로 재확인드리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전문적인 글이라 어렵네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그냥 금리결정 시 큰 이벤트 예를 들어 설날/추석/대선/총선/지선을 앞두고는 웬만하면 정중동 한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다 정도로 가볍게 보시고 투자에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포인트 쏙~감솨감솨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