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삼천원 대표 버나드 인터뷰

in kr •  7 years ago  (edited)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면 먹고 살기 힘든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요즘 세상에, 아티스트의 경제적 자립을 돕겠다고 나선 겁 없는 청년들이 있다. ‘지속가능한 덕질’을 표방하며 아티스트와 덕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삼천원’은, 이런 겁 없는 청년들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1년이 넘은 지금, 삼천원과 그 멤버들은 여기까지 오는 데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삼천원 공식 에디터는 이번주부터 삼천원의 탄생 비화를 비롯하여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며 느끼는 온갖 고충들을 정기적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부디 이 포스팅이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많은 분들과 향후 문화예술 분야에서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은 그 첫 이야기로 삼천원의 공동대표 중 한 분인 김민식 대표를 인터뷰했다.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삼천원에서 대표이자 개발자로 열일하고 있는 김민식 대표는 ‘버나드’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최근에는 플랫폼 대규모 업데이트에 전념하고 있다. 플랫폼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가 큰 만큼, 창업 시기부터 지금까지 많은 언론 매체에서 인터뷰를 했었다. 그래서 브런치에서는 기존에 인터뷰했던 부분 보다는 버나드가 직접 겪은 문화예술 시장에서의 경험담과, 그의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을 더 집중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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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 일과나 근황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최근의 관심사도

매일 성수동에 출근해 삼천원 일을 하고 있다. 서류를 정리하고, 사이트 개발을 하고 있다. 요즘 관심사는 플레이스테이션4다. 재미있는 게임이 많이 나와서 일이 끝난 뒤에 즐겁게 게임을 한다. ‘퇴근하고 정치합니다’라는 소모임도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아서, 딥러닝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코인 투기(?)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믿음이 있는데, 사회적인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답해본 질문이겠지만, 삼천원 플랫폼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 삼천원을 같이 시작한 친구들은 원래 중학교 때 같은 게임 클랜 사람들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게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좋아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자기만의 덕질 분야가 있었다. (본인의 경우)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 예술의 전당에서 클래식 자문위원까지 맡을 정도였고, 공동대표 장동현(감자)은 락 음악을 덕질했다. 그 외에도 많은 클랜 친구들이 웹소설, 웹툰, 일러스트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덕질 분야에 대해 얘기를 하다보면 늘 결론이 동일한 문제로 끝났다.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아티스트가 어느 순간 더 이상 생계를 해결하지 못해 예술 활동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 팬의 입장에서는 허탈해질 수 밖에 없더라.

친구들하고 이런 허탈감을 공유하다가 감자가 개략적으로 ‘인디밴드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라는생각을 하게 되었고, 후에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확장되어 오늘날의 삼천원을 만들게 되었다. 길게 보면 같이 게임 클랜에서 활동하던 시점부터 삼천원 창업까지 대략 10년이걸렸다. 사실 창업했다는 느낌보다는 커뮤니티 모임 같은 기분으로 시작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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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를 시작하고, 오늘날의 삼천원이 되기까지의 창업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삼천원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 그저 웹사이트를 만들어야지 라는생각을 했을 뿐, 엄밀한 의미에서의 창업을 한다거나 사업체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즉 사업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이트를 우리 돈 써서 만들기 아까워서 남 돈으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펀딩을 찾아다녔다. 맨 처음에 전주대에 지원했으나 실패했고, 두번째로 지원한데가 현재 멤버십 중 한 곳인 벤처 스타트업 투자사 ‘소풍’이다. 여기서 2천만원을 지원받게 되었는데, 돈을 받으려면 주식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래서 돈을받으려고 창업을 한 것이지, 그냥 순순히(?) 돈만 줬더라면 정말 사이트만 만들었을거다. 창업할 생각이 없었던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얼떨결에 창업을 시작하고 나니까 너무 빡셌다. 사업자 등록에, 세무 관련 업무, 웹사이트 개발 등등… 그래서 어쩌다 보니 휴학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삼천원의 가장중요한 기능인 ‘정기 후원’을 하려면 웹사이트 결제대행사의 결제서비스를 구매해야 됐는데, 문제는 결제서비스 회사가 거래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왜냐면 카드결제 대행사들이 생각보다 보수적인데, 이 때문에 신선한 아이템들을 잘 안해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정기결제 시스템이 너무 리스크가 크다, 소비자 불만율이 높다 등등의 여러 핑계를 대면서 거절했고, 그렇게 여러번 까이다 한 업체를 겨우 간신히 뚫었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원래부터 서로를 잘 알고 친한 사이였다 보니, 무난하게 열심히 일했다는 점이다. 다들 부귀영화를 바라고 시작한 게 아니라서 다툴 일도 별로 없었고. 다만 클랜 안에서 게임이나 일상 얘기를 하다가, 사업이나 돈 얘기를 하니까 그걸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있기는 했다. 하지만 회사 일 만큼은 별 문제가 없었다. 초창기에 회사를 이끌어 나갈 때는 개발자가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운영을 하면서 점점 기획자, 디자이너, 에디터, 영상, 포토그래퍼등이 들어오게 되었고, 현재는 나름대로 다채로운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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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특별히 느끼는 점이 있다면?

일단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한 재미가 느껴진다. 내손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그 플랫폼 안에서 사람들이 활동하는 걸 보면 무언가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달까. 그리고 비즈니스 세계가 생각보다 별 거 없다는 게 느껴진다. 엄청 칼같고 합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움직일 것 같았는데, 되게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간다. ‘세상이 이렇게 쉽게 돌아가는거였어?’라는 느낌마저 들었고, 너무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더라도 잘 될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너무 쓸모 없다는 걸 깨달아 버렸다. 지식과 현실의 괴리라고나 할까.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현실 문제를 전혀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대학 교육의 무용함을 느끼고 말았다. 그래서 사실 부모님께서는 빨리 대학 졸업하고 공기업 가라면서 삼천원 일 하는것을 반대하시지만, 오히려 자퇴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벌써 휴학을 엄청 많이 해서, 11학번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2학년이다. 남은 학기를 어떻게 할지는 대학교의 의미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본 후 결정할 예정이다. 확실히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대학교 학위가 갖는 의미가 작지 않더라.


삼천원에 대해 더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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