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반도 위에 뜨다

in kr •  3 years ago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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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 거의 모두가 알고 있고, 별 거부감없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아리랑’이나 ‘고향의 봄’ ‘정도는 그에 부합하겠지만, ’울밑에 선 봉선화‘만 해도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고 가요든 민요든 누구나 다 따라 부를만한 노래는 드뭅니다. 그 드문 예 중의 하나로 윤극영의 ’반달‘을 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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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 마리....... 관동 대지진을 경험하고 황망히 한국으로 돌아왔던 윤극영은 어릴 적 따르던 시집간 누이의 죽음 소식을 듣고 가라앉은 마음으로 올려다본 밤 하늘에서 이 노래의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식민지 조선 백성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끈 것은 물론 조선에 와 있던 일본인들과 조선인들로부터 이 노래를 배운 중국인들도 이 노래를 덩달아 불렀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일부 교과서에도, 중국의 교과서에도 이 노래가 실려 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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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달 노래 이야기를 짤막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일단 한 번 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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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극영 선생이 이 노래 가사를 지을 때 가장 정성을 쏟아 다듬은 대목은 2절의 마지막 가사였다고 합니다.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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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은 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 우중충하게 흘러가는 반달 돛배.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한 가운데 멀리서 반짝반짝 비추이는 샛별이 등대처럼 길을 밝혀 준다는 내용이지요 윤극영은 1903년생입니다. 일곱 살 때 나라를 잃었고 청소년 때 3.1항쟁을 겪었고 스물에 관동대지진의 현장에 있었으며 스물 여덟에 만주 사변이 났고 해방 될 때는 마흔 셋. 어찌 보면 인생의 황금기를 죄다 일제 강점기에 털어넣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에도 ’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는‘ 서글픈 위기가 항상 도사리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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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사변 이후 용정 지역에서 살기도 했던 그는 지금까지도 그를 친일 논란에 휩싸이게 만든 친일단체 협화회에 가담해 활동합니다. 강원룡 목사의 회고에 따르면 강원룡 목사에게도 협화회에 가담하라 강권하기도 했다 하니 억지 춘향으로 회원 노릇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흔한 변명으로 “먹고 살려다 보니” 그랬을 수도 있고 “일본이 망할지 몰라서” 가입한 것일 수도 있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이 협화회 활동은 윤극영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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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이 장악한 만주에서 협화회 활동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대죄였습니다. 윤극영은 척결돼야 할 친일파로 몰려 사형대에 설 위기에 처합니다. 사형대 앞에서 윤극영은 이렇게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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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난으로 일제를 위한 노래도 많이 지었고 상도 많이 타다 보니 죽을 죄를 지었다 하겠습니다. 지금 와서 무슨 할말이 있겠소만 지금 공산당을 위해서도 공로를 세운 것도 있군요. 그저 한 가지 남기고 싶은 말이라면 내가 죽은 후에도 내가 작곡한 동요들을 계속 불러준다면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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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살기등등하던 사형집행관이 턱을 치켜들고 물었습니다. “공산당을 위해 뭘 했다는 건가?” 그러자 윤극영은 대답합니다. “ “‘동북인민의 해방의 봄이 왔네’ 노래는 내가 지은것입니다.” “뭐? 그 노래를 당신이 지었다고?” 집행관들이 사실 확인을 하는 와중에 <반달>의 작곡가도 윤극영임을 알게 됩니다.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도 당신이 지었소?” “예 그것도 내 노래입니다.” 이쯤 되자 당시 용정현 현장으로 있던 문정일이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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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지 맙시다. 그 재능이 아깝지 않슴메. 고쳐 쓰면 훌륭한 인재가 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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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데도 아니달고 삿대 없이 흘러가다가 은하수에 침몰할 뻔 했던 윤극영은 그렇게 기사회생 살아납니다. 윤극영은 평생 문정일의 이름을 기억하며 그 은혜를 기렸다고 합니다. 그 다급하던 사형대 앞에서 풀려나오면서 그는 그의 노래를 읊조렸는지도 모르죠.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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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노래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셔요. 재미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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