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가 알아야 할 사람들

in kr •  3 years ago 

이준석 대표에게 알려주고 싶은 사람들

일감하시고 돌아오셔도 좋습니다... 그가 꼭 알아야 할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본문과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


.
1952년 전란통의 부산에서 태어난 김순석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 시절 흔했던 소아마비로 다리 하나를 절게 됩니다. 열 여덟 살 되던 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그는 금은세공 기술을 익혔고 타고난 실력을 발휘하여 9년만에 공장장이 되는 작은 성공을 거둡니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서울 생활 10년만에 그는 커다란 재앙을 만납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겁니다. 3년간 병원 생활 끝에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그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금은세공작업장을 차립니다. 그의 납품처는 남대문시장이었습니다
.
. 그곳까지 오가는 일이 그에게는 일상이었으나 휠체어를 탄 그에게는 그야말로 문경새재 아흔아홉구비를 매일 넘나드는 것과 같았습니다. 제일 괴롭힌 것은 툭하면 만나는 턱이었습니다. 하나를 만날 때마다 측은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도움을 청해야 했고, 또 그에서 내려올 때 사방을 두리번거려야 했습니다.
.
대개는 기꺼이 도와 주었으나 인적이 드물거나 사람들이 바쁠 때에는 하염없이 ‘착해 보이는’ 사람을 찾아 애타게 “도와 주실래요.”를 부르짖어야 했습니다.
.
그러던 어느 더운 여름날, 그는 경찰서에 끌려갑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휠체어로 건널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횡단보도 아닌 도로를 건넜고 그게 교통순시원 눈에 띈 겁니다. “장애인이면 다요? 무단횡단은 무단횡단이지.”
.
결국 그는 휠체어째 파출소에 끌려가 다음날 새벽까지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됩니다. 지금 상상만 해도 가슴 속에서 주먹같은 뜨거움이 치솟아 오르는데 그의 심경은 오죽했을까요
.
그로부터 두어달 뒤 1984년 9월 19일 그는 아내가 파출부를 나간 사이 마천동 지하 단칸방에서 독을 삼킵니다. 그는 다섯 페이지가 넘는 노트에 빽빽하게 유서를 남겼습니다. 구구한 글보다는 그의 유서를 타이핑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
“.....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히 시장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물 한모금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또 우리는 왜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지나는 행인의 허리춤을 붙잡고 도움을 호소해야만 합니까......
.
택시를 잡으려고 온종일을 발버둥치다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휠체어만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고 마는 빈 택시들과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저렸습니다...... 그때껏 신경질과 욕설이야 차라리 살아보려는 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져보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움직일 수 없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꺾어 놓았습니다.
.
시장님. 을지로의 보도블록은 턱을 없애고 경사지게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 밖에는 시내 어느 곳을 다녀도 그놈의 턱과 부딪쳐 씨름해야 합니다. 또 저같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화장실은 어디 한 군데라도 마련해 주셨습니까...... 장애인들은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대우를 받아도 끝내 이용당합니다. 조그마한 꿈이라도 이뤄 보려고 애써 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는 저를 약하게 만듭니다.”
.
이 유서를 읽으면서 “어이구 참 힘들게 사셨구만. 지금은 턱도 없어지고 장애인 화장실도 전철역마다 있어. 지금 장애인들은 문제가 없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 꼭 있을 겁니다. 아니 적지 않을 겁니다. 그 이유는 그의 유서 에 나옵니다. “단 몇 분이라도 저희의 처지가 되어 보지 못한 이들은 결코 이해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
이준석 대표가 딱 그러고 있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편해졌는데 이런 '반문명적 방식'의 시위를 하느냐면서. 휠체어의 '무단횡단'을 단속한 경찰처럼 공권력의 엄정한 대처를 요구합니다. 저는 여기서 어느 쪽이 '문명'이고 '비문명'인지를 도무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
옛날 방송의 계몽 프로그램에서는 거리의 턱 앞에서 고생하는 장애인들, 그리고 그를 도와 끙차 인도로 올려 주고 환하게 웃으며 헤어지는 모습을 참으로 지겹게 연출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턱 앞에서 고생하는 장애인들을 돕자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왜 도로 턱을 없애자는 노력은 사람이 몇 죽어나가도록 지지부진했습니다.
.
지하철 엘리베이터 93% ? (확인해 봐야겠습니다만).... 대단한 발전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동의 자유를 빼앗는 야만 퇴치는 아직 7%나 부족합니다. 기껏 지어 놓고 수십년 써온 관저 못들어가겠다고 이사비용만 500억 드는 돈을 쓰겠다는 것보다는 지하철 엘리베이터가동률을 100%로 높이는 게 훨씬 시급하지 않을까요.
.
이준석 대표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김순석씨 말고 또 있어서 유튜브로 만들어 봤습니다. 그의 이름은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가 최옥란입니다. 그녀의 삶과 죽음을 이준석 같은 '비문명인'에게는 쇠귀에 불경이기는 하겠으나 '문명인'으로서 할 말은 해야겠어서 말입니다.
.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