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다 히카루(Utada Hikaru)의 6집 "Fantôme" 앨범 리뷰

in kr •  8 years ago 

우타다 히카루의 8년만의 정규앨범이 2016년 9월 28일에 발매되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앨범이지만,
아직까지도 오리콘 차트에서 롱런하고 있기에 그렇게 오래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녀의 팬으로서 이 앨범이 발매되길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2008년 3월 "HEART STATION"을 발매한 후 활동이 뜸해지더니 2010년 베스트 앨범을 내고 '인간활동'이라는 명목으로 활동을 무기한 중단 발표.

일본 가수들은 보통 활동 중단 발표해도 2년만에 컴백해주는게 예사라서,
우타다 히카루도 금방 복귀 해줄거니 믿고 있었는데.
2012년에 에반게리온 관련 주제가 ' 桜流し'라는 곡을 발매해서 역시나 했지만
그 다음 4년동안 감감무소식.
그러다가 2016년이 되어서야 앨범이 발매되었다.

앨범을 발매하기 전 선행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花束を君に', '真夏の通り雨' 두 곡은 아이튠즈를 비롯한 각종 음원 사이트를 제패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솔직히 다소 심심한 느낌의 곡이라 히트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는데,
그녀의 이름값도 있고, 적절한 타이밍에 드라마, 뉴스프로그램에 타이업이 되어서
꽤나 좋은 반응을 얻었다.

'花束を君に'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곡으로 잔잔한 발라드 곡이다.
꽃다발을 그대에게라는 제목에 걸맞춰서 5월 어머니의 날에 음원을 선물하도록 하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그런 프로모션을 지켜보니 우타다 히카루 주변의 홍보스텝들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真夏の通り雨' 는 살짝 우울한 발라드 곡인데, 개인적으로는 '花束を君に' 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우울한 발라드 곡에 원래 취향이 팍 꽂히는 편이라서 그런가?
가사도 우울하지만 뭔가 멜랑꼴리한 느낌을 줘서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2012년에 나왔던 ' 桜流し'는 진정한 명곡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에서 곡의 후반에 갈수록 점점 고조되면서 감정이 폭발하는 느낌.
일본의 국민가수 쿠와타 케이스케(사잔 올스타스의 보컬)이 이 곡을 매우 극찬했다.
피아노 위주의 조용한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곡의 구성이 굉장히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한다.

이 세 곡이 등장하면서 당시 의아함이 생겼다.
왜 갑자기 곡 제목들로 일본어를 사용하게 된 것일까?
그동안 일본어 제목인 곡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그녀는 대부분의 곡 제목을 영어로 만들었다.
그리고 3곡은 모두 발라드 곡이고, 과거의 서양의 영향을 받은 곡들이 아닌 전형적인 일본스타일의 곡이다.
이쯤 되니까 앨범의 분위기가 대충 예상이 되었다.
그녀가 쉬는 시간 동안 출산도 했고, 본인이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에 심경 변화도 컸을테다.
그리고 영국 런던에서 생활하는 동안 일본에 대한 그리움도 남았을테고.

하여튼 예상대로 앨범 트랙리스트는 전곡 일본어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1. 俺の彼女
  2. 花束を君に(NHK連続テレビ小説『とと姉ちゃん』主題歌)
  3. 二時間だけのバカンス
  4. 人魚
  5. ともだち
  6. 真夏の通り雨(日本テレビ『NEWS ZERO』テーマ曲 )
  7. 荒野の狼
  8. 忘却
  9. 人生最高の日
  10. 桜流し(『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Q』テーマソング)

그리고 '道'와 '二時間だけのバカンス' 및 'ともだち'가 앨범 발매 일주일 정도를 앞두고 여러 방송을 통해서 선공개 되었다.

일본은 보통 싱글들을 여러개 내고 앨범을 발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앨범의 발매 시스템은 왠지 서양의 그것을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살짝 다른게, 앨범 발매에 맞춰서 여러곡들이 한꺼번에 홍보되는 느낌.
전형적으로 앨범 판매에만 올인하겠다는 일념이 돋보였다.

산토리 천연수 CM 곡으로 공개된 '道'는 그나마 과거의 음악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5집 "HEART STATION" 느낌의 산뜻한 일렉 곡이다.
우타다 히카루가 기존 선 공개곡들 3곡이 모두 조용해서 앨범 분위기를 좀 띄워보자고 공개한 트랙.
앨범 발매 후 음원 차트들에서 반응이 좋았다.

