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히트 바르가바의 <트렌드 큐레이팅 아이디어>는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 아마존 비즈니스 및 마케팅 부문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인기도서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이 책이 엄청난 히트를 친 베스트셀러라는 점보다 제목 때문이었다. ‘트렌드 큐레이팅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굳이 제목을 영어로 한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책 내용은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뻔한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책들, 유명 작가 마케팅을 내세워 엄청난 마케팅을 통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띄우는 데 성공하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는 책들이 쏟아져나오는 요즘, <트렌드 큐레이팅 아이디어>만큼 내용에 충실한 책을 만나기는 어렵다. 마케팅프로프스의 최고콘텐츠책임자인 앤 핸들리의 말처럼 저자는 매우 관대한 시선으로 미래라는 주제에 접근하면서 중요한 문화적 트렌드와 비즈니스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무엇이 중요한 트렌드인지 그리고 그 중요한 트렌드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가치 있는 것은 트렌드라고 하는 것 중 진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트랜드 큐레이션의 기술, 트렌드 리포트가 아주 명료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이야기로 책 내용이 시작된다. 19쪽에 의하면 아이작 아시모프는 공상 과학 소설가로만 불리기에는 그 활동 영역이 매우 광범위한 사람이다. 다작 작가로 알려진 아시모프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 공상 과학 소설 시리즈에서부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소개하는 한 두 권짜리 해설서를 포함하여 500권이 넘는 책을 비롯하여, 성서 해설서까지 썼다고 한다. 만약 내가 지금부터 책을 쓴다고 해도 평생 5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할 수 있을까.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쓰고 공부를 해야 그렇게 많은 책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기도 했다.
저자는 아시모프가 공상 과학 소설가로 널리 알려졌으나 정작 본인은 자신을 이러한 틀 속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아시모프에게 자신이 쓴 책 가운데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요!”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아시모프는 과학자도 아니고 신학자도 아니며 문학 평론가도 아니었다. 다만 다방면에 호기심이 아주 많은 작가였을 뿐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다른 전문가와는 달리 아시모프는 자신이 내놓는 아이디어의 힘이 전혀 다른 분야의 생각이나 지식을 하나로 모아, 여기에 자신만의 통찰력으로 그러한 지식을 통합, 정리, 분석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아시모프는 자신을 ‘속해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고 전성기 때 1년에 책을 15권이나 낼 정도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독특한 특성 덕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도 아시모프처럼 빨리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시모프와 같은 사람을 동경하는 나에게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었고 따라서 나는 이 책에 점점 몰입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그동안 내가 가졌던 고정관념이 부서지게 되는 지점을 만났을 때였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53쪽에서 ‘변덕스러운 특성’을 높게 평가한다. 의도적으로 변덕스러워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에 있어서 변덕스럽다는 것은 깊이 이해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모든 생각에 개방적이 된다는 의미다. 어떤 생각이든 너무 깊게 파고들거나 너무 완벽하게 분석하려 하지 않고 일단 모든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덕스러워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실질적인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오프라인 정보 저장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요즘은 에버노트 같은 훌륭한 메모 앱이나 브라우저 플러그인 덕분에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상에 정보를 정리해둘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메모는 날아가 버릴 위험이 있고 또 이렇게 정리해 놓은 것으로는 정보 간의 연관성이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방법 대신에 기사를 출력하거나 잡지에서 해당 부분을 찢어내서 트렌드별로 구분해 놓은 폴더에 끼워 책상 위에 보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한꺼번에 꺼내 관심 트렌드별로 분석하기가 훨씬 쉬울 뿐 아니라 정보를 접한 그 순간에 너무 깊게 생각하고 분석하지 않게도 해준다고 한다. 또한 타이머를 사용하라는 조언도 해준다. 변덕을 부린다는 것은 일종의 타이머를 설정하듯 의도적으로 그 과정을 뒤로 미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유형의 미디어를 소비할 때 이러한 타이머를 사용하면 신속한 평가를 통해 일단 분석을 보류한 채 또 다른 것에 눈을 돌릴 수 있다. 3번째는 매직펜으로 적는 것이다. 1년 동안 모아 놓은 각각의 기사와 이야기에는 매직펜으로 주제가 무엇인지 정도만 간략하게 적어놓는다. 이렇게 매직펜을 사용하는 이유는 굵은 글씨면 눈에도 잘 띌뿐더러 글씨가 굵으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므로 더 길게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어서 되도록 간단하게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매우 흥미로웠던 사실은 저자의 블로그 활동에 관련된 것이었다. 저자는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지 10년째인 지난 2014년에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독자의 의견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보통 블로그를 비롯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은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블로그를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저자의 결심에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겼다. 저자는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부터 10년 동안 독자가 남기는 의견 글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댓글을 받지 않게 되었다고 쓴다. 생산적인 토론을 유발하는 글에 진지한 의견들이 올라오던 시절도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단순한 격려의 글이나 스팸이 주를 이루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의견 달기 기능을 막아버렸다고 한다.
고정관념에 맞서서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러한 시도로 인해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팔로우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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