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곧 신제품 발표가 포함된 WWDC 가 오고 가을에 애플에서 새로운 아이폰 발표 행사도 할 것이고 그 전에 삼성도 신제품 발표를 할 것이다.
그리고 신제품이 발표되면 어김없이 언론사의 IT 섹션에는 혁신과 관련된 기사들이 우르르 올라올기 시작한다. 이 중에서 '누구네 제품은 이전에서 조금만 발전해서 혁신이 없네' 와 '누구네 제품은 이전과 이렇게 발전했으니 혁신적이네' 식의 두 종류의 기사가 특히 눈에 띄게 될 것이다. 수 년 동안 지속된 증상(?) 이었으니 올해도 아마 그러리라 생각된다. 심지어 지금도 그러고 있다. 몇 일 전에도 봤으니까.
언론에서 할 일은 이 세상의 사실을 가급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사가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자나 편집부의 시각이 좁으면 좁을 수록 그 객관성이라는 존재가 편협으로 바뀌는 면을 보게 될 때도 있다. 그 중에는 특히 이 '혁신'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어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잠깐 '혁신'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고 가자.
혁신: 묵은 풍습,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이런. 얼마나 발전하였냐를 의미하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뜯어 고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일단 나부터 단어의 의미(?)를 오해했던 것을 반성하자. 자 반성이 끝났으면 계속 해볼까.
사실 지구 상의 스마트폰은 스펙 향상이나 신규 부품 추가 수준의 변화를 빼면 바뀔 수 있는게 없다. 결국 스펙이 엄청나게 높아져도 혁신은 없다. 결국 혁신이 없다는 기사는 매우 솔직한 기사였다!
젠장. 이 상태론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으니까 일단 단어 자체의 직설적인 의미는 그냥 넘겨야 할 것 같다. '혁신' 에 대해서는 그냥 우리가 늘상 오해하던 대로 '발전 수치' 혹은 '새로움의 정도' 라고 이해하고 넘어가자.
대부분의 기자가 집중하는 혁신의 대상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그 자체였다
과연 기자들이 보는 혁신의 대상은 무엇일까.
상당수의 기사 내용을 근거로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기자가 집중하는 혁신의 대상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그 자체다. 즉 스마트폰을 이루고 있는 많은 부품들이 그 대상이다.
스마트폰은 엄청나게 다양한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펙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품 가짓수로만 보면 PC 보다도 더 많은 기능의 부품들이 미니사이즈로 합쳐져 있다. CPU 와 GPU 의 역활인 AP, 램(RAM), HDD 나 SSD 와 동일한 용도의 플래시메모리, 키보드와 마우스와 화면을 대체하는 LCD 혹은 OLED 터치스크린, 사운드카드를 대체하는 마이크와 스피커, 전원을 대체하는 배터리, 일반 PC에는 잘 없는 전후방 카메라에 각종 센서들...
이는 특히 눈으로 볼 수 있는 수치에서 두드러진다. 예를 들자면 AP 의 속도나 코어 갯수, 램이나 메모리 혹은 배터리 용량, 디스플레이나 카메라의 화소 갯수 등 말이다. 수치로 알 수 있는 종목은 당연히 혁신 평가에서 가장 큰 화두를 던져준다. 그 발전 여부를 쉽게 판가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문제가 생겼다. 하드웨어의 발전에 한계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끝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발전 가속도의 둔화다. 즉 가면 갈 수록 변화의 폭이 좁아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신제품 발표 때 마다 혁신이 없다는 기사들이 범람한다. 기자들의 바램(?)을 둔화되는 발전 속도가 따라 잡지를 못 하는 것이다. 결국 혁신이 없다는 기사는 매번 이어지게 되고 그게 당연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독자들은 그런 기사를 읽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하되어 이제 혁신이 생기면 마치 돌연변이가 생긴 것 같은 호들갑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정리하자면, 혁신이 없다는 기사는 대부분은 발전 속도가 둔화되어 가는 하드웨어 만으로 혁신을 평가하려 하는 시도에서 만들어 진다는 점이다.
