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한국 사람처럼 술을 자주, 빠르게 마시는 민족은 흔하지 않을겁니다.
물론 세대나 젠더에 따라서 다르지만 상당수의 한국사람들은
치열한 한국 사회를 “독한 소주” 한잔의 힘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구입할수 있는 저렴한 가격과 적당한
알콜 도수와 깔끔한 맛까지 가진 “소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술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소주”라는 술에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먼저 저의 아쉬움을 이야기하기전에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술이라는 특별한 음료는 신들이 사람들에게 선사하였다는 신화가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이야기인 그리스 신화에서 “넥타르”라는 음료가 등장하는데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더불어 먹는 음료이며 신들에게는
신성을 유지시키는 힘을 주었고 평범한 사람이 마시면
신의 힘을 가질수 있었던 특별한 음료였다고 합니다.
아마 꿀로 만든 술인 미드(Mead)나 과즙으로 만들어진
술이 아닐까라며 후대 사람들은 상상합니다.
지금도 미드는 쉽게 마실수 있는 종류의 술입니다.
대부분 칵테일바에는 허니비(Honey Bee)라는 술이 항상 준비되있거든요
누구나 좋아할만한 쉬운맛입니다.
아무튼 이런 오래된 술은 고대인들이 쉽게 구할수 있는 꿀이나 과일로 만들어집니다.
지중해 문명을 이끈 그리스인과 그리스인들을 추앙했던 로마인들은 호메로스가 살던
스미르나(현지명 이즈미르)에서 나오는 포도주를 최고로 생각했지요.
고대와 중세 초반까지 사람들이 마시는 술은 포도나 다른 과일 혹은
꿀로 만들어진 발효주였습니다.하지만 발효주는 효모의 특성상 20%가 넘는 술을
만들수 없었습니다. 효모가 재료를 발효시켜 알콜을 만들지만 20%가 넘어가면
효모균이 죽거든요
그런데 천년전, 주류사(?)에 있어서 가장 큰 발전이 아랍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증류법입니다. 물론 최초의 증류 기술은 바빌론에서 대략 기원전
이천년 전부터 기록되어있었고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발명가였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322)도 증류법을 연구했지만
당시에는 큰 발전을 이뤄내지 못했고, 그리스의 증류법을 갈고 닦아 수준을
끌어 올린 사람들이 바로 아랍 사람들입니다.
최초로 순수한 알콜을 분리해낸 사람은 9세기에 살던 알 킨디(Al Kindi)라는 아랍사람이며,
후에 증류기를 완성한 사람은 이븐 시나(Avicenna, 980~1037)입니다.
이븐 시나는 중세 최고의 천재중 한명이었으며, 르네상스를 이끌어간 천재
레오나르드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와 비견할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철학적으로는 스콜라 철학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의학적으로는 17~18세기까지 유럽의 의사들이
배우고 읽었던 의학 전범(醫學典範)을 집필하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에 집착했던 그는 당시
세계의 모든 학문을 총망라한 백과사전이라 할수 있는 치유의 서(治癒의 書)를 남겼습니다.
이븐 시나가 만든 증류기는 역사상 최초로 식물성 오일을 만들어 냈는데,
증류기로 만들어낸 액체를 아락(Arak, عرق)이라고 불렀는데 뜻은 “땀”입니다.
기본적인 증류기의 원리는 식물의 잎이나 꽃잎을 물에 넣어 가열하면
식물성 오일이 배어든 수증기가 차가운 구리관에 맺혀 액체화되는 방식으로 증류가 되는데
차가운 구리관에 수증기가 맺힌 모양이 땀처럼 보인다고 하여 “아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증류기
증류기를 이용하여 사람들은 술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무슬림들은 술을 마실수 없다고 하지만 추운 유목생활에 술은 필요했고
물이 없으면 술을 마셔도 된다는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이유로 대며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았으며, 무슬림들만 아랍 지역에 살았던것은 아니니까요,
초기에 그들은 기존의 발효주를 증류시켜서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시아에서 무서운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X나 무섭네요
세계 최고의 기마술을 무기로 세계를 한순간에 점령해버린 악몽같은 몽골 전사들은
거대한 제국을 만들고 서양과 동양을 연결했으며, 당시 최고의 과학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아랍 지역을 흡수하며 증류법과 여러가지 기술을 세계로 퍼트립니다.
