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ization이란 단어는 와인 산업에서도 종종 쓰입니다. '와인 스타일의 세계화(획일화)'를 우려하는 이들은, 소수의 특정 인물이 행사하는 거대한 영향력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데요. 이 때 Robert M. Parker, Jr. 같은 와인평론가와 Michel Rolland 같은 양조학자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힙니다.
전자는 와인을 평가하여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전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장본인이며, 후자는 프랑스 보르도를 중심으로 전세계 유수의 양조장에 초빙되는 컨설턴트 입니다. 이 두 인물과 Globalization의 관계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룬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필름도 있는데요. MONDOVINO(2004)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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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으면, 이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겠구나 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스팀잇에 옮길 세 번째 글을 고민하면서 WineOK.com에 게재했던 기사들을 쭉 살펴보는데, 보르도에서 명성 높은 와인 가문의 후손을 만나 인터뷰 했던 글이 있더군요. 그리고 그 내용 중에는 미셸 롤랑에 대해 던졌던 질문과, 짧지만 명료한 답변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와인 생산자들 사이에서 미셸 롤랑에 대한 수요가 높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래는 기사 원문입니다.
보르도 메독 지역 전체 포도밭 면적의 5.5%를 차지하는 생줄리앙(St. Julien)은 보르도의 빈티지가 형편없거나 평범한 해에도 주옥 같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즉 보르도에서 품질이 가장 균일한 와인 산지이다(생 줄리앙은 우박의 피해가 메독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이곳의 토양은 점토질이 더 많은 것을 제외하고는 가볍고 자갈이 많은 토질을 기반으로 하는 마고(Margaux)와 비슷한데, 이 때문에 와인은 무게감 있고 부드러우며 그윽한 특징을 보인다. 또한 와인양조에 있어서 예술성이 고도로 발현되는 이곳의 와인은 대단히 다채로운 스타일을 띠며, 이는 소비자들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와인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다.
생줄리앙에는 그랑 크뤼 1등급 샤토는 없지만, 종종 그에 필적하는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그랑 크뤼 샤토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그랑 크뤼 2등급 샤토인 레오빌 푸아페레(Leoville Poyfferre)는 생줄리앙의 정상급 샤토 중 하나이며 힘 있고 농밀하며 장기숙성에 적합한 와인을 생산한다. 1920년 큐블리에 가문(Cuvelier Family)이 인수한 레오빌 푸아페레는 1979년부터 지금까지 디디에 큐블리에가 경영을 맡고 있는데, 셀러의 현대화, 세컨드 와인 도입, 새 오크 사용 비율 증가, 디디에 큐블리에의 더욱 세심한 관리, 명망 높은 양조학자 미셸 롤랑 영입 등의 노력 덕분에 오늘날 일류 생줄리앙 와인생산자의 반열에 올랐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994년 큐블리에 가문이 미셸 롤랑을 기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당시 메독의 와인생산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생테밀리옹과 포므롤로 대표되는 보르도 우안을 중심으로 활약하던 미셸 롤랑을 보르도 좌안의 샤토에서 컨설턴트로 영입한다는 것은 그 때만 해도 기존의 관습을 뒤집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이 두 지역은 강 하나를 사이에 놓고 재배하는 주요 품종과 와인의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또한 대규모 샤토가 대거 포진해 있는 보르도 좌안의 와인생산자들이 보르도 우안의 와인생산자들을 두고 “집에 달린 정원을 가꾼다”고 묘사할 정도로 이 두 지역의 와인산업은 규모 면에서도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미셸 롤랑을 둘러싼 우려와 의혹은 큐블리에 가문의 모험이 성공을 거두자 깨끗이 사라졌다. “집에 달린 정원을 가꾸듯”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그의 집중력과 세심함 덕분에 레오빌 푸아페레를 비롯하여 큐블리에 가문이 생산하는 모든 와인의 품질이 확연히 개선된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올리비에 큐블리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셸 롤랑과 같은 “아웃사이더”의 새로운 시각과(종종 모험을 수반하는)색다른 아이디어가 가져다 주는 이점을 높이 평가하며 보르도 와인 산업이 발전하려면 이러한 외부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큐블리에 가문이 샤토 레오빌 푸아페레를 사들인 1920년대로 다시 돌아가보자. 이 시기에 큐블리에 가문은 레오빌 푸아페레 외에 생줄리앙 지역의 샤토를 한군데 더 인수했는데, 물랭 리쉬(Moulin Riche)가 그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레오빌 푸아페레의 세컨드 와인으로 간주되다가 2009년에 이르러 파비온 드 푸아페레(Pavillon de Poyferre)에 세컨드 와인의 자리를 넘겨주었다. 물랭 리쉬는 입 안을 부드럽게 가득 채우는 벨벳 같은 질감을 지닌 와인으로 빈티지로부터 5-10년 사이에 마실 것을 권장한다. 파비온 드 푸아페레는 깊고 짙은 색과 함께 향신료, 블루베리 등의 풍미를 지니며 긴 여운을 선사하는 와인이다. 숙성 초기라면 디캔팅해서 마실 것을 권하고, 기다릴 여유가 있다면 몇 년 정도 보관했다가 마시는 것도 좋다.
큐블리에 가문은 생줄리앙 말고도 생테스테프(St. Estephe) 지역에 샤토 르 크로크(Ch. Le Crock)를 소유하고 있다. 1820년대에 지어진 르 크로크는 1903년에 큐블리에 가문이 인수했는데, 이 가문의 다른 와인들과 마찬가지로 미셸 롤랑의 컨설팅 하에 와인을 만들며 연간 생산량은 약 20만 병이다(라 크루아 생테스테프(La Croix St. Estephe)는 이곳의 세컨드 와인이다).
샤토 르 크로크의 포도밭은 절반 가량이 카베르네 소비뇽, 30%가 메를로, 나머지는 카베르네 프랑과 프티 베르도 품종이 차지하고 있는데, 큐블리에 가문은 와인에 독특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하는 카베르네 프랑과 와인의 색, 구조감, 아로마를 보완하는 프티 베르도에 특히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편, 수확한 포도는 선별 과정을 거친 후 자연 효모에 의해 발효를 시작하고 발효를 마친 와인은 18개월간 오크 숙성을 거쳐 시장에 출시된다. 르 크로크 와인은 순수한 과일 풍미와 함께 빈틈없이 촘촘한 질감을 지니며 빈티지로부터 3-5년 이후에 마실 것을 권장한다.
와인에대해 전문가 이신거 같아 남기고 갑니다 와인 액세서리 이벤트중이니 참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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