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한국 풍경이 그러했다는 점을 영화는 어떻게 표현할까요? 영화 속에서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고문하다가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주고받으면서 짜장면을 먹고 다시 고문을 마친 뒤에는 흔히 ‘자본주의의 하수구’라고 불리는 룸싸롱의 ‘배설욕구처리장’(역시 비틀어진 폭력의 장이지요)으로 가서 여자(순임이라는 순수한 여인이 아니라 폭력에 의해 길들여진)를 끼고 타락의 노래를 불러대는 쇼트들을 결합함으로써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타락의 일상화는 아내의 불륜현장을 급습하여 폭력을 행사한 뒤 곧바로 자신이 불륜을 저지르는 가정의 파괴에서도 거듭 확인됩니다.
폭력의 일상화와 타락의 일상화는 결국 순수한 꿈을 잃어버린 결과가일상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악에 길들여지는가 하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당혹스럽고 어색하기만했던 폭력과 타락은 어느샌가 너무나 낯익고 익숙한 것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일상을 새롭게 쇼트와 쇼트로 분할/재결합함으로써 그러한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일상화라는 것이 죄악의관성을 통해 얼마나 심각하게 우리 삶 속에 뿌리내리게 되었는가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지요.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일상속의 파시즘’이란 담론도 그런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는데, <박하사탕>은 그러한 문제의식의 영상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폭력적인 타락의 일상을 변혁시키는 몽타쥬적 시간처리방법이 바로 우리가 <박하사탕>에서 보았던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플래시백’(flashback)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몽타쥬에 의한시간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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