목축생활을 하는 몽고인들에게 몸을 데워주는 술은 아주 중요했고 증류법을 만나기전에는
도수가 낮은 마유주(2~5%)를 마셧지만 증류법을 배우면서 높은 도수의 술을 만들어 내고
더 적은 양으로 몸을 데울수 있게 되었고, 곧 증류주는 몽골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지역마다 다른 뜻으로 불리고 있지만, 지중해, 중동, 발칸 지역 그리고 인도 아대륙을
통털어서, 아라크(Arak)라는 단어는 증류주를 통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아라크란 단어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모음이 약한 지역에서는 라크, 라키, 라키에로
변화되었고, 중동과 멀리 떨어져있는 고려에서도 아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라고 합니다.
몽고가 고려를 침략할때 몽골 군인들이 증류주를 만들었던것이 고려인에게 전해지고
몽골에 대항했던 삼별초도 증류기술을 배워 지초(芝草)를 이용한 진도 홍주를 만들기
시작하였던것이 이땅의 증류주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에 아락이란 단어가 소주로 바뀌게 됩니다.
당시 몽골군의 식량기지가 있었던 안동, 개성에서 유명한 소주가 만들어진것도 이해가 되시죠?
하지만 아쉽게도 고려시대부터 전통이 이어졌던 안동 소주와 진도 홍주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증류주였지만 일제시대를 지나 박정희 시대의 양곡 관리법과
주세법이 전통주의 씨를 말려 버렸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과 같은 인공적인 맛으로 먹는 소주가 아니라, 풍부한 향이 살아 있는 술을
여러분이 마실수 있었다는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일반 소주는 무색, 무미, 무취한 주정(酒精, 에탄올)에 물과 첨가물이라고
불리는 인공 감미료등을 이용하여 맛을 내는 술이며, 그렇게 첨가물로만
맛을 내는 기술이 대단하긴 합니다만
쌀로 만드는 기존의 전통소주와는 아무 관계없는 타피오카나 돼지감자를 이용하여
만드는 술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이라 불리기에는
너무 가볍다고 할수 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술인 버번 위스키, 중국의 백주, 고량주,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
프랑스의 꼬냑, 멕시코의 데킬라, 카리브해지역의 사탕수수 럼, 중부유럽의 맥주와,
북유럽의 보드카, 터키의 라크, 그리스의 우조 등
국가나 지역을 대표하는 술은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이 술들은 모두 자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지요
제가 사랑하는 터키의 라크입니다.
보드카를 제외한 제대로 정성껏 만들어진 증류주는 스피리츠(Spirits)라고 불리며
재료의 향과 맛이 살아 있어 처음에는 부드럽고 마지막에는
입안의 공기와 섞여 올라오는 복잡한 풍미를 사람들은 사랑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요즘에는 많은 소규모 주류업체들이 생겨나고 전통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다행입니다. 얼마전에 맛본 배상면주가의 “아락”시리즈는 저에게 상당한 감명을 줄정도로
가격 대비 잘만들어진 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시장은 무척이나 작고 어디서나 쉽게 전통주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이글을 읽어보시는 분들께 이번 주말에는 일반 소주가 아닌
전통술을 드셔보시는것은 어떨까 말씀드려 봅니다.
그리고 해외에 가시면서 면세점에서 양주보단 한국의 명주들을 구입해보시는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술 #아락 #증류주 #안동소주
저도 술은 좋아하는데 우조나 라크 들은 뭔가의 미끌거림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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