'二時間だけのバカンス'는 시이나링고와 코라보 한 곡.
시이나 링고와는 과거 시이나 링고의 커버 앨범에서 코라보 한 바 있는데,
두 가수의 우정이 꽤 깊긴 한가보다.
우타다 히카루의 트리뷰트 앨범에서 시이나링고는 'Letters'를 커버하기도 했다.
두 가수의 보컬이 워낙 서로 독특한 편이라 조화가 잘 안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발랄하고 통통튀는 곡으로 이 앨범에서 '道', '人生最高の日'와 함께 밝은 업템포 트랙이다.

'ともだち'는 동성애자의 짝사랑을 그리고 있는 트랙으로,
가사가 참 매력적이다.
친구로만으로 만족하지 못하지만 쉽게 꺼낼 수 없는 짝사랑을 잘 그려내고 있는 트랙으로
그녀의 2집 시절 세련된 R&B 스타일로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남은 트랙은 5개의 트랙 밖에 없다.

' 俺の彼女'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갖추고 있는데, 연인사이에서 남자와 여자 각각의 입장에서 가사를 쓰고
우타다 히카루 혼자서 다 부른 독특한 곡이다.
처음 들을때는 굉장히 신박한 느낌이었는데 은근히 계속 듣다보니 잘 안듣게 되는 트랙이다.
팬들에게는 반응이 무척이나 좋은 트랙.

'人魚'는 너무 조용한 발라드.
좀 심심하다 생각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미술관의 행사에서 타이업이 된 바 있다.
진심으로 그냥 미술관에서 조용하게 그냥 배경에 깔릴만한 트랙.

'荒野の狼'은 예전 곡들 분위기가 꽤 난다.
우타다 히카루의 특유의 멜로디가 독특하게 드러나는 곡인데,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그냥 묻히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추리, 스릴러 드라마에서 타이업 되어서 재조명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했는데,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는 것 보면 그냥 넘어갈 생각인가보다.

'忘却'은 이 앨범에서 가장 호불호 극강인 트랙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꽤나 난해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트랙.
일본의 신예 래퍼가 좀 거슬리는 보컬로 랩을 하고 있는게 좀 아쉽다.
좀 더 조용하고 부드러운 랩퍼가 랩을 했었으면 이 곡의 퀄러티가 좀 더 살아났을것 같다.
우타다 히카루가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라고 꼽을 정도로 아티스트 본인이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앨범 발매 이후 따로 뮤비까지 만들어서 선보였다.

'人生最高の日'는 제목때문에 꽤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평범한 진행의 트랙이었다.
그래서 그냥 앨범 통채로 들을째만 듣고 따로 챙겨듣지는 않게 된다.
5집에도 니지이로바스(무지개버스)가 비슷한 트랙이었다.

곡 따로 따로 보면 전반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트랙들이 꽤 있지만,
앨범 전체적으로는 통일성이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듣기에 좋다.

앨범 발매 전에는 첫주 10만~20만정도에, 총판 20~30만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완전히 깨서 첫주 25만, 총판은 무려 67만에 이르고 있다.
이 정도면 완벽한 부활이며, 그녀의 음악에 대한 일본인들의 충성도 및 신뢰도를 느낄 수 있는 계기다.
디지털 앨범까지 포함하면 100만장의 판매고에 달한다고 하니 요즘 시대에 엄청난 히트작으로 남게 되었다.

이 앨범의 성공은 우타다 히카루의 팬으로서 굉장히 큰 기쁨이었다.
내일(6월 15일)에 신곡이 발표된다는 소문이 있으니 기대를 해보며 이 앨범을 한번 다시 쭉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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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해서 문외한인데...이렇게 포스팅을 보니 한번 검색해서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참 잘쓰시네요. 검색해서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한번 감상 부탁드릴게요. 일본어에 거부감만 없으시다면 괜찮은 노래들이라고 생각해요.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알려져있어요.

요즘 시대에 100만장 판매라니 .. ! 음반대국 일본이라지만 놀랍네요

일본도 이제 100만장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도 시디를 구매해서 소장하려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일본인들의 소장욕구는 강한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