그럼 도데체 이 글을 쓰는 의도는 무엇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다
소프트웨어. 비슷하게 앱, 어플 혹은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하는 가치다. 스마트폰은 하나지만 여기에 여러 앱을 설치할 수 있어서 하드웨어와는 다르게 생각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반대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드웨어가 정적인 개념이라면 소프트웨어는 이 정적인 개념을 활용해 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 주는 녀석이다. 다르게 비유하자면 하드웨어는 운동장과 편의시설을 제공해 주고 소프트웨어는 이 운동장에서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해 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하드웨어 발전과 다른 부분이 하나 있다. 아직까지 발전의 둔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는 기능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자체가 새로운 콘텐츠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 수록 이는 둔화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 이야기도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를 한정해서 이야기 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도 굉장히 많다. 단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다. 따라서 혁신을 판단함에 있어 소프트웨어를 빼먹으면 안된다. 하드웨어의 발전이 더뎌진 지금은 오히려 소프트웨어에서 더 많은 혁신을 찾아야 할 것 일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는 지금까지 혁신의 대상에서 배제되어 왔다
조만간 애플의 WWDC - World Wide Developer Conference, 세계 개발자 회의 - 가 다가온다. 이 행사는 애플의 혁신을 발표하는 두 거대 행사 중 하나이며 간혹 신제품이 발표되기도 하지만 주로 소프트웨어나 개발자를 위한 정보 위주의 발표가 진행된다. 물론 비슷하게 안드로이드 진영에도 Google I/O 와 같이 구글이 주도하는 발표회가 있다.
우리는 이 행사에 집중해야 한다. 매년 애플은 iOS 와 macOS 의 새 버전이나 혹은 새로운 버전에 포함된 새로운 혹은 발전된 기능들, 그리고 개발자를 위한 발전되거나 새롭게 작성된 (혹은 도태되어 버려지는 등) 다양한 변화을 선보인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여기서의 모든 주제 하나하나가 스마트폰의 혁신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지금까지 혁신의 대상에서 배제되어 왔다.
간단하게 예를 하나 보자. 아이폰의 카메라는 지금까지 엄청난 발전을 해 왔다. 화소수에서 부터 자동 보정, 그리고 두 개 이상의 렌즈를 활용하는 아웃포커싱 등등 다양한 발전과 기능 추가가 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카메라의 발전은 대부분의 기사에서 카메라 하드웨어적의 혁신으로만 묘사되어 왔다. 하지만 실상의 절반 정도는 소프트웨어의 혁신이다. 심지어 최근의 아웃포커싱 소프트웨어 후처리 기술도 언론사의 기사로는 그저 카메라 그 자체의 기능으로만 묘사될 뿐 정작 소프트웨어적인 혁신임은 알기 힘들다.
이 외에도 들 수 있는 예는 많다. 매년 공개되는 iOS 의 업데이트는 이 아이폰과는 별개로 취급되어 왔다. 하지만 iOS 의 새로운 기능들 - 예를 들자면 새로운 기본 앱의 추가나 ARKit 이나 Metal 등의 개발킷 등 - 은 아이폰과 함께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유독 소프트웨어의 개선 만은 혁신으로 취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론 눈에 직접 띄이는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물론 기자들을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수치로 표현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혁신을 비교 할 만한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기 힘들다. 심지어 눈에 안보이거나 손으로 조작하지 못 하는 것이거나 혹은 비개발자들은 이해 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외면해도 된다는 이유는 아니다.
소프트웨어가 공짜로 뚝딱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애플의 제품은 비싸다는 일관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앱등이에 가까운 나라도 동의 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1:1의 절대적인 비교에서 애플의 제품이 무조건 비싸냐고 묻느냐면 절대로 비싸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는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무료로 보급하는 소프트웨어는 iOS 나 macOS 같은 OS 뿐만이 아니다. iLife 처럼 실생활에 활용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번들에 이어 이제는 iWork 의 사무용 소프트웨어 번들 까지 애플의 무료 소프트웨어군으로 편입되었다. 이 정도면 돈을 주고 구입해도 될 퀄리티의 소프트웨어를 번들로 제공해 주고 있다. 실제로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유료로 팔던 소프트웨어다.
그런데 이런 소프트웨어가 공짜로 뚝딱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엄연히 기업 내의 기획과 개발과 영업이라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비록 돈은 받지 않지만) 판매되고 있다. 판매 가격이 무료라고 해서 투입되는 인력이 적거나 개발 기간이 짧은 것도 결코 아니다.
즉 애플이 아이폰이나 맥 컴퓨터 등과 함께 보급하는 소프트웨어는 공짜로 보이지만 우리들이 지불하는 아이폰이나 맥의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결코 공짜가 아니다 라는 말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하면 현재의 아이폰이나 맥의 가격은 비교적 싸다거나 혹은 합리적이다 라고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윈도우 PC를 쓰면서 윈도우 가격을 지불하고 오피스 가격을 지불하고 PC를 쓴다는 생각을 잊어먹는다. 그 전체 가격을 - 물론 1:1로 비교하는건 기능 상 맞지 않지만 - 비교해 봐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만약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면 우선은 반성부터 하고 그 다음에 책임을 지고 난 뒤에 가격을 비교하자.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공되는 모든 무료 소프트웨어가 다 필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가격은 싸게 느낄수도 혹은 비싸게 느낄 수도 있고 이는 당연하다. 무조건 싼거라고 인정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무시하지 말자라는 선의 이야기다.
한가지 더 잊어먹지 말 것이 있다. 소프트웨어의 가격에는 판매 가격 그 자체를 생각 할 수 있듯이 유지보수 가격이라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버전 업그레이드를 공짜로 해준다고 그것이 무료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여러분이 지불한 가격에 업그레이드 플랜이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가격 이야기가 나온건 다른게 아니다. 스마트폰도 이제는 소프트웨어의 혁신 가치를 하드웨어와 함께 비교해야 한다. 가격도 중요한 혁신 과제다. 따라서 스마트폰 가격을 평가 할 때 소프트웨어 가격도 함께 평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아도 단말기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단말기 수명이 늘어나서 교체 주기가 길어져도 소프트웨어의 혁신 주기와는 관계가 없다. 스마트폰이 바뀌지 않아도 소프트웨어는 바꿀 수 있으니까.
유명한 한국산 스마트폰은 치명적인 단점을 하나 안고 있다
아이폰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하게도 국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야기도 함께 나와야 할 것이다. 그들의 소프트웨어 가치를 함께 이야기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유명한 한국산 스마트폰은 치명적인 단점을 하나 안고 있다. 절반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소프트웨어 특히 OS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이긴 하나 구글 주도로 개발되고 있는 외산 소프트웨어다. 즉 구글의 입맛에 맞게 OS와 정책이 좌지우지 되고 있다. 물론 OS 뿐만이 아니고 안드로이드에 기본 탑재되는 앱 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가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삼성과 LG 등의 대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에 투자를 하며 OS 및 기본제공 소프트웨어의 차별화를 꾀하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일부분만 대상으로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혁신을 평가 할 때 이제는 한국 기업의 혁신 가치는 점저 빛을 잃어 갈 것이 뻔하다는 걱정이 앞선다.
세상 끝난거 처럼 이야기 했지만 아직은 아니다. 곧 WWDC가 열리니 여기서 혁신을 찾아보자. 그리고 삼성이나 LG의 발표회에서도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해보자. 그들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얼마나 투자하고 간섭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니까.
자 그럼 결론을 내 보자.
스마트폰의 혁신을 평가 할 때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집중하라
위 한 줄을 적기 위해 지난 일주일간 이 글을 쓰고 다듬었다. 참 별난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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